봉대리일기 쉰번째

[봉대리의 일기]

1/27 (목) 맑음. 드럽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쨍쨍 맑은데 날씨는 졸라 추운 기분나쁜 일이
계속되고 있다.
한마디로… 짜증난다.
피부장한테 나쁜 습관이 하나 있는데…
아니 취소… 하나가 아니라 여럿인데… 그중에 하나가…
자리 옮기는 거…
사무실에 별로 할 일이 없어보인다… 가차없이 사무실 레이아웃을
바꾸자고 그런다… 그것도 계획 세워가지구 이렇게 저렇게 계속 그림을
그려서 결재를 맡아야 된다…
이번에는 그다지 한가하지도 않은데 괜히 시비를 걸어서… 새해도 되고
했으니 사무실 레이아웃을 한번 바꿔보잔다…
드러워서 내가…
담달에 신입사원 들어오면 또 바꿀 거 아냐?
그래도 까라면 까는 게 회사라…
늘 그랬지만 내가 또 이 일을 떠맡았다…
그냥 옮기면 되지 꼭 이렇게 평면도를 그려야 되나?
워드로 평면도 그리려니 골때려죽겠다. 캐드 같은 거 배우든지 해야
되겠다.
오과장님을 이쪽으로 옮기고… 피부장님을 여기 햇볕 잘드는 곳으로
옮기고…
사실은 무슨 배관파이프가 새는지 썩은내가 조금 나는 곳이다.
엇! 눈치 깠나부다. 대뜸 빠꾸를 시킨다.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야… 남향 같은 거 따져서 뭐해… 햇볕 잘들면
일하기만 불편하다구…
이씨… 책상 크기랑 사무실 크기랑 다 재갖구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지가 않은데 하나를 빠꾸먹다니…
사무실 배치도 그리다가 야근했다…
낼이라고 끝날 거 같지가 않은데…
아무래도 설날 지나야 책상을 옮길 수 있을 듯…

[피부장의 일기]

1/27 (목) 맑더라…

이제 슬슬 봉대리가 없어진 사무실을 대비할 때가 된 거 같다.
오늘 이사님으로부터 사장님과 부사장님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는
언질을 받았다.
흐흐흐 그렇다면…
지금 봉대리가 있는 위치는 기둥을 끼고 다른 책상들과 묘하게 각을
이뤄서 내 시선에서 가장 안전한 위치인데…
사무실에 이런 구도를 혁파하리라~
당장 사무실 레이아웃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뭐 별로 기대도 안했지만 봉대리가 오후에 들고온 배치도라는 걸 보니…

자기 위치는 그대로 있고…
나만 창가, 그것도 이상한 하수도 썩는 냄새가 나는 구석탱이로…
이노무 시키를 확…
받아버릴라다가 며칠 후면 타향살이를 하게 될 놈이 불쌍하야 자비를
베풀었다.
이거는 이리로 옮기고 이거는 이리로 옮기고… 하란마랴!!!
부드럽게 얘기했다. 내딴엔.
봉대리는 일단 빠질 책상이니까… 신입사원 오면 거기에 앉히면
되겠지 뭐~
성적 좋은 애를 보내준다고 그러던데…
이쁜 여자나 와라~

SIDH’s Comment :
예전 백화점 전산실에서 근무할 때
시도 때도 없이 사무실 자리를 이동하는 다른 부서들 때문에
본의아니게 야근을 하던 일이 종종 있었다.
(왜냐하면 자리를 옮긴 PC마다 인터넷을 새로 깔아줘야하므로…)
덕분에 전화 놓는 아저씨하고 친해질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그 자리를 옮기는 이유가
뭐 새로 직원이 온 것도 아니고 보직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어느날 지나가던 모 부장이 답답해보인다는 둥, 좀 넓어보인다는 둥, 뭐 이런 소리 한마디 때문일 경우
ㅆㅂ 여기가 군대냐… 싶던 때가 하루이틀이 아니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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