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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스물다섯번째

2008년 6월 8일

[봉대리의 일기]

6/29 (목) 조금 비

새벽같이 일어나 축구 보고… 흐리멍텅한 날씨에 비몽사몽 출근했더니…
퇴근길에 엽기적인 일을 당하고 말았다.
아니 당했다는 표현은 좀 글코… 나야 그냥 제3자로 목격했을
따름이니까…
퇴근길에 버스에 오를 때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고성이 오가고 있드란 말이지…
당사자는 다름아닌 우리의 목숨줄을 쥐고 있는 운전기사 아저씨와…
대낮부터 왠 술을 그리 처먹었는지 말이 꼬부라진… 잘 봐줘야 육십이나
됐을 아저씨였다…
앞뒤 상황은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취한 아자씨는 기사 아자씨에게
개새끼 씨발놈 육두문자를 날리고 있었고…
기사 아자씨도 운전 방해되니 조용해 씨발노마… 라고 육두문자로 맞서고
있었다…
시비가 어떻게 시작된 건지는 모르지만…
일단 우리 목숨을 쥐고 있는 기사 아자씨가 흥분해서 승객들에게 득될
것이 없다는 빠른 판단과…
또한 술취한 사람이 괜히 시비걸었을 것이 뻔한 관계로… (기사 아자씨가
승객한테 시비 걸겠어 아무리?)
맘속으로만… 기사 아자씨 편이었다…
취한 아자씨는 내가 낼모레 팔십인데 니가 뭔데 떠럭떠럭 반말이냐 썅놈의
새끼야…. 이렇게 공격을 하고 있었고…
기사 아자씨는 참다참다… 가끔 조용히 하라는 소리나 받아주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의 훌륭한 기사 아자씨… 신호 걸려서 멈추거나 서행할 때만
대꾸하는 뛰어난 직업정신도 동시에 발휘…
자꾸 길어지니까 첨엔 재밌었는데 듣기에 짜증나드만…
그때 혜성처럼 나타난 왠 (역시 60대로 보이는) 아자씨…
트위스트 김처럼 생겼던데… 역시나 다혈질…
당신이 뭔데 운전기사한테 행패냐고… 맞대결을 시작…
기사 아자씨는 신경끄고 운전이나 하소! 라는 정의감 팽배한 말을 던지고
술취한 아자씨와 정면 승부…
결국… 기사 아자씨와는 절대 일어날 수 없었을… 멱살잡이까지 벌어지고…
취한 아자씨는 그 정의의 기사(?)가 내릴 정거장에서 어딜 내리냐 씨불
노마를 외치며 붙잡고 늘어졌다가…
성질이 난 정의의 기사에게 버스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봉변을 당함…
이번엔 자기도 따라내리겠다며 앞문을 발로 차는 행패를…
승객들이 (일면 시원하다는 목소리로) 내려주라고 하자 기사도 (속으론
시원했겠지) 문을 열어주고…
쫓아내린 취한 아자씨는 아까 그 정의의 기사를 붙잡아 버스 앞으로 끌고
와서 (왜 하필 버스 앞으로 끌고 온겨…아마 자기 냅두고 버스가 출발할
까봐 그런 모양인데… 이거 너무 안하무인아닌가…) 드잡이를 시작하고…
버스가 빵빵거리고 도로변에 있는 사람들도 구경을 시작하고하자…
(이쯤되면 누가 경찰에 신고라도 했어야 되는 거 아닌감… 나도 안했지만
물론…)
정의의 기사 뿌리치고 제 갈길로… (아저씨 빠빠이~)
이번엔 취한 아자씨가 이미 떠난 버스를 추격~
하필 신호에 걸리는 바람에 아자씨에게 추격을 허용~
문을 두들기다가 안열어주자 (나같아도 안열어준다) 버스 앞을 가로막고
(진짜 이쯤되면 경찰 불러야된다… 물론 안불렀지만) 앞유리창 와이퍼를
뜯어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어디서 술을 먹으면 그렇게 사람이 개새끼가 되나…
결국 한무리의 청년들이 (에구에구… 난 늙어서…) 뛰어내려가 아자씨를
끌고 버스에 태움…
버스에 탄 취한 아자씨… 아까 그 놈이 이 버스회사와 무슨 연관있는
놈이냐며… (오… 대단한 추리력…) 기사 아자씨에게 말안하면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을 시작…
기사 아자씬 이제 포기했는지 대꾸도 안하고 운전에만 전념…
그 취한 아자씨 가증스럽게도 승객들에게 소란피워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까지… (승객들 외면)
혼자 중얼중얼 (물론 기사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나랑 같은 곳에서 내리드만…
내리면 어디 구석진 곳에 끌구가서 한대 줘패버리고 싶은 생각이 순간
들었음…
결국 내릴 때 보니… 기사 아자씨보고 같이 내리자며 실갱이를 하드만…
진짜 경찰을 부를까보다…
우쨌든 버스에서 내려버리니까 나완 상관없는 일… 울라울라 집으로
향했다…
참… 술이 웬수지…

SIDH’s Comment :
이거 실제로 내가 그 무렵에 겪었던 이야기. 과장이나 허구가 없는 100% 리얼스토리.
한참 잊어버리고 있던 이야기인데 다시 읽어보니 새록새록 기억나네.

이 당시 회사와 집이 너무너무 가까운 관계로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하던 시절인데-_-;;;
마을버스라서 그랬는지 몰라도 하여튼 퇴근길의 마을버스에서 벌어졌던 해프닝이다.
사실 그 문제의 아저씨가 내렸을 때 경찰을 불렀어야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예전에 했던 말인데 다시 하지만 하여튼 술먹고 행패부리는 사람은 가중처벌해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