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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마흔여섯번째

2007년 8월 12일

[봉대리의 일기]

1/22 (토) 어…눈왔어…

일거리 쌓아놓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지화자 씨가 괴상망칙한 비명을
질러댔다.
봉대리님 눈와요 눈~
어쩌라고 그래서.
창밖을 보니 오전내내 하늘이 인상 드럽게 구기고 있다가 눈을 조금씩
뱉어내고 있었다.
음… 어째 눈이 아니라 누가 위층에서 비듬 터는 것 같구먼.
토요일날 모처럼 회사에 늦게까지 붙어있었더니 벼라별 꼴을 다 당한다.
눈내리는 것도 보고…
토요일 오후에 눈이 내리면?
술먹자~
다행히 나와 맘이 통한 놈이 즉각 전화를 날려줬다.
어! 노자지 아냐!
아니 이짜식이… 니네 회사엔 여직원도 없냐 어디서 그런 험한 별명을
함부로…
알게 뭐야 반가와서 그런 건데.
마침 어제 소식을 들은 놈이 전화를 걸어줘서 댑따 반가웠다.
약속을 잡고 술을 먹으며 얘기를 해봤는데 그 우부장이라는 놈 싸가지가
개뿔이더만.
피부장보다 덜 지능적이라서 그렇지 하는 짓거리는 거의 비슷했다.
혹시 동창 아냐 그것들?
그노무 학교는 그런 것만 갈치나?
성기 녀석은 너도 고생하지 말고 차라리 나오라고 그러는데…
음… 생각은 해본다고 그랬다…
증말 이참에 피부장하고 연을 끊어봐?

[피부장의 일기]

1/22 (토) 흐리더니 눈 조금…

드디어 기회가 오고 말았다.
아침에 이사님이 말씀하시길 기획실에서 한명을 뽑아서 1년간 해외지사에
근무시킬 예정이란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영어 능통, 성실 근면한 사원으로 추천을 하라는
거다.
영어 능통하고 성실 근면한 사원?
우리 기획실에 그런 인간이 있었던가?
전유성 씨가 영어는 좀 하지만… 성실 근면이라는 차원에서는 영….
이사도 뻔히 기획실 상황을 알면서 왜 이런 걸 물어볼까?
그때 문득 떠오른 이름… 대리 봉달중.
이참에 봉대리를 해외로 뽑아내버리고 내 인생의 황금기를 맞아봐?
그런데 봉대리를 넌지시 흘려봤더니 이사의 반응이 알레르기성이다.
영어도 꽝이고, 누가 봐도 성실 근면하지 않은 그런 사원을 어쩌구
저쩌구…
음… 이 사람도 맨날 놀고 먹는 줄 알았더니 사람은 제대로 보고
있었구먼.
그런데 동석해있던 인사부장이 한줄기 서광을 내리꽂아줬다.
인사팀 모 사원이 영어 능통하고 성실 근면한데 이참에 해외지사로 보내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면 장래 써먹기 좋을 거라나.
기획실 인원에 적임자가 없으면 이 사원과 함께 엮어서 보내는 게
어떻냐는 거다.
이사 고민하기 시작한다. 다음 주까지 생각해보자고 하시는데… 내가
보기엔 마음은 움직인 거 같다.
그 인사팀 아그에다 봉대리를 끼워서 해외로 보내불면…?
그려… 이것이 새천년 나의 길이었다.
눈까지 내리는게 이런 내 맘을 알아주는 거 같군…

SIDH’s Comment :
직원들은 항상 이 더러운 회사를 나가서 내가 뭔가 해볼 것이 없을까를 찾고,
그 상사들은 저 일못하는 직원들 어떻게 정리해버리고 똘똘한 넘들만 데리고 일할 수 없을까 생각한다.

사실 서로 하고 싶은 데로 하면 딱 되는 건데, 둘 다 죽지못해하며 서로 얼굴 보고 산다.
이상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