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일기 백마흔여덟번째

[봉대리의 일기]

8/22 (화) 갬

요즘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하는 것 준비때문에
(그 작업은 우리 기획실과는 상관없는… 사장 직속의 특별사업부라는
요상한 부서에서 추진 중이다. 직원들 아무도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몬한다…)
코쟁이 한 명이 회사로 찾아왔다.
특별사업팀장인 왕부장이 그 코쟁이를 델구 우리 사무실로 왔다.
뭐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할 일만 있으면 꼭 우리 기획실로
델구 오더라.
근데 우리 팀에서 회사의 전반적인 상황을 아는 인간이 있나?
팀장부터 모르는데…
그러나 컴퓨터는 알고 있다!!!
회사 업무보고때마다 울궈먹는 파일을 오늘도 출력해서 내밀었다.
영어는…? 왕부장도 영어가 딸리드만.
입사 성적이 좋았다는 모주라 씨가 현란한 혓바닥놀림으로 코쟁이를
녹이는데 성공했다.
그동안 기획팀 영어짱이었던 전유성은 먼 산만 바라보고…
실력이 미지수였던 이휘재 씨가 마침 휴가 중이었는데…
돌아와서 이 얘기를 들으면 실력발휘할 기회를 놓쳤네 어쨌네 난리를
칠 거다.
뺑코같은 놈…
그리구… 예상했지만 코쟁이가 나간 후 피부장의 한바탕 굿판이
벌어졌다.
평생 배운 영어를 그래 입도 뻥긋 못해보냐… 이게 핵심이고…
중간에 군데군데(꽤많이) 섞인 욕설 및 근거없는 비난은 생략하자.
젠장.. 영어 못해서 죽지 않는다.
자기도 영어 한마디 못하면서 부장까지 됐으면서…

[피부장의 일기]

8/22 (화) 뭐 대충 그럭저럭

아침에 왕부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협력 관계로 미국에서 들어온 조지 퍼커라는 인간이 회사를
방문하기로 했다나…
(이름도 젠장… 퍼커가 뭐냐 fucker가)
근데 지네 팀에서 영어가 달변인 인간이 하나도 없다나…
그런데 어떻게 해외업체와 협력을 하겠다는 건지 원…
늘상 느끼는 거지만 우리 회사의 미래는 진짜 암담하다.
뭐, 그동안은 해외지사에서 근무중인 직원하고만 얘기가 됐는데…
국내에 들어온다고 그 직원을 국내로 따라오라고 할 수가 있겠냐며…
본론인즉… 오늘 마침 기획실과 미팅을 가져야되는데 영어가 되는
인간이 있겠냐는 거였다.
전유성이 정도면… 미국에 떨어뜨려놔도 밥은 굶지 않는다니까,
(물론 자기 주장이다) 괜찮지 않을까 싶어 오케이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모주라 씨가 입사 성적이 상위권이었잖아?
우리 회사 입사시험 성적이래봤자 별 거 있겠냐마는,
이번에 토익도 보고 그랬다니까 설마 영어는 좀 되겠지 뭐.
그래서 그냥 모주라 씨보고 통역을 하라구 그랬다.
여… 그랬더니… 네이티브 스피커처럼 짱짱하게 나오드라구…
(네이티브 스피커가 무지 좋은 스피커인가 보다. 영어 잘하는 사람만
보면 다들 네이티브 스피커 같다구 하니… 그거 어디서 파나?)
이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자꾸 퍼커, 퍼커 하니까 그거 듣기 요상하드만.
그나저나 가만히 듣고 있자니 자꾸 열이 받는 거라.
흔히들 말하면, 열.등.감. 뭐 이런 거겠지.
그래서 퍼컨지 빠굴인지 나가고 나서 한바탕 또 판을 벌였다.
아주 아작들을 내버릴라다가… 갑자기 혈압이 올라서 건강을 위해
참았는데…
이 참에 직원들 영어공부시키는 무슨 프로젝트를 하나 추진해봐…?
아냐.. 그럼 사장 성격에… 임원진은 더 열라 하시오… 이렇게
나올 게 뻔해.
입닥치고 죽은 듯이 있는게 최선이라니까…

SIDH’s Comment :
대학 다닐 때던가, 청량리역에서 집에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왠 흑인 한 명이 나한테 다가와서 “여기서 타면 수원으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게 맞느냐?”라고 물었다.
물론 영어로.
와 지금 생각해봐도 비록 짧지만 나름 복잡한 영어 문장을 제대로 이해했다는게 너무 신기한데
“그렇다”라는 말이 영어로 도저히 나오지 않는 거라.
멀뚱멀뚱 흑인 녀석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그 녀석이 더 천천히 다시 물어보더라.
아 당연히 알아들었지. 근데 “그렇다”를 뭐라고 해야되는지 도저히 입이 안떨어지더라고.
(솔직히 말하면 “Yes”라고 해도 되나? 너무 간단한 거 아닌가? 오케이라고 해도 괜찮나? 뭐 이런 쓰잘데기 없는 고민을 하고 있었더랬다)
결국, 고개만 크게 끄덕여주니까 그 사람도 알았다는 듯 그냥 고개만 끄덕이더라.
으흐흐.

지금은 알아듣지도 못할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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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esponse

  1. ㅡ,.ㅡ 말해보세요:

    그 언젠가 얘기를 했던거 같기도 하공~ ㅋㅋ
    저는 수원에서 서울 가는 기차 기댕기고 있는데
    흑인 아저씨가 나를 보며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아가쒸~ 이거 서울 가는 기차 맞아요?” 하고
    어찌나 똑부러지게 한국말로 물어보던지
    좀 당황해서 뜸들이다가 대답했었는뎅…ㅋㅋㅋ
    뜹~
    우쨌든~
    25일날 봐요~ 흐흐ㅡ흐흐흐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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