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5/19 (금) 비
아침에는 그저 흐리기만 하더니,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날씨가 심상치 않았을 때 감을 잡았어야 했는데…
뭐,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다나.
10층을 꾸역꾸역 올라다니느라 다리 부러지는 줄 알았다.
젠장… 기왕 고장날 거면 말이지, 나하구 다른 여직원하고 단둘이 타고
있을때 딱 고장이 나서…
엘리베이터 덜커덩! 정적…! 암흑……!!
……으흐흐흐흐흐….
이게 좋잖아. 젠장 다리품만 팔고 이게 뭐야.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사장님은 8층에 있는 사무실까지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아 회사 로비에서 발길을 돌려 그냥 퇴근해버렸다는 소문이…
정말, 그러고보니 오늘 사장님을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사장 좋구나야~ 맘대로 퇴근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하여튼 점심도 시켜먹고 (배달하는 짜식이 아주 우릴 죽일듯이 노려보더군.
쌩까줬지) 가급적 사무실에서 안나가고 버틸라고 그랬는데,
이누무 피부장은 계속 4층 노조에 가봐라… 5층 자재부에 가봐라… 3층
전산실에 가봐라… 난리를 까더군…
전유성씨는 지하 시설반에 가보라는 말에 현기증 증세를 보이기까지…
인간이 아냐 인간이…
엘리베이터 내일은 고쳐질라나… 쩝.
[피부장의 일기]
5/19 (금) 비 좔좔
아침 출근길, 즐거운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이게 고장났단다. 경비아자씨가 티꺼운 표정으로 다가와서 말해줬다.
아니 그렇다면 10층 사무실까지 걸어가야 된단 말입니까?
그거야 댁의 사정이지 난 모르우~
엇쭈 이 사람이 문어체(文語體)를 구사해?
1층 올라가고 헥헥거리고 1층 올라가고 헥헥거리고…
10층까지 올라오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땀이 범벅이 되고 다리는 알이 배긴양 비틀비틀 힘을 줄 수가 없는데…
저것들은 아직 젊고 팔팔한 나이라서 그런지 별로 힘겨운 기색도 없네.
그래 두고보자.
사방에 전화를 걸어서 일거리를 마구마구 만들었따.
봉대리! 노조에 가서 지난 협상안 확인 좀 해보지!
그거 전화로 확인하면 안될까요?
이 짜식이… 노조를 존중하는 회사답게 직접 찾아가란마랴!
우리 회사가 언제부터 노조를 존중했는지는 모르겠지만서두.
황대리! 자재부에 가서 재고량 파악된 서류 있으면 있는대로 가져와!
그거 그냥 전화로 불러달라고 하면 안될까요?
서류 뭉텡이를 다 들고 오란 마랴~ 이 짜식이 빠져가지구…
지화자씨! 전산실에 가서 마우스패드 하나만 얻어와!
전유성씨! 시설반에 가서 드라이버 하나만 빌려와!
사방으로 직원들을 내몰았더니 퇴근시간에는 모두 파김치가 되어있었다.
이 맛에 높은 사람 하는 거야 씹새들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여러층을 오르락내리락해야되는 회사를 아직 다녀보지는 못했고
예전에 다녔던 회사가 7층에 있어서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면 출퇴근이 좀 짜증났던 상황은 있긴 있었다.
(그나마 3층도 밖으로 이어져있어서 좀 덜했지만)
지금 사무실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에서 2층 3층을 같이 쓰는데
일 때문에 2층 3층 오르락내리락하면 조금 짜증날라그런다.
화장실도 3층에 있잖아 그러고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