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6 (목) 구질구질 비…
아침부터 비가 오는건지 아닌건지 되게 헷갈렸다.
우산을 들고 가느냐? 마느냐?
테레비 켜서 일기예보를 들어보니 오락가락하다가 오후부터
추워진단다.
음… 올해 겨울도 추웠다네 로군.
거 안숑기가 나오는 그해 겨울은 따땃했네 라는 영화가 지난 겨울만
해도 참 실감이 났었는데… 올 겨울은 유달리 추운 거 같다.
추워서 비가 안오나, 하여튼 비가 안오길래 일단 맨손으로 나왔다.
추워진다는데 설마 퇴근할 때 비가 내리겠어? 와두 눈이 오겠지.
어제 야근한 탓에 잠이 모자라서 비리비리 출근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니까 잠이 확 깼다. 회사에서는 이런 효과를 노리고 정책적으로
히터를 꺼버린 모양이다.
사무실 의자에서 덜덜덜 떨다가 미끄러져 떨어져봤어?
일단 당한 망신은 망신이고 왜 히터를 꺼버렸는지 따질라고 총무팀에
뛰어올라갔더니 요놈들은 전기난로 떼고 있다. 죽일 놈들.
뭐 오늘 보일러 점검 관계로 잠깐 멈추기로 했었다나. 아니 그럼
미리 방송 띵동~ 해갖구 알려줬어야 할 거 아냐. 지들끼리만 알구
전기난로 구비해놓으면 다냐고.
왜 꼽냐? 라는 눈으로 꼴아보는 주차장 때문에 꼽기는 했지만 그냥
돌아나오고 말았는데,
하여튼 총무팀 하는 꼴이 영 맘에 안든다. 특히 주차장… 요즘 들어
회사에서 욕먹을 짓은 골라가며 하는 걸 보니 삼촌들 (사장, 부사장)
닮아갈라구 작정을 한 모양이다. 삼촌도 아주 먼 삼촌뻘이라던데…
그렇게도 인연이 되서 회사에 낑겨있으니 원.
나는 어디서 회사 차려서 먹고 사는 삼촌 없나?
작은 아부지는 알콜중독으로 병원 신세 지고 있고…
아부지 사촌동생들은 시골에서 농사 짓지 않으면, 서울에서 구멍가게
차려서 먹고 사는 분들이 대부분이니…
2000년 벽두부터 비참한 현실만 돌아보게 되누만…
[피부장의 일기]
1/6 (목) 비가 오는건지 마는건지…
아침에 날씨가 쌀쌀해지는게 이거 장난이 아니었다. 또 추워질라는
모양이다.
얼어죽으면 나만 손해이므로 뻘건 내복까지 착실하게 껴입고 빵야빵야
출근했다.
근데 오옹? 아침에 잠깐 따신 기운만 전해주던 히터가 안나와부러야?
춥다며 무슨 바이브레이터처럼 떨던 봉대리가 의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괜히 씩씩거리며 총무팀으로 뛰어올라간다.
지화자 씨 앞에서 저렇게 바이브레이터를 연상시킬 정도로 흔들어대면
괜히 흥분시키기만 하고 안좋을텐데…
하여튼 다녀온 봉대리 왈, 보일러를 점검해야한다나? 퇴근시간 쯤엔
틀어준단다.
평소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바이지만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회사의
무식한 처사에 이빨을 갈지 않을 수 없다. 한 겨울에 보일러를
점검하겠다는 건 무슨 발상이냐?
아마 구청에선가 어디선가 소방안전점검이거나 하여튼 그딴 거 한다고
찝적거리기라도 한 모양인데 젠장 얼마 쥐어주고 말지… 이 쌩겨울에
보일러를 정지시킬 생각을 해? 하려면 다 퇴근시키고 밤에 하던지…
지그들 야근하기 싫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썅개뿔…
나이는 아직 마흔도 안된게 주차장… 까부는게 너무 심하다…
멀고도 먼 삼촌뻘 사장 부사장 믿고 부장 이사들도 안하무인격으로
맞먹어버리는데…
황대리 술좀 멕여주고 그때의 그 환상적인 날라차기를 좀 배워서…
조만간 주차장에게 써먹어야겠다.
다리부터 찢어야 되나? 그 자세가 쉽게 나오는게 아니던데.
군대에서 훈련 받을 때 샤워장 타일바닥에 비눗물 뿌려놓고 위에서
고참들이 내리누르는 바람에 다리를 확실하게 찢어놓기는 했는데
지금은 세월이 많이 지나서.
하여튼 주차장… 조만간 내 앞에서 눈부터 팍 내리깔게 할꼬다.
웃길라고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의자에서 떨어진 적이 있었다.
가끔은 나도 인생이 슬랩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