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14 (금) 날씨 꾸물꾸물…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한 손에는 크레파스를 사가지고 오셨어요 으흠
갑자기 왠 배따라기 배뒤집는 소리냐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느닷없이 이 노래를 틀어주는게
아닌감.
아직 이 노래가 라디오 전파를 타는구먼… 아침 시간이니까
가능하겠지… 라고 실실 웃었는데,
그래 생각해보니까 저런 노래 한창 낑겨부르던 시절이 참 좋았다는
하나마나한 생각이 들더라 이거다.
언제쯤이었는지는 잘 기억안나고… 국민학교 (초등학교는 무슨
얼어죽을… 나는 국민학교 나왔으니까 죽어도 국민학교다) 고학년
아니면 중학생때 이런 노래를 열라 들었던 거 같은데.
그때 내 꿈이 뭐였더라?
국민학교 1학년때 앞으로 꿈이 뭐에요… 적어보세요… 그래서 “집에
가는 거요”라고 썼다가 특수지도 받았던 기억이 갑자기 왜 떠올라.
그때는 내가 생각했던 내 꿈이라는게 없었나보다…
그냥 부모님이 시키는대로만 했을테니까…
아마 울 어무니는 대통령 하라구 그랬을 거다…
아부지는 사장 하라구 그랬고…
그나마 아부지의 꿈에 근접하고 있는 셈이네…
음…그러고보니 중학교때 메탈그룹에 반해서 기타리스트가 되겠다고
설쳤던 적이 있었군…
손가락이 짧아서 기타를 포기해야만 했을 때의 그 설움…
그래도 보컬리스트나 드러머는 어떻게 안되겠나 싶었지만…
문주란과 최희준을 섞어놓은 듯한 뭉실뭉실한 목소리를 갖고 있었던
관계로 보컬리스트 포기…
타고난 박자감각이 정상인보다 반박자 빨랐던 관계로 드러머도
포기…
아픈 기억만 줄줄이 생각나는군…
어쨌든… 이런 조직폭력배 비스무리한 회사에서 무능력한 봉대리로
살고 싶었던 적은 추호도 없었다…
지금 꿈은…?
피 부장을 몰아내고 하루라도 편하게 숨쉬는 거…
댑따 소박하지…
[피부장의 일기]
1/14 (금) 날씨 좇같군…
나 어떡해 너 갑자기 가버리면
나 어떡해 안녕이란 그 말은
누구몰래 다짐했던 비밀이 있었나 으아~
갑자기 왠 똥꼬로 박하사탕 빨아먹는 소리냐고?
아침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뭐 요즘에 인기있는 영화…
박하사탕이라나… 그 영화에 삽입된 노래라며 이 노래를
틀어주더라구…
제1회 대학가요제 대상곡… 나 어떡해…
그때 참 내가 대학신입생이었는데…
이 노래를 주인공이 부른다는 걸 보니 그 영화 주인공도 내 또랜가
부다. 아니면 말고.
이야~ 그때는 인간 피칠갑 진짜 순수했었다…
어차피 아부지 돈 많이 벌어놨으니까 내가 고생해서 돈 벌 필요
없다며 맥주에 파묻혀 살았으니까.
남들 죽어라 쫓아댕기던 데모도 안해봤고…
공부도 물론 열심히 안했지만.
그땐 내 꿈이 뭐였드라?
아부지 사채업 물려받는 거였든가?
아니야. 그때부터 나는 사채 같은 현물 장사에는 별로 눈이 뜨이질
않았드랬어.
아부지한테 맥주집 차려달래갖구 술이나 연일 퍼마시고 놀며 살고
싶었던 거 같다.
존두환이한테 아부지가 묘하게 걸려드는 바람에 집안이 난장판
되버려갖구 다 때려치고 요상한 회사에 들어오긴 했지만…
존두환이보다 더 뺀질뺀질한 대가리의 저 주전자 사장한테 굽신거릴라구
그렇게 열라 놀고 먹는 대학생활을 했었던 건 아닌데 말이지.
에휴~ 지금쯤 강남에 커다란 호프집이나 단란주점 사장으로 떠덩떠덩
하며 살아야할 인간 피칠갑이…
주전자처럼 생긴 사장 비위맞추며 싸구려 쏘주나 쫄딱쫄딱 빨고
있어야 하다니…
게다가 지금 꿈은 이사도 아니요… 상무 전무도 아니요…
저 구석자리에서 졸고있는 봉대리를 몰아내는 거로 전락해있으니…
댑따 열받는군…
만약 내가 내 맘대로 살 수 있었다면
나는 드러머가 되고 싶었다.
뭐, 괜히 좋아보였다, 그게.
현실은, 드럼은 실물로 구경도 못해봤지만.
코멘트 좋네요. “만약 내가 내 맘대로 살 수 있었다면” 정말 그럴 수 있었다면 난 과연 어땠을까?… 한참 생각해 봤습니다. 글 잘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