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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여든여섯번째

2008년 1월 13일

[봉대리의 일기]

4/3 (월) 날씨 좋아좋아…

날씨가 포근하고 좋아지는 걸 보니 역시 봄은 봄인가부다.
4월은 잔인한 달~
E.T 친구가 이런 소리를 했다는데 뭐 확인된 바는 없고.
오랜만에 사무실에 보험 아줌마가 한명 찾아왔다.
아줌만지 아가씬지 모르겠지만 아줌마라면 미씨족이겠지.
아이구 다리가 얼마나 늘씬하던지…
뭐 사은행사 어쩌구 하면서 꽃씨랑 화분을 나눠주더만…
얼굴만 좀 이뻤으면 내 웃으며 받아줬는데… 보험 아줌마도 젊은
여자 뽑는 김에 이쁜 것도 좀 골라잡자!!!
하여튼 꽃씨라구 받아놓고 사무실 책상에 올려놓으니 기분이 좀
그렇드만.
국민학교 다닐땐 꽃씨 문방구에서 파는 거 사가지구 집 앞 흙바닥
파서 심어두 보구 그랬는데 말이지.
(몇번 시도한 끝에 겨우 싹이 튼 걸 퇴근하던 아부지가 밟아서…
그날이 내가 첫번째 가출한 날이었다)
새록새록 옛날 생각도 나고 좋구만…
내일 점심시간에 어디 나가서 흙이나 파와 심어봐야겠다.
그런데… 울 회사 근처에 흙 파올만한 곳이 어딨더라…?
……………?
없는가보군.
뭐, 좀 멀리 가보더라도 찾아봐야지… 기왕 결심한 건데 말이지…

[피부장의 일기]

4/3 (월) 봄날씨네…

회사 보안이 자꾸 빵꾸가 나고 있다.
머리 벗겨진 수위의 나머지 머리마저 잡아당겨 벗겨버릴라…
그래도 오늘 들어온 보험 아가씨는 좀 낫지.
저번에 들어온 지도 아저씨는 진짜 짜증 왕창 나더구만.
하여튼 허벅지 터진 미니스커트의 보험 아가씨… 고마워 고마워.
(허벅지만 보면 맨날 빵꾸나도 좋아좋아… 얼굴은 많이 받쳐줘야
쓰겄드마)
뭐 사은행사 어쩔시구리 하면서 딱지를 긁어보라구 내밀길래
상품이 뭐뭐 있어?
네 꽃씨하구요 화분하구요 열쇠고리하구 있어요.
졸라… 아가씨 빤쭈나 주면 좋겠구만…
득득 긁었더니 꽃씨 당첨됐다.
꽃씨를 어따 쓰나. 해바라기씨는 집어먹기라도 하지.
해바라기씨는 없어?
어머 해바라기 좋아하세요? 없는데…
못생긴게 새콤한 표정 짓지마 이년아. 넘어올라 그런다.
해바라기는 뭐 별루고… 먹을라구.
해바라기씨를 먹겠다는데 왜 째려봐 씨.
하여튼 뭐 나팔꽃씨라구 주길래 이것도 먹을 수 있나 없나 한참
고민하다가… 그냥 지화자 줘버렸다.
(받으니까 좋다고 지화자! 그러더군)
벌써 4월이네 에구구~

SIDH’s Comment :
이 글을 쓴 날 실제로 허벅지 터진 미니스커트 입은-_- 보험아가씨가 사무실에 방문해서 꽃씨를 주고 갔었다.
아마 식목일이 다가오니까 인사도 하고 선물도 주고 겸사겸사 그렇게 한 거 같은데
그동안 직장생활하면서 보험아줌마/아가씨/아저씨 많이 겪어봤지만 참 오래 기억남는 사람이다.
꽃씨가 아니고 허벅지 터진 미니스커트 때문에-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