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31 (월) 맑았쥐…
비서실 미쑤 양에게 새로운 소식을 들었다.
그래도 역시 비서답게 회사 내에서 손꼽히는 미모를 갖추고 있는
종자라 가끔 추근거리곤 하였는데,
늘상 뵈기싫은 도마뱀이라도 되는 양 대하더니 오늘은 제법
상냥하다.
아침 잠이 덜 깼거나 약을 잘못 먹었나보다.
봉대리님 하마트면 못뵐 뻔 했네요~
와이?
이사님이 봉대리님 미국으로 발령낸다고 하셨었는데~
쏘데쓰까?
지난 번에 얼핏 듣고 흘려버렸던 그 일이 그렇게 번졌더란 말인가.
어째 지난 주말 피부장 표정이 드럽더라니 그것때문이었나?
나를 미국으로 쪼까낼라고 그랬단 말이지… 이요오 피부장…
고단수를 썼군 모처럼…
그러나, 뭐 미국으로 발령냈으면 내가 호락호락 미국으로 보따리
싸서 떠날 줄 알았남?
벤처기업을 준비중인 노자지… 아니 안성기라는 친구가 있다 이거야
나는…
요노무시키가 그러고보니 요즘 통 연락이 없네. 내일은 전화나
한번 쌔려봐야겠따.
어쨌든 피부장의 소원대로 조만간 피부장의 눈에서 벗어날테니~
웬수한테 좋은 일 한번 하는 셈이로세~
나 천당 갈 수 있겠지~
[피부장의 일기]
1/31 (월) 맑았던가…
금요일의 충격이 오늘에야 조금 깨어나는 기분이다.
토,일은 일기도 제대로 못쓸 정도로 비몽사몽 하루를 보냈다.
벌써 2000년도 1월이 다 가고 있다.
봉대리를 쪼까내겠다는 커다란 계획엔 실마리가 보이지도 않는데
벌써 1년의 12분의 일이 지나가다니.
좀더 쌈빡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설 연휴에 어디 교통사고라도 나서 영영 이별이라도 했음 딱
좋겠지만…
에이 재수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말이 씨가 된다고 내가 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는데.
말나온 김에 설연휴에 내려갈 계획이나 세워보자… 4일부터 연휴네?
어? 근데 일요일 하루 묵었잖아? 아까뷔~
그럼 일단 3일날 내려가는 걸로 하고…
늦게 내려가면 막힐테니 아침 일찍 출발해야쥐~
회사는~?
부장 좋은게 뭔데~
어차피 사장이나 이사도 회사 없을텐데 뭘~
봉대리 놈은 집이 시골도 아니고 경기도면서 꼭 명절때만 되면 일찍일찍
퇴근한단 말야…
이번엔 핸드폰으로 수시 체크해가면서 확실하게 회사에 붙잡아놔야
되겠다…
그리고 연휴 끝나고 제대로 보자고…
해마다 달력이 나오면 항상 들춰보는게 설날 연휴와 추석 연휴가 어떻게 (언제가 아니고) 되는가 였는데
올해는 추석 연휴가 제법 삼삼하게 붙어있네.
대신에 설 연휴가 아주 지저분했던 기억이…
이런 식으로 쌤쌤을 만드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