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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백쉰두번째

2008년 12월 28일

[봉대리의 일기]

8/29 (화) 오늘도 흐림

오늘은 그저 집구석에 쳐박혀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아침에 서둘러 일어나서 나온다고 나왔는데…
외출 준비하다가 문득 출근준비하는 것처럼 서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갑자기 심사가 틀어져서 일부러 천천히 옷갈아입고 나왔더니…
해가 중천에 있다.
그래두 아직 낮은 덥구먼.
가을휴간줄 알고 기분 상했었는데 조금 더운 느낌이 드니까 그래도
기분 좋다.
그런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무지하게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휴가니까 그렇다치고…
이 시간에 이 주택가를 양복 입고 돌아댕기는 사람들은 과연 머하는
사람들일까?
이 시간에 이 거리를 양복 입고 다니면 안된다는 법은 없지만.
엄청나게 낯설었다.
나도 어느새 시간 땡! 하면 성냥곽 같은 건물 속으로 스며들어서
그 안에서 에너지를 소비하고 저녁이면 집으로 기어들어오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에 사로잡혀있었던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늘, 모처럼의 휴가인데 청춘을 한번 불싸질러 보자!!!!
오락실에서 펌프도 하고… (십대들이 야렸다)
당구장에서 모르는 아자씨들과 내기당구도 쳐보고… (아직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2만원 따고 짜장면 사줬다)
껨방에서 여자 행세하는 (여자 흉내를 제법 잘냈지만 내 눈은 못속인다…
살 띵띵하게 찐 남자 고딩이 분명하다) 놈하고 편먹고 포트리스 해서
열판을 내리 이겼다.
나를 알지 못하는 일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실컷 놀고나서 변명은 좋다!)
낼은 또 뭐하지?
금요일이면 또 출근해야되는데…

SIDH’s Comment :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직장인들이 가장 잘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노는 것”이다.
남자들은 그냥 술먹고, 고기먹고, 여자끼고, 그런게 노는 거고,
여자들은 “맛있는 것” 앞에 두고 수다떠는, 그런게 노는 거고.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전형적으로 이렇게들 논다.
정말 노는게 저런 것밖에 없을까.
노래방가고 그런거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