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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여든다섯번째

2008년 1월 13일

[봉대리의 일기]

3/31 (금) 날씨 나쁘다가 좋군

며칠전에 인터넷 쇼핑몰로 휠 마우스를 하나 주문했었다.
글쎄 며칠 뒤면 차고 나갈 자리인데 마우스를 바꿀 필요가 있겠나
싶었다가…
한달은 더 있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당장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뭐 큰 돈은 아니지만 눈딱감고 사버렸다.
오늘 택배로 들어왔다.
시중에 떠돈지 오래된 제품인데 컴맹이나 마찬가지인 우리 사무실
사람들은 신기해하면서 쳐다본다.
이야 정말 신기하다 이거. 손가락으로 달달 돌리면 되네?
황대리가 특히 오바하며 신기해했다.
짜식이… 그런다구 써보게 해줄 줄 알구? 때타 임마.
요즘은 무선 휠마우스도 인기던데…
전유성이가 또 초를 치는군. 하여튼 조금 줏어들은 게 있는 놈들은
안된다니까.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으려니 결재 들어갔던 피부장이
들어오다말고 끼어들었다.
뭐야?
아, 봉대리가 휠마우스를 하나 구입해서요, 구경하고 있습니다.
뭐야 그거? 좋은 거야?
아 예! 좋은 거구 말구요!
또 황대리의 오바.
피부장 휠마우스는 만져보지도 않고 이리저리 살펴보기만 하더니
한마디 툭 던진다.
내 꺼랑 바꿔놔.
뭐 이새꺄?
…라고 말했을줄 알았지?
아니 부장님 이건 제 돈으로 산건데요. 전산실에서 나온 게 아니고…

누가 뭐래. 바꿔놔.
말이 안통하는 물건이로군.
큰 돈 안들였기에 망정이지 몇십만원 꼴아박았더라면 졸라게 억울할
뻔 했다.
잔인한 달은 4월인데 3월이 왜 이렇게 뻑뻑해 이거…

[피부장의 일기]

3/31 (금) 따시고 좋네!

모처럼 결재 들어갔다가 깨지지 않고 나왔다.
(칭찬을 기대하지 않게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 결재받으러
간 자리에서 인간 피칠갑은 득도한 도사의 초연한 자세)
기분 좋게 사무실로 들어왔더니 봉대리 자리에 모두 모여앉아 쑥덕
공론에 여념이 없다.
아니 이 지랄할 것들이!
뭐하는 짓들이여!
판을 깨놨더니 인간들 표정이 대번에 굳어진다.
내가 이 맛에도 회사를 다니지.
아, 봉대리가 삘마우스를 구입해서요,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삘마우스가 뭔지는 모르지만 뭐 좋은 건가?
이리저리 봐도 뭐 별것도 아닌거 같고 생긴 것만 조금 미끈하게 잘
빠진 것 같다.
잘됐네 요즘 내 마우스가 쥐약을 먹었는지 잘 안굴러가던데.
내 꺼랑 바꿔놔.
봉대리 한바탕 들이받을 줄 알았는데 얌전한 걸 보니 아마 싸구련가
부다.
아무리 강호의 도덕이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좋은 제품을 부장이
먼저 써야지 대리가 먼저 쓰면 되나?
그리고 짜식 찍힌 주제에 뭔가 사려면 지꺼 내꺼 한꺼번에 구입을
해야 남은 회사 생활 편하게 살지…
가만있자 근데 이거 어떻게 설치하는 건가?
컴퓨터를 뜯어야 되나?
봉대리 이리와서 설치해봐~!

SIDH’s Comment :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했을 때만 해도
사무실 업무가 완전히 전산화되지는 않았을 때였다.
젊은 직원들(대리급 이하)이야 PC로 문서작성하는게 익숙했지만,
차장급 이상 올라가면 PC가 그냥 장식용에 지나지 않더라는 거.
그런데도 컴퓨터를 구입하면 항상 가장 좋은 사양이 높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게 이해가 안되더라.
(물론 간혹 양심적인(?) 높은 분들은 자기는 PC 쓰지도 않으니까 다른 직원한테 좋은 거 주라고 말씀하기도)

그리고 그때 느낀 건데
그런 분들이 바탕화면은 꼭 젊은 처자 비키니 사진이었더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