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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여든아홉번째

2008년 1월 27일

[봉대리의 일기]

4/7 (금) 황사…

요즘 들어 금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금주…라니까 술을 안먹는 걸루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게 아니고

금요일이면 술을 먹는 현상…
아침에 눈을 딱! 떠서 아! 오늘이 금요일이지! 라는 생각이 들면
출근할 때부터 누구랑 술먹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전에는 편했다. 싸랑하는 황대리가 곁에 늘 있었기 때문에.
근데 황대리 마누라가 임신한 이후로 이노무시키가 집에 일찍일찍
들어가는 바람에 좋은 술친구를 잃어버렸다.
마누라가 임신했다고 일찍 들어오라디?
묵묵부답이다.
저 뺀질거리는 전유성이는 금요일밤이면 뭐 스터디가 있다나
그러면서 휘리릭 사라져버리고.
윗사람들하고는 별루 술먹고 싶지 않으니 빼고…
다른 사무실을 전전해봐도 마땅한 사람이 없고…
결국 오늘도 금단현상에 몸을 떨면서 부들부들 기어서 집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가…
고민하던 차에 전산실이 회식한다고 우르르 몰려가는 게 눈에
띄었다!
야 거기 서! 나도 꼽사리 낄꺼야!!
…남의 사무실 회식에 꼽사리 낀 게 어디 한두번인가.
이렇게 오늘도 전산실 회식에서 쏘주 네병 깨부수며 즐거운 금요일
밤을 보냈다.
전산실은 여직원이 없어서 회식이 참 편하다니깐…
바로 룸으로 가도 되잖아…
으아으아~ 뜨거운 금요일밤~

[황대리의 일기]

4/7 (금) 뿌옇다

기분도 꿀꿀한데 날씨도 황사 때문에 뿌옇다.
황사 때문에 뭐 구제역인지 뭔지가 발생했다지?
봉대리가 개구리는 구제역에서 안전하냐는… 지극히 썰렁한 유머를
구사하다가 나한테 맞아죽을 위기를 넘겼다.
머리 굴려서 내놓는 유머란 것들하곤…
저 놈은 오늘밤도 술먹을 궁리에 여념이 없구먼.
옛날엔 금요일밤이면 저놈하고 뭉쳐서 기본5차까지는 삐뚤어지게
마시곤 했었는데… 이젠 그 짓도 못하고…
남들이 보면 마누라한테 딱 잡혀서 산다고 그러겠지만…
천만에 말씀… 조마조마한 내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 마누라… 알콜중독 초기…
술을 안먹으면 벌벌벌 떨면서 심각한 금단증상을 보인다…
지금 뱃 속에서 애가 새록새록 크고 있는데… 거기다가 술을 들이
부어버릴 수는 없는 일…
해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내가 집으로 쫓아들어가 감시하지 않으면…
이 여편네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낮에 마시면 어떡하냐고…?
이 여편네가 오래 술을 마시다보니… 낮술은 절대 안마신다는 철칙을
하나 갖고 있다… 그건 참 편하드만…
그리고 낮에는 술이 별로 땡기지도 않는단다…
해만 떨어지면… 벌벌벌 떠는데…
대학시절부터 그런 모습 많이 봐왔지만..
요즘처럼 겁에 질려 그 모습을 바라본 적은 없었다…
모르겠다… 어느 한계점을 넘어가면 낮에도 술을 까고 있을지…
그래도 그때쯤에는 배도 어느정도 부르고 했으니 지도 생각이 있으면
술을 마시지는 않겠지…
……아니다 모른다…
무지하게 불안하구먼…

SIDH’s Comment :
옛날에는 정말 금요일이면 술을 먹었었다.
그러다가 금요일이면 항상 술 약속이 생기니까 약속을 잡을 때 미리미리 금요일말고 다른 날 잡게 되고
그러다보니 요즘은 오히려 금요일이 한가하다.
물론 요즘 한가한 이유는 정작 같이 술먹을 사람이 없어서…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다들 시집장가 가더니 나랑 놀아줄 생각들은 없는 거 같구먼.
술 좋아하는 마누라를 얻어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