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2/15 (화) 맑은데 졸라 춥구마.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신입사원이 출근을 한댄다.
뭐 그인간 오거나 말거나 사무실이 별로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피부장이 아침부터 지랄하기 시작했다.
말끝마다 신입사원이다.
아니 이렇게 일해놓고 신입사원한테는 일 똑바로 하라고 말할 거야?
이따위로 놀고 먹으면서 일하면 신입사원이 뭘 배우겠어 엉?
이노무 신입사원 오기만 하면 다리를 똥강 뿐질러분다.
아직 화요일인데 담주 월요일까지 이 수모를 멀쩡한 정신으로 참고
견딜 수 있을지 상당히 의문시되고 있다 현재.
아니지 담주 월요일로 끝나는게 아니지.
신입사원 앞에서 깨질 거 아냐 앞으로?
전유성 씨나 지화자 씨 앞에서 깨지는게 슬슬 익숙해질만 하니까…
베라먹을 노무 회사 같으니…
어쨌든 전유성 씨는 황대리가 사수니까 이번 신입사원은 내 밑으로
주겠지? 설마 오과장 밑으로…?
오과장 일은 혼자 해도 무리가 없는 일인데… 걔는 혼자서도 잘해요~
꺼야 꺼야 할꺼야~ 혼자서도 잘할꺼야~
나는 혼자서는 일 못해~ 엉엉엉~
장기적으로 편하려면 잠시의 쪽팔림은 이렇게 감수할 필요가 있다.
어디서 덜떨어진 놈 같은 녀석이 나타나기만 해봐라…
옆구리를 걷어차버릴테니…
[피부장의 일기]
2/15 (화) 맑은건지 원…
인사팀으로부터 신입사원이 담주 월요일 올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음… 그러면 봉대리 부사수가 되는 건가?
저놈시키 편해지겠네… 앞으로 내가 일 시키면 다 신입사원한테
떠넘길 거 아냐…
흥 내가 그 꼴을 잠자코 볼 줄 알고… 존만에…
오늘부터 봉대리 길들이기를 시작했다.
말끝마다 신입사원을 걸고 넘어지면서 스트레스 엄청 줬다… 앞으로
신입사원 출근하면 봉대리한테 화장실에서 깨나 얻어터지겠구먼.
그거야 내가 알바 아니지~
나는 그저 봉대리 깨는 즐거움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 봉대리를 신입사원때 확실히 휘어잡지 못한 것이
지금의 이 비극을 낳았다고 보여지므로…
봉대리를 활용하여 신입사원 길들이기까지 하겠다는 놀라운 포석…
바둑계에 입문해야겠다.
근데 걱정꺼리 하나는 새로 올 신입사원이 성이 모씨야 씨벌…
안그래도 피부장 봉대리 지화자… 어디서 흔하지 않은 성씨들은
기획실에 다 모아놨다고 뒷소리 듣는 판국인데… 이번엔 모씨야?
아니 그래 그 흔한 김씨 이씨도 없냐 우리 사무실은?
윽… 글쓰다말고 흥분했더니 허리가 아파온다…
망할 놈의 키트가 고속도로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빨리 새차를 구해야될텐데…
엊그제 우연찮게 십여 명의 구직자들을 면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엄청 공부한 티가 팍팍 나는 답변, 잔뜩 긴장해서 굳은 얼굴, 가지각색의 복장과 태도 등을 보면서
참 인생 사는 것이 왜이리 어렵단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 사람들은 면접을 인생의 마지막 관문으로 여기고 줄기차게 달려왔겠지만
신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직장에 발을 들이는 순간이 다시 새로운 시작이라는 진부한 사실을 알고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