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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서른여덟번째

2007년 7월 4일

[봉대리의 일기]

1/13 (목) 비…싸래기눈…

아침부터 비가 부슬부슬…
올해 들어서는 비건 눈이건 뭐가 자꾸 많이도 내린다.
용띠 해라 그러나?
음력으로는 아직 용띠 해가 아닌데 초장부터 너무 설치네 용이.
낮에는 잠깐 눈이 싸래기처럼 내렸다. 우박도 아닌 것이.
날씨도 쌀쌀하고 바람도 차고 해서 오늘따라 자판기 커피를 자주
뽀바먹었는데,
우이 이 드러븐 놈이 백원짜리는 납죽납죽 잘 받아먹더니
오백원짜리를 덜커덕 먹어버리는 게 아닌가!!!!!!
뭐냐 이시키! 안내놔 오배권!!!!
레프트! 라이트! 어퍼컷! 스트레이트! 옆차기! 돌려차기!
응용가능한 모든 공격을 다 퍼부었지만 자판기는 요지부동.
동전투입구를 이빨로 물어뜯는 엽기성까지 보여주었으나 결국
오백원 환불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너무 기분이 나쁘니까 입이 돌아가더군…
자판기 앞을 처참한 기분으로 돌아나오는데 왠일로 피부장이 자판기
쪽으로 오는게 아닌가.
조 인간이 지화자 씨한테 심부름 시키지 않으면 커피 타주는 것만
먹을텐데 왜 갑자기 자판기를?
당연히 자판기가 오백원 먹었다는 말은 안했다.
흘끔 보니까 주머니에서 오백원을 꺼내고 있더군.
너도 동전투입구를 이빨로 물어뜯어봐라~

[피부장의 일기]

1/13 (목) 어이씨… 요즘 비 너무 자주와…

요즘 들어 나의 키트가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아침마다 밤새 내린 비로 도로 사정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뉴스를
들으니까 마누라쟁이 신경이 곤두서갖구.
키트는 얼어붙은 도로 위에서 최상의 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구먼.
그 튼튼하다는 벤쭈하고 정면으로 받았어도 키트는 우그러지지도
않았었는데 뭘…
음… 공연한 기억을 떠올리는 바람에 봉대리에 대한 원한이 새삼
사무쳐 오는군.
비가 오는 날에는 커피가 맛있다.
아침부터 일하는 시간보다 커피마시는 시간이 더 많을 정도로 커피만
줄창 마셨다.
젠장… 그랬더니 지화자 씨가 컴플레인을 걸었다.
부장니임!! 저는 다방 레쥐가 아니잖아요!!
당근빠따지… 어느 다방 레쥐가 이렇게 개판이겠어… 커피맛도
이상하게 타주는 주제에… 너 커피에 미원탔지…
이렇게 말해줄라다가… 에이 못생긴 여자 세상 살기도 힘들텐데…
그러는 심정으로 오랜만에 봐줬다.
그래 간만에 맛있는 커피 좀 먹어보자. 미원탄 커피 말고…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오백원 짜리를 들고 자판기루 갔다.
동전 투입구에 물이 조금 묻어있길래 손으로 슥 닦았다. 이슬이
맺힌 건가부다.
근데 이 씨부럴 자판기가… 오백원을 덜컥 먹어버리는게 아닌가.
어쭈구리. 니가 내 돈을 먹어?
내 돈 먹고 살아난 자판기가 없었어 여태껏.
레프트! 라이트! 어퍼컷! 스트레이트! 옆차기! 돌려차기!
돌려차기하다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 했다.
이노무 자판기는 나의 파상공격을 받고도 요지부동이었다.
오냐 그렇다면… 비장의 무기…
배치기!!!!!
그순간 덜커덕! 하는 소리와 함께 자판기가 오백원짜리 두 개를
뱉어냈다.
오잉? 따불로 갚아주네?
하여튼 커피는 못마셨어도… 오백원짜리 하나 생기니 기분은
째진다.
꽁돈 생겼는데 복권이나 하나 사서 긁어볼까?

SIDH’s Comment :
그러고보니 전에는 잠깐 사무실 바깥으로 나와서
로비에 있는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 뽑아먹는게 휴식이었는데
이 회사로 옮기고 나서 그런 게 없네.
하긴 원래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 성격이긴 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와 없다는 차이가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