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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예순한번째

2009년 2월 8일

[봉대리의 일기]

9/15 (금) 비 많다!

태풍이 올라온다더니 비가 진짜 많이 온다.
장마때도 이렇게는 안왔던 것 같은데.
엊그제 올라온 고향에도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소식에
문득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한 통 때렸다.
어머니가 우리 새끼 사람됐다며 전화 붙잡고 우신다.
전화 한 통 갖구 아덜을 사람 만들었다 짐승 만들었다…
괜히 나도 뭉클해져갖구 씰데없는 소리 잔뜩 씨부렸다.
엄니 지붕 새는지 잘 살펴보시구요… 논일 힘드신데 너무 무리하지
마시구요… 바람 불어서 담장 무너지지 않게 주의하시구요…
뭐 태풍 땜에 담장씩이나 무너지겠는가마는.
말은 그렇게 했다.
문제는 퇴근하고 왔더니 우리집에 물이 들어왔다는 뿔따구나는 현실에…
반지하는 이래서 안좋다니까… 마당에서 하수구가 막혀 물이 빠질
구멍이 없으니까 내 방으로 다 쳐들어왔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물과의 전쟁을 치른 지 두시간만에…
겨우 정상적인 집처럼 꼬락서니는 만들어놨는데…
씨벌 젖은 이불이랑 책이랑 비가 그쳐야 말리지…
당장 이 추위에 덮을 이불이 없어서 잠은 어케 잘 지 걱정이다.
겨울옷 다 꺼내서 깔고 덮고 자야되나?
자다가 물이 또 넘어들어오면 어쩌지?

[피부장의 일기]

9/15 (금) 뷔

비가 장난이 아니게 오네.
이런 날은 점심 먹으러 쭐레쭐레 나가기 싫은데…
시켜먹으면 잘 오지도 않고 시켜먹는 집은 맛있는 집도 없드라…
점심을 어쩔까 이리 끙 저리 끙 고민을 열라 하고 있는데…
지화자 씨가 점심 시켜먹자며 메뉴판을 슬그머니 디밀었다.
이 짬밥에 식어빠진 부대찌게 같은 거나 먹고 있어야 되나…?
짜장면을 먹기도 거시기하고…
굶자니 아쉽고…
진짜 비오는 날 점심 먹기는 힘들어…
그냥 비빔밥이나 시켰다.
비오는 날은 배달이 밀려서 늦게 올테니까…
여유작작 박찬호 선발경기나 보고 있었다.
이런 씨부뎅이…
위태위태하면서도 점수는 안 주고 잘 막는가 싶더니…
4회부터 연일 삽질을 해대는구만…
근데 문제는 박찬호가 아니라 다저스 선수들인 거 가터…
저런 팀에 있으면 평생 20승 못해보겠다…
올 시즌 끝나면 박찬호를 애틀랜타나 뉴욕메츠로 트레이드하라고
국내에서 시위라도 벌여야겠다.
인생의 낙인데 말야… 도움을 안주네.
그나저나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올림픽이 시작인데…
테레비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겠는걸…

SIDH’s Comment :
이때 실제로 비가 많이 와서
같은 회사 직원 반지하방에 물이 넘실넘실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사람들이 살만해진 건지, 물새거나 하는 부분에 신경을 더 쓰는 건지,
주위 사람들 중에 물이 넘쳤네 뭐네 하는 말을 못들어본 듯.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 같아서는 조만간 듣게 될 것 같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