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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마흔다섯번째

2008년 9월 7일

[봉대리의 일기]

8/17 (목) 비 잠깐

오늘 총무팀에서 비장한 문서가 하나 전달됐다.
뭐 사내 업무 표준화 정책(?)이라나…
총무팀이 요즘 할 일 없으니까 씰데없는 궁리 하나 만들어낸
모양이다.
업무 효율 증대와 신속한 업무 처리 운운 말은 끗발 날리게
써놨는데…. (그러니까 사장이 결재했겠지)
결국 쓰잘데기 없는 일꺼리 하나 만들어낸 거지 뭐…
문서 파일을 표준 목록을 만들어서 거기에 맞게 번호순으로
분류하라나?
또 뭐, 좌석 배치를 팀원 업무효율에 맞춰서 재배치하는 방식을
강구해보라나?
책상 서랍에 첫번째는 뭘 넣고 두번째는 뭘 넣고… 하는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전화받는 요령의 표준화…
(군대냐 쓰벌…) PC위치의 표준화… 컴퓨터 내 파일 폴더의
표준화까지… 아주 총무팀에서 회심의 역작을 하나 내놓았다.
올 여름이 문제가 아니라 이거 준비하려면 추석도 반납하게
생겼다.
지네들(총무팀)은 추석까지 1차 정비를 마치고 3단계를 거쳐서
(우리 사장은 단계별을 좋아한다) 연말까지 업무 표준화의
최종 완성 어쩌구 그러는데…
고생길이 훤하다 에구~

[피부장의 일기]

8/17 (목) 잠깐 비…

어제 아침회의에서 총무팀장이 (그니까 사장 조카) 쓸데없는
얘기를 하나 했는데
뭐 아침 일찍 나온 탓에 졸리고 해서 잘 귀담아 듣질 않았더만
이렇게 무시무시한 계획안이 설왕설래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야 이거. 아주 업무 전폐하고 이것만 붙잡고 늘어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잖아?
20페이지가 넘는 계획안을 (꼼꼼하게는 아니지만) 읽어보며
그야말로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장하다 주차장.(총무팀장)
사장 조카라는 이유만으로 붙어있기에는 위기의식을 조금
느꼈던 모양이구나.
이런 시덥잖은 계획안까지 짜내는 걸 보니…
어쨌든, 곰곰히 읽어본 결과 내가 고생할 일은 그다지 없다는
그런대로 행복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럼 됐지 뭐… 애들 뺑뺑이나 돌리는 수밖에…
내 컴퓨터랑 책상정리는 전유성이 시키면 될테고…
기타 문서정리는 봉대리랑 오과장이 알아서 할테고…
봉대리 트집잡을 꺼리하나 생겼다 키키…
쓰잘데기 없이 트집잡혀서 위에서 깨지지만 않게 적당히
닥달해야지…

SIDH’s Comment :
이거 실제로 H백화점에 있을 때 있었던 일.
갑자기 (내 생각엔)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 같은 일이
모든 업무를 제치고 당장 해치워야 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 역시 회사는 돈을 버는 것보다
사장 맘에 드는 게 더 중요하구나, 라는 진리를 깨달아버렸었다는.
그때 그 지랄염병하던 문서표준화 요즘 하긴 하나 모르겠다.
거의 다 전산화되면서 확 바뀌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