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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마흔아홉번째

2008년 12월 21일

[봉대리의 일기]

8/23 (수) 맑음

사무실이 한바탕 난리가 났다.
어제 뽀꼬라나 퍼커라나 하는 양코쟁이한테 모주라 씨가 통역을 너무
잘 해준 탓에,
특사부(특별사업부)에서 모주라 씨를 탐내기 시작했다.
아침엔 비공식적인 경로로 모주라 씨를 달라고 하는 것 같더니…
(피부장이 단호하게 거절한 모양이다)
오후엔 이사가 직접 내려와 피부장에게 얘기를 할 정도였다.
그런데 평소에 이사님이라면 설설 기던 피부장이… 전에 없이 단호한
태도로 안됩니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었다.
어쩐 일일까?
뭐 모주라 씨가 능력있는 여자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신입사원에 가까워서 본격적인 일을 맡길 수준도 아니고
막말로 지금 빠져나가도 기획실 업무에 당장 차질을 빚는 것도
아닌데…
피부장이 내세운 논리는 “지금 기획실에서 준비중인 업무를 모주라씨가
가장 잘알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은 것이었다.
준비중인 업무가 무엇이 있으며…
또 모주라 씨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또 뭣이란 말인가?
분명 내주기 싫으니까 어거지를 부리는 건 틀림없는데,
왜 내주기 싫어하는 것일까?
정작 이사도 자기와 상관없는 특사부로 옮긴다는 사실이 그리 탐탁치
않은지 ‘그럼 안되겠네…’를 연발하며 물러섰다.
내일 특사부 팀장이 직접 사장한테 때려버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일단 모주라 씨도 기획실이 적응될만한데 한시적인 업무밖에 못하는
특사부로 옮기는 것은 그리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라…
모르겠다 어떻게 될지…

[피부장의 일기]

8/23 (수) 날씨 조타

어제 꼬리 살랑살랑 흔들던 특사부 왕부장이 오늘은 엉덩이까지 통째로
흔들며 접근을 해왔을 때 낌새를 채야했다.
커피까지 손에 쥐어주고 있는 애교 없는 애교 다 떨어가며 그 인간이
꺼낸 이야기인즉슨,
어제 모주라 씨의 능력에 감탄하였는바 특사부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나.
이 인간이 특사부라는 말도 안되는 부서짱으로 발령받더니…
꼭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내 인재를 죄다 끌어갔다는 말은 내가 익히
들어왔는데…
그 불똥이 나한테까지 튀었단 말야?
인재보는 눈이 있는 거야 인정해주지만…
왜하필 모주라 씨야?
간만에 기획실에 미모의 여직원을 하나 앉혀놨더니 그걸 빼갈라고?
특사부에도 순 시커먼 남정네들밖에 없으니 꽃 하나 앉혀놓으면 좋긴
좋겠지만서두,
내 걸 왜 뺐어?
딱 잘라서 안된다고 해버렸다.
별로 하는 일도 없지만 중요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고 구라풀었다.
그랬더니 이 인간이 이사한테 직접 찔렀네?
오후에 점심 잘먹고 배 뚜들기고 있는데 이사가 친히 기획실로 왕림을
하더니,
모주라 씨를 특사부에서 달라고 하던데… 하며 말을 꺼낸다.
안됨다!!! 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머리에서 생각나는대로 막 지어내서 모주라 씨가 기획실에 꼭 필요한
이유를 있는대로 열거했더니 이사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럼 그래야지~ 그동안 임원회식때마다 내가 모주라 씨 꼬박꼬박 끌고
가서 이사 옆자리에 꼬박꼬박 앉혀줬는데…
특사부로 가면 그것도 끝이라고…
저기, 부치다만 호떡 같은 지화자 씨를 앉혀놓으면 술맛이나 나겠어?
그렇게해서 일단 이사는 물리쳤는데…
문제는 내일 아무래도 사장이 직접 나설 것 같단 말야…

SIDH’s Comment :
149번째 일기를 빼먹고 올렸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음;;
(뭐 신경쓰는 사람도 없는 것 같지만…)

아마 이 내용은 군대에서 후임병 잘키워놓고
병장 달고 이제 좀 신간 편해지려는 순간 다른 사무실에 빼앗기는 바람에
병장이나마나 새로 신병 받아서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했던 열통터지는 기억을 되살려쓴 것 같음.
왜들 그렇게 사람 빼가는 걸 좋아들하는지.
하긴 뭐, 나도 나중엔 여기저기 왔다갔다 많이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