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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서른번째

2007년 6월 10일

[봉대리의 일기]

1/3 (월) 흐렸다 갬

세상에… 일기 안쓴다고 이멜 받아봤어?
요즘은 어째 내 일기를 누가 자꾸 읽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하여튼, 어느 회사는 오늘까지 쉬는 곳도 많다던데…
어느 회사는 아예 내일까지 쉬고…
그래도 이틀 쉬어준 걸 고맙게 생각해야 되나…
하기사 전산관련 회사들은 Y2K랍시고 이번 연휴에 쉬지도 못했다
그러던데… 안됐어… 쯧쯧.
울 회사 전산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교대근무로 연휴내내
나왔던 모양이구먼…
뭐 결국은 아무 일도 없잖아…
그런데 뭐 내일 은행이 문열어봐야 안다니까 그것도 장담은 못하는
일이라지?
나야 은행에 돈이 있어야 말이지…
이번 기회에 은행에 있던 자료가 확 날아가서 내 부채나 탕감해줬음
조켔다.
이 은행에서 얼마 저 은행에서 얼마… 저 카드회사에 얼마 요 카드
회사에 얼마… 잘하면 파산신고를 하게될지도 모를 금액을 떠안고
있기 때문에…
집도 절도 없는 놈이 무슨 빚을 그렇게 많이 졌냐고…
술이 웬수지…
예수님만 아니었음 내가 술을 그렇게 퍼먹지 않아도 되는데…
예수님이 웬수를 사랑하라 그래서 내가 술을 열라 사랑해준 덕분에…
참 새해부턴 술값도 오른다던데…
그래서 결심했다… 새해부턴 술을 줄이리라!!
지키지 못할 게 뻔한데, 끊으리라! 요런 식의 장담은 내가 안하지 또.
앞으론 술자리에서 쏘주 두병, 맥주 다섯병 정도만 먹고 일어나야
되겠다.
몸생각도 하게 안주빨도 열라 세워주고…
(단, 안주값을 누가 부담할 경우)
나이도 이제 서른하나라 본격적인 삼십대로 들어섰는데,
줄여보자. 아자자자자자!!
황대리는 올해도 담배 끊겠다고 그러는군.
내일까지나 끊어지나 보자고.

[피 부장의 일기]

1/3 (월) 날씨도 몰라?

둥근해가 떴습니다~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밀레니엄 첫애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가슴안고 울어봤심미다.
지난 천년 묵은 원한 다 잊고 새사람이 되고자 결심했심미다.
마누라도 이제 사람 취급해주고 애새끼들도 개취급하지 않겠심미다.
인간 피칠갑, 이제 새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심미다.
다만, 봉대리와 황대리는 내가 삼천년이 지나도 웬수로 남겨둘 거다.
이놈들을 끌어안고 기어이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게 되다니…
2000년 새해 첫목표, 타도 봉대리, 섬멸 황대리!!
황대리는 참 애아빠도 되고 할테니 무릎꿇고 용서를 빈다면 자비를
베풀어주리라.
봉대리는 안돼… 이놈은 지옥문앞까지 자근자근 씹어먹으며 끌고
갈꼬야.
하여튼 새해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붓글씨로 타도 봉대리를 진하게
써올렸다.
한자로 쓸 줄 몰라서 한글로 썼다.
내일은 한글사랑학회에 가입해야되겠다. 한자 모르면, 한글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우기면 되는 세상이니까…
(무식도 자랑할 수 있는 21세기, 자랑스럽다)
새해도 보통 새해가 아니라 새천년이 열렸다는데,
늘상 보던 그 지겨운 얼굴을 다시 사무실에서 마주치니 열화가 확
뻗쳐오르는게,
아무래도 올해는 건강진단도 좀 받아가며 혈압조절에 신경써야 될
거 같다.
새해 새천년, 나의 목표는 술끊기도, 담배끊기도, 건강에 힘쓰기도
아닌 오로지 타도 봉대리!!
봉대리가 없는 세상만이 나에게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준다!!
멍청한 다른 부장한테 싸바싸바해서 그 팀으로 끌고가라고 할까?
아니면 지방사업소로 장기 출장을 보냈다가 눌러앉혀버리는
시나리오를 꾸며볼까?
그것도 안되면 서류 조작해서 산업스파이로 모함을 걸어버릴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퇴근길에 몰래 차로 받아버릴까?
하여튼 봉대리… 2천년을 넘기지 못할 거시다…

SIDH’s Comment :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면 전산이 엉망이 될 지도 모른다던 일명 Y2K 표기문제.
당시 전산쪽 직종이었던 관계로 이 문제에 대해서 귀가 튿어지게 듣고 또 들었었는데
실질적으로 (대비를 잘한 탓이겠지만) Y2K로 인해 무슨 큰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은 못들어본 거 같다.
쓸데없이 가수 Y2K가 생각나는군.
하여튼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는 바람에 단순히 한 해가 바뀐 게 아니라 뭔가 큰 해가 바뀐 듯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데…
벌써 2010년을 바라보고 달려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