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24 (월) 맑음
아침부터 피부장이 나를 보고 자꾸 게슴츠레 웃는다. 재수없다.
이번 기회에 아주 저인간하고 인연을 끊어볼라고 작정하고 있는
중인데 정을 줄라고 그러나?
하여튼 그 느글느글한 웃음에 흔들릴 이유는 엄따. 나는 내 갈 길을
가리라.
앤 디드 잇 마이~ 웨이~
이건 과거형이네. 오 요즘 영어가 좀 되는 걸.
오늘 중으로 성기 녀석하고 연락을 한번 취해볼라고 했는데 연락도
엄꼬 이녀석 드폰이도 감감소식이다.
어허 이런… 하기사 급한 일은 아니니.
그런데 황대리와 전유성이가 이상한 소식을 전해줬다.
이번에 기획실에서 한 명 차출해서 해외지사에 1년 정도 근무시킬
계획이 있다나?
어떻게 된 회사가 기획실도 모르게 일이 돌아가?
하여튼 기획실에서 해외로 나갈 사람… 뭐 누구 있을까?
이번에 제법 큰 프로젝트 때문에 그러는 거 같은데… 회사에서
젤루 중요한 부서인 기획실에는 뭐 쓸만한 인재가 있어야 말이지…
맹 피부장 떨거지 같은 것들만 주루주루 모여갖구는…
글타면… 계획 자체가 취소되거나… 겨우겨우 보낼 수 있는게
전유성 씨 정도 되겠구먼…
내가 갈 일은 없겠지?
[피부장의 일기]
1/24 (월) 맑았나?
아침부터 봉대리를 보고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냈다.
바로 쏠리는 표정을 짓더군. 나쁜시키.
그래그래 며칠만 참으면 네 역겨운 얼굴도 쫑이다~ 안니용~
설마 이사님이 마음을 바꾸시지는 않겠지…?
오늘 아침에도 일부러 쫓아올라가서 봉대리가 국내를 떠야만 하는
이유를 일장 설파했었는데…
이사 양복에 침을 튀겼다며 한방 먹은 것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뭐 그정도야 괜찮겠지.
아유 내가 이놈 자식 고과점수를 평소에 왜 이렇게 짜게 줬지?
뭐 소문이야 어떻게 나거나 말거나 일단 고과점수가 괜찮으면
사장 부사장 선에서 걸릴 위험은 없을텐데… 아무래도 걸릴 것
같단 말야… 하지만 이사라도 확실하게 내 편을 만들어두면…
글구 인사팀의 그 사원이 더럽게 유능하기 때문에 곁다리도 묻어가는
놈 하나 정도야 좀 삐리하면 어때.
만약 사장이 봉대리가 안된다고 하거나… 그러면…
주전자 물먹일까부다…
자기 팔자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대책없이 히죽거리기만 하는
봉대리를 보니 조금 불쌍한 생각도 든다.
음… 미운 정이라고 그래도 저놈 오래 지켜봤더니 섭섭하기는
할라나보다.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야멸차게… 엉덩이를 걷어차는 심정으로
쪼까내버려야지…
거 미국지사… 어디 흑인폭동 많은 지역에 위치하거나 그런 건
아닌가?
1년 있다 돌아오지 말고 아주 거기서 뼈를 묻어버리게…
꼴보기 싫은 직원 쫓아내려고 울릉도지사에 발령내고 뭐 그런 이야기는 우스갯소리로나 하는 건줄 알았었는데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있지도 않은 제주도지사를 새로 만들어서 직원들 발령내는 걸 보고
사람 사는 게 장난이 아니구나 라는 걸 절절하게 깨달은 바 있다.
그런데 그 직원, 제주도에서 1년 버티고 결국 본사로 금의환향(?)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