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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예순다섯번째

2007년 11월 4일

[봉대리의 일기]

2/28 (월) 날씨 조아…

피부장이 3월2일 복귀(?)한다.
그 전에 하루를 쉴까 어쩔까 고민을 했다.
피부장이 없는 사무실을 하루라도 더 만끽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피부장한테 결재 올려봤자 빠꾸먹을게 뻔한 월차휴가인데… 만만한
조과장한테 싸바싸바해서 결재 끝내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황대리에게 상의를 했다.
피부장이 있을 때 월차를 쓸까 없을 때 월차를 쓸까?
그게 무슨 상관인데?
없을 때는 결재 맡기가 편하고… 있을 때는 꼴을 안보니 좋고.
고민할게 없잖아 그럼.
왜?
오늘이나 내일 조과장한테 3월2일 월차 결재를 받으라고. 그럼 결재
받기 편해… 피부장 나오는 날 놀아… 삼일절 끼고 놀아… 일석
삼조 잖아? 그치?
오!
순간적으로 저 개구리 대가리 같은 머리에도 뇌가 있다는 사실을
절절이 깨달았다.
발랑발랑 휴가원을 써서 조과장한테 내밀었다.
그런데 망할노무 조과장이 싸인도 안해주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옛썰~ 부장님 조과장임다.
얼렐레?
봉대리가 3월2일 월차를 신청했는데 결재해줄까요 말까요.
….
넵!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조과장의 싸늘한 한마디.
조까지말란다.
아니 왜 안되는 겁니까?
이유는 묻지마. 다쳐.
젠장… 휴가 하나 제대로 싸인 안해주는 나쁜 쉐이…
나도 여자들처럼 생리해서 달달이 챙겨먹고 싶다 썅…

[피부장의 일기]

2/28 (월) 날씨 몰라…

오늘도 갑빠 좋은 간호사 아줌씨들과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네 기획실 피부장입니다.
습관적으로 나온 말에 간호사 아줌씨가 푸하하 웃었다.
웃음소리도 정떨어지누만.
엣썰~ 부장님 조과장입니다.
어, 무슨 일이야?
또 봉대리가 사고나 쳤나보다 생각하고 물었다.
네… 봉대리가 3월2일 월차를 신청했거든요, 결재해줄까요 말까요?
아니 그런 사소한 거는 당연히 나한테 물어야지.
봉대리 놈이 편하게 월차 한번 쓸라고 머리를 제법 굴렸구먼.
조까지 말라고 전해.
넵! 알겠습니다!
조과장이 시원스럽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인간이 오과장 승진하는 걸 보더니 나한테 잘보일 필요성을 요즘
부쩍 느끼는 모양이다. 무지하게 충성스럽다.
그러나…. 아무리 니가 까분다고 사장 앞에서 술쳐먹고 오바이트한
사건이 덮어질 거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능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이야…

SIDH’s Comment :
월차. 연차. 여름휴가. 특별휴가…
뭐 이런 저런 이름으로 직장인에게 휴가는 많다만
제대로 챙겨먹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되겠나.
그나마도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월차/연차 없앤 회사도 꽤 많다.

사실, 주말에 확실하게 쉴 수 있게 해주고
퇴근시간만 철저하게 지켜줄 수 있다면
굳이 하루이틀씩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휴가내가며 쉬네 마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사무실 의자에 엉덩이 오래 붙이고 있는 걸 일 잘한다고 생각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