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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일곱번째

2007년 3월 10일

[봉대리의 일기]

12/04 (토) 날 좋네… 밤에 비 조금

토요일. 단어 자체가 뭔가 사람을 들뜨게 하는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어제 술먹고 골이 되어 집에 들어갔지만 아침바람 찬바람에~ 도로 술생각이 난다.
이 나이에 여자 생각이 나야 빨리 장가를 갈 거라고 어머니는 강조하시지만,
여자보단 술이 좋은 걸 어떡해~
키스하면 술맛나는 여자 없나?
하여튼 오늘은 들뜨는 하루~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 물쩡물쩡 넘어갈라구 그랬는데…
피 부장… 이 쉽쒜이가 갑자기 일거리를 하나 넘겨준다.
이거 월요일날 출근하면 볼 수 있게 해놔…
월요일날 출근하면 봐야 될 일을 왜 토요일 12시에 시키는데?
게다가 일꺼리를 보니 양도 장난이 아니네?
아주 꼬박 날밤을 새야겠는걸?
근데 뭐야 이거? 황 대리가 있는 파트에서 담당할 일 아냐?
피 부장 한다는 소리가 황 대리는 아직 뇌진탕의 충격에서 벗어나질 못했다나?
충격 좋아하네… 옆 사무실 여직원들하고 농담쌔리는 걸 보니 지극히 정상적이구먼.
어쨌든 피 부장은 날라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집에서 발닦고 남희석 이휘재의 모찐만남 보구 있다.
배째라!! 난 몰라.

[피 부장의 일기]

12/04 (토) 비가 왔는지 눈이 왔는지…

아침부터 중역 회의에 괜히 불려들어가 열라 깨지고 나왔다.
얼마나 깨졌는지 회의실을 나오는데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결정적으로 황 대리의 날라차기가 문제의 화근이었다. 씨불놈…
놈이 뇌진탕으로 이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그놈 담당 파트에서 처리했어야 할 일이
빵꾸가 단단히 나버렸는데 그게 하필 이사를 거쳐 사장 귀에까지 들어간 거였다.
회의실에 앉아서 깨지는 그 기분… 뭐랄까…
사방에서 기관총을 들고 나에게 집중포화를 퍼붓는 걸 피하지도 못하고 온몸으로
막고 있는 기분이랄까?
특히 정 이사… 입에서 침까지 튀기는데 모두 직격탄으로 나에게 날라왔다.
얍! 잽싸게 피할 수도 있었는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눈으로 뻔히 보면서 침 얻어맞는 기분을 누가 알아주랴?
어쨌든 월요일 아침까지 처리해!! 로 회의는 마무리되었다.
회의 마치고 나오니까 12시인데 언제 이걸 처리해?
문제를 일으켜놓은 황 대리가 복도에서 인사팀 미스 추하고 농담까먹고 있는 걸 본
순간 갑자기 울화통이 치밀었다.
그렇다고 뇌진탕을 일으킨 놈한테 또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솔직히 날라차기도 무섭고… (오… 그 날라차기는 다시 생각해도 아트였다…)
생각하다보니 오늘 회의실에서 나는 왜 날라차기도 못했나 후회도 됐다.
씨바야 나는 처자식이 있잖아…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황 대리야 마누라도 돈 버니까 여유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날라차기도 다 뒤를 생각해야 나오는 거라니까…
일거리를 봉 대리에게 던져줘버렸다.
어 짜식이 눈 치켜뜨네. 안깔아 씹새야?
일거리 맡겨놓고 나는 횅하니 퇴근해버렸다.
지금쯤 봉 대리가 씨불씨불 하면서 야근을 하고 있겠지…? 라고 절대 생각안한다.
집에서 발닦고 잠이나 자고 있겠지.
월요일이면 어차피 깨지는 인생… 같이 깨져보자 봉 대리.

SIDH’s Comment :
첫직장에서 워낙 야근/특근을 밥먹듯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이 생겼었다.
…직원들 노는 꼴 보기 싫어서 일부러 퇴근직전/주말직전에 일거리를 주나?

이제 직장생활을 대충 10년째 하다보니
왜 퇴근직전이나 금요일저녁에 일거리가 갑자기 많아지는지
대충 답을 알고 있다.
뭐 나만 알고 있겠는가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