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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다섯번째

2008년 3월 23일

[봉대리의 일기]

5/9 (화) 날씨 이상.

날씨도 흉흉한데 사무실에도 흉흉한 바람이 한바탕 불었다.
아침 회의에 피부장이 왕창 깨지고 왔다.
뭐 늘상 깨지는 게 일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 않느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좀 새삼스러워야했다.
전에는 늘 일로 깨졌는데… 오늘은….
“기획팀에서 사무용품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라는 이유였다.
혹자는 그것이 총무팀 주차장과 피부장의 파워게임의 시작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피부장 혼자 생각일지도)
총무팀에서 자료 요청할 때마다 기획팀에서 제일 늦게 전달해주기
때문에 총무팀 미쓰 양이 벼르고 벼르다가 벌인 드라마라고 칭하기도
했다.
워쨌든 결론은 버킹검… 아니 집합이었다.
내가 이 짬밥에 문방구 땜에 욕먹어야겠냐? 엉?
피부장은 길길이 날뛰고 덩달아 형광등도 껌벅거렸다.
(갈아야되겠다. 수명이 다했나벼)
하긴 나같아도 볼펜 몇자루 복사용지 몇박스 가지고 욕먹으면
피곤하기는 하겠다마는.
그런데 문제는 지금 지화자 씨의 책상에 가득 차있어야할 각종
사무용품들도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누가 이렇게 낭비를 하는 거야, 엉?
피부장은 거품을 물었고 덕분에 우리는 팔자에 없는 사무실 수색(?)을
당해야했다.
피부장은 손수 우리들의 책상 서랍을 모두 까뒤집어서 누가 꼬불쳐
놓은 사무용품이 없나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내 책상에서 복사용지 한포가 나와 응분의 댓가를 받았다.
(복사용지 뭉텡이로 맞아봤어?)
젠장 집에 프린터용으로 쓸라고 꼬불쳐놨는데 하필 오늘…
황대리는 볼펜을 색색별로 한갑씩 가지고 있다가 볼펜으로 머리를
찍히는 일제시대형 고문을 당했다.
전유성씨는 포스트잇을 잔뜩 가지고 있다가 코를 잡아뜯겼다.
그래도 과장하고 여직원은 안건드리더군. 우리만 뭐야 맨날.
근데 솔직히 낭비는 지가 젤루 많이 하지 않나?
잘 쓰지도 않는 볼펜… 글쓸 때만 되면 찾더라. 맨날 쓰고 어디다 버리는겨?

[피부장의 일기]

5/9 (화) 날씨 조깠다…

아침 회의에서 황당한 일을 당했다.
총무팀 주차장이 어쩔시구리 사장한테 뭐라 속닥거리는 장면을
우연찮게 목격했을 때부터 분위기가 나빴는데
느닷없이 부사장이 비용절감 어쩌구… 하는 소리를 시작하는 것이다.
젠장 비용얘기가 나오면 기획팀이 총대 메야되잖아.. 근데 아직
울 회사가 투자하거나 해서 손해본 것은 없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부사장이 뒤통수를 날렸다.
작은 거부터 아끼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니까. 예를 들어
사무용품비 같은 거를 보라고… 기획팀! 다른 부서에 비해서 두배나
많이 썼어 벌써. 이렇게 해서 되겠어?
어머나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사무용품비 통계 내가며 써봤어야 반박을 하지.
(그거야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하여튼 말같지도 않은 사무용품비로 한바탕 눈물빠지게 혼나고나니
세상이 달라보이더만.
오냐 이놈들 다 내손에 죽었다.
사무실로 내려와서 일단 집합부터 시킨 뒤 한바탕 살풀이를 벌였다.
한바탕 했더니 아침 먹은 거 소화 잘되네.
있는대로 조져놨더니 사무실 분위기도 쥐죽은 듯 한게 아주 맘에
든다.
근데 도대체 누가 이렇게 사무용품을 마구 쓰는 거여?
아무리 내가 볼펜이나 플러스펜 등을 한번 쓰고 책상 서랍에
넣어놓고… 그리고 다시 새로 달래서 또 쓰고 넣어놓고… 이게 버릇이
되있다지만 그게 얼마나 하겠어?
이면지 뵈기 싫어서 매번 새 종이로 프린트하라고 하는 것도 얼마나 되겠어?
하긴 잘못 찍은 서류는 내가 다 찢어발겨버리니까 이면지할 것도 없지만서두.
주차장의 음모야 음모… 나쁜 놈 같으니…

SIDH’s Comment :
회사를 다니다보면
가끔 야 뭐 이런 걸 갖고 지랄이냐? 싶을 때가 가끔 있는데
실제 사무용품 가지고 사장인가 부사장인가가 직접 뭐라고 한 적이 있었더랬다.
속으론 그렇게 할 일이 없으셔? 라고 쏘아붙여주고 싶지만
뭐 직원들이 죄다 자기들 돈 뜯어먹는 도둑넘들처럼 보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