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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예순여덟번째

2007년 11월 11일

[봉대리의 일기]

3/3 (금) 따뜻하더군…

그래… 회식을 한다고 했을때 분위기를 일찌거니 파악했었어야
했다구…
늘 피부장이 잘가는 고기집에서 가뿐하게 시작을 했드랬지…
부장님 오랜만에 갈비살이라도 빨아볼까요?
전유성 씨가 모처럼 뺀질거리며 말을 붙여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삼겹살이나 처먹어.
삼겹살보다 싼 고기가 있으면 그걸 먹을 놈이야 저놈은.
쏘주 두 잔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피부장은 자기 앞에 앉은 모주라
씨한테 연신 침을 흘려대는데…
피부장 침이 흘러 불이 세번이나 꺼졌다면 믿을라나 말라나…
술은 뇨자가 따라야 맛이라니까!! 따라따라따라… 주께주께주께…
술 따르는 것도 꼭 뇨자 손을 조렇게 감싸잡아서 따라줘야되나?
내 앞에 앉은 지화자 씨는 그 꼬락서니를 입이 한댓발이나 나온 상태로
노려보고 있드만.
아 뭐 지화자 씨 질투해? 저쪽은 신경쓰지말고 나나 한잔
따라주라구.
봉대리님은 손꾸락이 뿌러졌나요?
아따 못생긴게 무섭기까지.
1차가 끝났을 때 상황은 술이 적당히 오른 피부장과 치사량을 넘긴
오과장(이 인간의 주량은 맥주 반컵이다), 아직 한참 모자른 조과장,
봉대리, 황대리, 그리고 고기 쳐먹느라 술은 입에도 안댄 전유성과
지화자, 그리고 얼떨떨해서 술이 취했는지 어쨌는지도 모르는 모주라
씨. 이랬다.
2차 가자구~!!! 단란주좀가쟈~
부장님 여직원도 하나 더오고 했는데 어케 주점을 가겠슴까. 일단
뇨자들은 보내고…
안대! 신고 바다야대!
피부장이 느닷없이 똥꼬집을 부려서 전직원이 단란주점행~
술이 덜취한 우리들은 그냥 “아파트” “소양강처녀” 이런 거
불렀는데,
술취한 오과장이 난데없이 “바꿔”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급반전시켰다.
그런데 그 사이에 피부장이 몇잔 더 걸치더니 아무래도 한계치를
넘어선 모양이었다.
“바꿔”를 들은 피부장이 “뭐? 박으라고?”라고 외치자 분위기가 참
겉잡을 수 없더군.
이젠 막가기로 했는지 목이 터져라 신고를 주장하는 피부장에 의해
모주라 씨가 기어이 무대로 끌려나오고 말았는데…
그런데… 기대를 많이 했는데… 모주라 씨가 택한 노래는 “선구자”
였다…
분위기… 진짜 얼음장처럼 되더군…
그때 잡았어야 했는데…
나도 피부장이 맥주병을 이마로 깰거라고는 상상 못했지…
야 그게 뭐야 제대로 못부르겠어! 라고 성질머리대로 소리지른 것까지는
예측했었는데,
그 여세를 몰아서 맥주병을 집어들더니 이마로 받아버렸다.
이름 그대로 피칠갑을 해서 실려나갔는데…
또 입원하는 거 아닐까?

[피부장의 일기]

3/3 (금) 날씨 좋아좋아…


이게 뭐야… 일기장이야?
나 술취했어 씨……
일기 안써!!!
뭘 꼴아봐 씹새야…

SIDH’s Comment :
엊그제 우리 회사도 회식을 했는데
이제 인원이 좀 되니까 스무명이 먹으면 백만원이 우습게 나오더라.
(직원은 스무명이 안되는데 찬조출연이 몇 있어서)
그러구서 우르르 노래방을 가니 노래방이 미어터지지.

다른 회사 다닐 땐 한참 잊고 있다가
새삼 여기 와서 느끼는 건데
확실히 우리나라 회사 회식문화 좀 바뀌어야 된다.
노는 게 왜 맨날 그 모냥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