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얼터너티브 스포츠웹진 후추(http://www.hoochoo.com)의 게시판에 올렸던 글입니다. 감사하게도 후추에서 이 글을 칼럼란에 실어주기도 했습니다.
오늘 일도 일찍 끝나고 해서…
동네족구까지 씁니다.
솔직히 족구… 고등학교때까지 해본 적도 없었는데…
족구에 목숨거는 학교-과를 오는 바람에…
대학교 4년내내 밥먹고 족구하고 밥먹고 족구하고…
심지어는… 11시쯤에 점심내기 족구를 시작해서… 밥도 못먹고 4시 5시에 끝내기 일쑤였습니다…
이 풍부한 경험을 살려… (^^;) 족구에 대한… 일종의 바이블을 하나 만드는 심정으로 시작합니다.
일단 공부터…
사람들은 족구를 축구공으로 한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축구공입니다… 그러나 아무 축구공이나 쓰지는 않습니다…
공식경기에서 공인구가 있듯… 족구도 저희들은 나름대로 공인구가 있습니다…
첫째는 새 것은 안된다…
겉이 탱글탱글하고 탄력이 좋은 새 공은 족구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저희 선배들로부터 내려온 가르침입니다…
겉가죽이 다 헤지고…
바람도 너무 탱탱하지 않고 적당히(반발력이 눈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허리까지 올 정도. 새축구공은 배나 가슴까지 오는 것도 있습니다) 바람 빠진 공이 족구에 가장 적합하다 하겠습니다.
족구는 원래 대한민국 공군(ROKAF)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지금도 공군 족구는 헤딩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무릎에 맞는 것도 허용하지 않습니다…
무릎 아래… 오직 발만 써야된다는 것이 공군에 내려오는 정통족구의 규칙입니다만… (참고로… 저는 공군 473기)
동네족구는 축구와 똑같습니다… 핸들링만 허용이 안될뿐… 기타 신체는 어느 부위나 괜찮습니다…
네트의 높이, 경기장 규격 등도 물고 늘어지면 할 말이 많습니다만, 지금은 동네 족구 얘기인 관계로 대충 넘어가겠습니다.
드디어 포지션 얘기로군요!!
공식적으로는 4인제 족구가 보편적이지만, 동네족구에서는 5인제, 3인제, 복식(2인제), 단식(1인)도 하곤 합니다.
기본설명은 4인제로 하겠습니다.
로테이션이 없는 족구는 배구식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은 포지션입니다.
라이트공격수 겸 세터, 레프트공격수, 라이트수비수, 레프트수비수.
5인제인 경우 센터수비수가 포함되고…
3인제인 경우 라이트공격수가 빠지고… 수비수가 토스를 올립니다.
복식일 경우 배드민턴처럼 전위/후위로 나뉩니다.
먼저 공격부터 살펴보죠.
일명 발배구인 족구에서 배구와 달리 센터공격수가 없는 이유는?
답 -> 블로킹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배구에서 센터의 역할은 사실 속공과 블로킹인데…
족구에서는 속공이 이뤄지기도 어렵고… 블로킹은 허용되지 않고…
혹 블로킹을 허용하는 곳이 있으나 효과가 미미합니다…
결국 가운데에 뻘쭘하게 누굴 세워봤자 시합에 방해만 될 뿐이죠.
족구의 꽃은 레프트공격수입니다.
오른발잡이가 많기 때문에 라이트공격보다는 레프트공격이 훨씬 효과적일 수밖에 없지요.
레프트공격수는 나쁜 토스도 쫓아가서 스파이크를 넣을 수 있는 스텝과 순발력이 가장 요구되고… (좋은 토스만 성공시키는 반쪽 선수는 그다지 각광을 받지 못합니다)
네트를 넘기는데 급급하면 스파이크가 포물선을 그리기 때문에…
점프 스파이크를 넣을 수 있는 선수는 한등급 높게 쳐주죠…
구석구석 빈틈을 정확히 찔러 찰 수 있어야함은 물론이고요…
스파이크를 넣을 때… 서툰 공격수는 발 옆을 이용합니다…
진짜 서툰 사람은 발 끝으로 차기도 하지요…
그러나 진짜 공격수는… 발바닥으로 공격합니다…
발바닥으로 공을 찬다는 것은… 공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는 의미지요…
탁월한 공격수는 구두 밑창으로 공을 긁어 스핀을 주는 엽기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습니다… (농담이라구요… 진짜 그런 사람 있습니다… 전자공학과 학생회장이었는데…)
똑같은 폼으로 떠서 좌우중앙 어디에 떨어뜨릴지 모르는 파워공격수는 족구 승리의 수호신이나 다름없지요.
제 친구 한명은 네트를 등지고 (그러니까 상대진영을 등지고) 서서 공이 가슴쪽으로 오기를 기다렸다가… (그순간 상대편은 선수에 가려서 공을 놓치게 되죠) 바로 공중으로 떠오르며 가슴 높이의 공을 돌려 감아차서 넘기는 재주를 갖고 있는데…
폼은 멋진데 파워가 없어서… 애들이 공격수로 선호하지는 않았죠.
다음은 라이트 공격수…
사실 공격수라기보단 세터에 가깝습니다…
저희 과가 족구로 교내 30연승을 달릴때… 이 자리에 있던 선배님은 공격은 전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토스 하나는 기가 막힌 선배였지요…
일단 수비수가 받아낸 공을 가급적이면 레프트공격수의 구미에 맞게 잘 띄워주는 역할… 너무나 중요합니다.
물론 레프트공격수가 공을 놓쳤을 때… 공을 상대진영으로 넘겨줘야 되는 역할도 해야되고… 레프트공격수가 토스 없이 2번만에 공격을 했을 때… 만약 그 공이 네트에 걸려 도로 넘어오는 경우 네트플레이를 해야되는 센스도 필요합니다…
공을 만질 기회가 보기보다 적긴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팀을 구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거지요…
제가 이 자리 전문입니다… ^^V
아… 물론 왼발잡이라면, 라이트에서 레프트 못지않은 파워스파이크를 구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주공격이 분산되기 때문에 수비수들도 헷갈리게 되죠…
레프트 수비수…
대개의 공은 이 선수가 처리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라이트 수비수는 공을 왼발로 처리하게 되는 수가 많아서… 가급적이면 레프트 수비수가 수비범위를 넓게 잡아야되거든요…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정확하게 받아내는 순발력과 키킹력을 갖춰야 되는 아주 중요한 자리죠…
저처럼 발재간에 자신이 없는 경우… 헤딩으로 처리해도 무방합니다만…
경우에 따라선… 이 포지션이 후위공격도 많이 하게 되죠.
라이트 수비수는 아까도 말씀드렸듯 오른쪽으로 오는 공보다 왼쪽으로 오는 공이 많기 때문에…
낮은 공도 헤딩으로 처리하거나 서툰 왼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왼발잡이나… 왼발도 그럭저럭 잘쓰는 선수는 이 자리가 아주 유리하죠.
라이트 공격수가 좀 삐리하거나 공격에 주력할 경우 세터 역할도 이포지션에서 수행해줘야됩니다…
그리고 수비수에 대해 하나 덧붙이면…
로테이션이 없는 족구는 후위의 두 사람만 서브를 넣습니다…
어떤 경우는 서브를 못넣어서 수비를 못시키고 공격을 시키는 엽기적인 경우도 있는데…
서브를 잘 넣는 선수의 경우… 진짜 현란하죠…
저 같은 경우는 중앙으로 높이 떠서 라이트 공격수의 바로 등뒤에 떨어지는 (물론 아웃은 아니죠) 스핀서브를 즐겨 썼구요…
공을 바닥에 놓고 서브를 넣는 경우도 있고… (낮게 깔립니다)
아.. 족구에도 스파이크 서브가 있습니다… 점프서브라고도 하는데…
성공률이 낮아서 욕깨나 먹는 서브지요…
에이… 이젠 족구 안한지도 2년이 다 되가서…
개발 다됐을 꺼 같은데…. 그래도 하구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