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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일곱번째

2008년 3월 30일

[봉대리의 일기]

5/11 (목) 날씨 꾸무리…

오늘은 난데없이 조과장이 회식을 하자고 제안했다.
야~ 회식해본지가 언제야~
아무리 부서원끼리 사이가 좋지 않아 가급적 퇴근 이후에는 얼굴을
보기 싫어 회식을 자제하는 편이라지만
그래도 돈 안들고 먹는 술인데… 가끔이나마 해주면 좋지~
피부장한테 오늘 회식할 생각인데요… 라고 물어봤더니 의외로 따라
오겠다고 나서네.
전에는 아랫것들하고 무슨 회식… 어쩌구 하면서 두번에 한번이나
따라올까말까 그랬는데… 그것도 내키지 않는 척…
어쨌든… 조과장이 잘아는 곳이라며 삼겹살집으로 끌고갔다.
(참으로… 열악한 회식문화로다)
군대에서 회식할 때 스레트에 구워먹던 그 느낌을 다시 떠올리며
(아.. 졸라 악몽스럽다) 고기를 씹었다.
피부장이 오늘따라 술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술도 조금씩
먹었다.
그런데… 조과장과 황대리는 광분하더군…
분위기 심상치않았다…
1차를 정리하고 2차로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저번의 실수를 떠올리고
노래를 부르는 곳을 피했다… 어디 조용한 호프집이나… 라면서
자리를 잡았는데…
거기서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조과장이 술이 잔뜩 올라서 승진도 못하는 놈 죽어야 된다며… 벽에
머리를 쾅쾅 부딪히기 시작한 것이다..
저 인간 술취해서 개꼴나는 거 첨은 아니지만… 이번엔 참신한
퍼포먼스였다.
끊임없이 연구하는 주정뱅이로군…
역시 많이 취한 편인 황대리와 전유성이가 말리다가… 역시 취한
황대리가 헤까닥 돌아버린 것이 오늘의 하이라이트…
아 씹쌔끼 졸라 지랄떠네~ 그러면서 벽에 쿵쿵 머리를 박는 조과장의
뒤통수에 자신의 머리를 헤딩으로 박아버린 것이다…
이름하여 이중충격…
조과장 쓰러졌는데… 농담아니고.. 이마가 작살나서 피가 철철 넘쳐
흐르더만…
진짜 피칠갑이었다…
술 먹다가 119 불러서 병원 뛰어가봤어?
아직도 잘났다고 떠드는 황대리는 좀 덜취한 전유성이한테 맡기고
제일 멀쩡한 내가 조과장 빽차에 태워서 병원 응급실로 날랐다.
조과장 사모님한테 인수인계하고 집에 들어오니 새벽 1시네~
뭐 이따위 회식이 다있어~
졸라 피곤한데 핑계대고 내일 하루 제껴버릴까~

[피부장의 일기]

5/11 (목) 아 날씨 맘에 안든다…

조과장 얼굴이 아침부터 좋지 않았다.
오과장 말로는 조과장 입사동기였다가 일찌감치 박차고 나간 누가
요즘 잘나가는 벤처 어쩌구 하면서 신문에 났단다.
하긴, 똑바로 정신박힌 놈이라면 이런 회사에 오래 눌러있을 이유가
없지. 금방 나갔다는 것만으로도 그놈은 똑똑한 놈이여.
하여튼 그랬는데 갑자기 조과장이 회식을 하잰다.
뭔가 불안한데. 저놈 혹시 술먹고 날 들이받으려고 그러는거 아녀?
그렇긴 해도 늘상 술취하면 보여주는 조과장의 행위예술이 오늘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보이길래… 같이 따라갔다.
혹시 나한테 오바이트 쏘면 얼른 피하기 위해서 술도 자제하고…
노래방이나 단란주점에서 마이크줄 목에 감는 거나… 마이크 입에
넣기나… 노래방 기계 위에 올라가서 노래부르기… 싸이키에
매달리려다가 천장 구멍 뚫기 등은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엔 좀 색다른… 조용한 호프집을 2차 장소로 골랐다.
뭔가 보여다오~!!
아니나달러… 이번엔 지가 무슨 김일이라고…. 뒤로 서너발짝씩
물러났다가 호프집 벽에 머리를 들이박는 고난도의 행위예술을 서슴지
않고 보여주었다.
한번 박을 때마다 가게에 있는 유리잔이 모두 들썩거릴 정도로…
세게 박더만…
결정타는… 마찬가지로 술이 취한 황대리가 있는 힘껏 들이박는
조과장의 뒤를 바로 쫓아가서 조과장의 뒤통수를 들이박아버렸다는
거…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더군… 난 그거 영화에서만 보고 실제는
첨 봤다.
회식 자리는 난장판이 됐지만 어차피 목적했던 퍼포먼스는 충분히
감상했으니~
짜샤.. 그러니까 승진을 못하는 거야…

SIDH’s Comment :
요즘은 적당히 술먹고 적당히 취해서 집에 들어가기,를 모토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회사 회식이라고 해도 완전히 먹고 죽자… 이런 분위기로 부어라 마셔라 해대곤 했었다.
오히려 회식자리에서 취하면 다음날 좀 늦거나 혹 결근해도 자연스럽게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되곤 하니까 더 그랬을지도.
술에 대해 너무 관대한 우리나라 분위기, 확실히 문제다.
어느 블로그에서 술취해서 실수한 사람은 오히려 가중처벌해야한다, 라는 주장을 했던데 사실 그게 맞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