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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마흔번째

2007년 7월 21일

[봉대리의 일기]

1/15 (토) 오랜만에 햇빛보며…

많은 회사들이 토요일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 회사…?
토요일 휴무는 커녕 일요일 근무를 실시하고도 남을 회사다.
연초에 임원 회의에서 결정난 울 회사의 신년 구호.
“회사가 결정하면 우리는 한다.”
여기가 무슨 노동당도 아니고…
오늘은 별로 할 일도 없고 어제 술먹은 것 땜에 기분도 별로고
그랬는데
갑자기 주전자가 (일명 사장)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점심을 산댄다.
옹? 왠일이래?
쾌재를 부르면서 따라나가자니 피부장이 눈에 시네루를 준다.
음… 쫓아오지말라는 신호로군…
괜히 말단까지 다 쫓아오게 만들 필요가 없다 이거겠지…
나가자구… 라고 말하는 주전자 앞에서 죄송함다… 약속이 있어갖구…
라고 얼버무렸다.
옹? 근데 왠일이야? 지화자 씨까지 다 좋다고 쫓아나가네?
봉대리 사무실을 사수해~
황대리가 외치며 마지막으로 사무실을 나갔다.
여기가 무슨 백마고지냐 사수하게.
갑자기 떨렁 사무실에 남겨지니까 무지하게 서럽네.
피부장 짜식이 왜 나만 비토하고 우르르 몰려나갔을까나?
평소에 나만 미오하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나 못지않게 미워하는 황대리는 끌고 나갔단 말이지…
새로운 각개격파 전술인가?
이럴 때일수록 약자는 뭉쳐야한다… 넘어가면 안된다 황대리~
그나저나 점심은 뭐 먹나.
집 앞에 분식집에서 라면이나 사먹어야 겠다.

[피부장의 일기]

1/15 (토) 해떴다…

부장급은 토요일 휴무 이런 거 없나 젠장…
뭐 나와갖구 일한대봤자 두세시간 앉아서 졸면 되는 거… 굳이 나와서
기름 없애, 체력 없애, 효율 떨어져… 이런 식의 토요일 근무를
왜 하는 거냐고요.
…라고 주전자 사장한테 말하면 바로 주전자 뚜껑 열려버릴테고.
그래도 오늘은 왠일인지 (나 입사하고 첨이다) 느닷없이 사장이
출근한 전 직원한테 점심을 사겠단다.
월렐레? 이게 왠일일까나?
직원 머리수가 몇 갠데 그넘들을 다 사줄라고 똥배짱을 부리지?
아그들은 좋다고 펄쩍펄쩍 뛴다. 그려그려 단순하게 그냥 좋아하면
그만이지.
머리가 좋은 나는 이놈의 주전자가 무슨 꿍꿍이인지 뒷다마 돌리느라고
어지러울 지경인데…
나가다가 갑자기 눈에 티가 들어갔는지 눈을 찔끔거렸는데
갑자기 봉대리가 약속있다며 안따라가겠다고 그런다.
잘됐다. 꼴보기 싫은 놈하고 밥먹으면 소화불량 걸릴 거 같았는데.
좋다고 울레불레 사장 따라갔더니 어? 골목이 이상해?
라면집.
사장이 사주는 라면 먹어봤어?
내가 떡이라도 넣어서 줬음 말을 안해…
미원넣은 신라면 한그릇 씩고 먹고 제가 먹어본 라면 중에서 젤루
맛있는 라면이었슴다 그렇게 굽신거려봤어?
이게 다 직장생활 하는 지혜라니까…
약속인지 뭔지 나가서 잘먹고 있을 봉대리가 갑자기 부러워지누만…

SIDH’s Comment :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송년회식이 있었는데
사장이 자기가 잘아는 곳이라고 신촌 어드메까지 전 직원 다 끌고 가더니
여기가 양을 많이 준다는 이유로 인원의 딱 절반분만 시켜서 먹고 만 적이 있었다.
사장이 계속 “아 여기 양 많다! 어 배부르네!”라고 외쳐대니 추가요~ 라고 배짱부릴 사람이 누가 있겠나.
잘 안다는 뜻이 우르르 몰려가서 절반만 시켜먹고 나와도 뭐라고 안한다는 뜻이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