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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스물두번째

2008년 5월 25일

[봉대리의 일기]

6/23 (금) 비…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비가 오신다.
정신병 초기 증세가 시작됐나… 오늘 아침에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생뚱맞게 ‘유열’이 부른 “가을비”란 노래가 생각났다.
가을비는 얼어죽을… 장마비인데…
근데 비가 많이는 안오고 그저 그렇게만 내리네…
오늘은 모처럼 유로2000 경기가 없어서 잠을 일찍 잤더니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야 며칠이나 됐다고… 하여튼 잠이 푹 줄어버린 모양이다.
일찍 일어난 김에 느긋하게 출근 준비하고… (머 졸리지도 않는다)
느긋하게 집을 나서서… 느긋하게 버스 타고… 느긋하게 지하철
타고… 느긋느긋 사무실에 들어섰는데도… 내가 일등이었다.
어머니~~~~~~~~~
제가 일등으로 출근했습니다~~~~~~
입사 이래 최초로~~~~~~~~~~~~
아침에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을라니 기분이 묘했다.
마치 다들 출장이다 외근이다 빠져나갔는데 나혼자 모르고 사무실을
지키는 듯한 외로움이랄까…?
조금 있으니까… 어? 피부장이 먼저 온다.
저 인간도 일찍 올 일 거의 없는 사람인데…
저 인간도 축구 좋아하니… 유로2000에 길들여진 나머지 일찍 일어
난 모양이군…
저도 나를 보더니 움찔하며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일찍 나온게 무슨 불쌍한 일이냐?

[피부장의 일기]

6/23 (금) 비가 오시네…

평소에 말이지, 비가 오면 잠을 일찍 못깨는 스타일인데,
오늘은 왠일로 새벽6시에 눈이 번쩍 떠지더란 말이지.
정말로… 번쩍! 그 말 외에는 형용할 말이 없을 정도로, 제대루
떠졌다.
우찌된 일인가?
잠깐 생각해봤는데, 어제 뭐 잘못 먹은 것도 없고, 이유를 모르겠다.
하여튼 일찍 일어났으니, 오랜만에 비오는 출근길 한산하게 한번
달려볼까?
옆에서 메주 냄새 피우는 마누라 엉덩이를 쑤셔서 밥차리라고 한 뒤,
상큼하게 씻고 일찌거니 집을 나섰다.
야… 비도 촉촉히 내리고… (촉촉히.. 음… 야한 단어로군)
찻길도 촉촉하고… (야한 표현은 자꾸 써줘야…)
달릴 맛이 나는구만…
이른 시간이라 차도 별루 없어 아주 빗길을 곡예하듯 달려봤다.
(경찰도 없드군)
회사에 도착하니 회사도 아직 몇사람 출근 안했는지 조용하다.
엇! 기획실에 불이 켜져있네!!
누가 이렇게 일찍 출근했을까?
…아니지,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 우리 사무실에서 젤루 빨리 출근하는
사람이 막내인 모주라씨일테니…
오예~ 땡잡았네~
아침시간에 젊은 처자와 커피 한잔 놓고 농담따먹기 하는 것도 회춘에
도움이 되겠지~
가뿐한 발걸음으로 사무실로 뛰어올라왔더니…
봉대리가 뻘쭘하게 인사를 건네누만…
에라이~ 아침부터 재수없게…
저 인간이 미친 것도 아니고 왜이렇게 빨리 출근한겨?
오늘 일진 재수없겠구만…

SIDH’s Comment :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제일 먼저 출근하는 기분.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제일 늦게 퇴근하는 기분보다

더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