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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여든세번째

2009년 8월 2일

[봉대리의 일기]

10/30 (월) 맑은 편

어느덧 2000년이 저물어갈라구 그런다.
벌써 10월이 막바지에 오다니…
경제상황은 연일 어려워져만 가는 듯 한데 그래도 울 회사는 꿋꿋이
잘도 돌아간다.
뭐, 그것도 기획팀이라고 펜대 굴리는 내 생각에 불과하고
현장에서 영업뛰는 사원들은 입에서 게거품을 물고 있을지도 모르지.
일단 숫자놀음상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보이니 뭐…
병원에 입원한 사장님 맘편하게 누워있을만 하다.
아직도 그놈의 문병행렬은 끊이질 않누만.
총무팀에서는 아예 팀별로 여직원 한명씩 차출해서 사장님 병실에서
간호를 도우라는 획기적인 발상까지 했던 모양인데… 추진과정에서
사모님의 제지로 취소되었다고도 하고…
암튼 회사 직원들을 무슨 자기 개인 비서쯤으로 생각하는 그거…
문제있다구.
전산실 김대리 말을 들어보면,
전산실 과장/대리들은 회사 간부가 한명씩 할당되있다 그러더라구.
그래서 사장이나 부사장이나 전무님 집에 컴퓨터 고장나면 고쳐주러
출동한다나.
회사 컴퓨터도 아니고 개인 집에 있는 컴퓨터를.
두 달만 개기면 진짜 21세긴데 말이지, 이런 전근대적 회사에 내가
계속 몸을 담고 있어야 되나?
내가 나가도 받아줄 회사가 없어서 그렇지…
젠장 경제는 왜일케 어렵냐고…

[피부장의 일기]

10/30 (월) 맑았다

10월도 거의 다됐구나.
달력을 보니 11월이 얼마 안남았더라.
옛날에 한장씩 뜯는 달력이 있었으면 한결 얄팍해진 달력의 두께를
느끼며 세월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쓰기도 좋았고)
그나저나 사장님 쓰러진지 꽤 됐는데,
내 생각엔 지금쯤 털고 일어나도 아무 상관없을 것 같은데,
이 인간이 안일어나네.
아주 휴가를 장기로 쌔리겠다는 심보 아냐 이거?
옛날 같으면 그룹 총수 눈치보느라 이렇게 똥배짱 못부릴텐데
사실 아직도 묶여있긴 하지만 법률적으로 그룹에서 독립했다 이거지?
아주 만끽을 하는구만.
그래, 일하기 싫으면 일 안하면 되지 뭐. 사장이 그래서 좋은 직업
아닌가.
문제는 지 혼자 일 안하면 되지 왜 문병오라마라 하면서 남들까지
일 못하게 하냐고.
안그래도 바삐 뛰어야되는 이 중요한 시점에…
올해는 신입사원도 안뽑을 거라고 하드만.
뽑아도 여직원만 뽑는다나…
(인사팀장은 여직원에 무슨 한이 맺혔나…)
사장 나자빠져도 잘 굴러가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 영…

SIDH’s Comment :
전산실 직원들이 회사 높은 분 개인컴퓨터(회사에서 쓰는 컴퓨터가 아니라, 집에서 쓰는 컴퓨터)를 하나씩 맡아서 A/S해주는 이야기는
H백화점에 있을 때 실제로 본 이야기를 조금 과장한 것인데
모그룹 특유의 약간 무대뽀스러운, “까라면 까” 비슷한 정신세계를 가진 높은 분들이 많은 탓이라면 탓이겠지만
그 비슷한 정신세계를 가진 분 중 하나가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라시던가. (물론 그 모그룹출신)
그 회사 다닐 때나 지금이나 세상이 먹먹~한 건 비슷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