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하고나서 복학한 뒤로는 컴퓨터를 갖고 노는 것보다 뭔가에 활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지금 내가 생각해도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다!) 먼저 군대 가기 전인 2학년 때만 해도 거의 할 줄 모르던 CAD가 거의 필수처럼 (물론 안하는 녀석들은 안한다) 되어있었기 때문에 일단 “건담은 잊고” 정통 캐드 작업에 매진해야했다. (이때 닦아둔 실력으로 4학년때는 캐드로 투시도 뽑아내는 전문인력 소리까지 들었다) 워드도, 군대 가기 전에는 워드로 출력해서 레포트 제출하면 F를 맞네 어쩌네 하더니 이제는 워드로 출력해서 제출해야 학점이 나오는 세상으로 바뀌어있었다. (아아… 3년은 더럽게 긴 세월이었다) 엑셀은, 군대에서 공사시방서 출력하기 위해 하나스프레드시트라는 걸 사용하는 걸 보고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다가 제대하구나서 집에 있는 로터스 1-2-3(기억들이나 하시는가…?)을 깔짝거렸는데, 나중에 윈도우 3.1에 깔려있는 (그게 기본으로 깔려들어왔는지 내가 갖다깔았는지는 기억에 없다) 엑셀 프로그램으로 발전하면서 조금씩 깔짝거리게 되었다. 게임이야 뭐, 이때 주로 했던 게임은 무조건 하드볼이었다. (하드볼 얘기 하니까 생각나는데, 군에서 막 제대하구나서 386인 컴을 바꿀까말까 하다가 도저히 돈이 없어서 못바꾸고 아쉬운대로 램만 업그레이드 했다. 하드볼이 자꾸 끊어지는데 그거라도 괜찮아지라고… 실제로 램 4메가를 업그레이드해서 8메가로 맞췄더니 하드볼이 끊어지지 않고 잘 돌아가더라. 그런데 그때 램 4메가가 16만원했던가?)
위와 같은 경력을 자랑하다보니, 과내에서 나에 대한 평가는 “컴퓨터 잘하는 인간” 정도로 보편화되어있었다. (“아주”라는 수식어를 삽입해도 무방하다) 졸업하고 몇년만에 만난 선배들이 컴퓨터쪽 일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 너 그럴줄 알았어” 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문제는 “컴도사” 소리를 듣는 주제에 집에 있는 컴퓨터는 386이었다는 점, (그때는 이미 컴퓨터 시장이 펜티엄으로 넘어간 다음이었다) 게다가 그 컴에 모뎀조차 없어 “제3의 물결”이나 마찬가지였던 PC 통신은 꿈도 꿔보지 못한 상태였다는 점이었다. (고등학교때… 그러니까 컴맹일 때부터 PC통신에 대해서 숱하게 들어오긴 했었다) 남들이 개털이니 코털이니 (나중엔 하이텔) 떠들 때도 끽소리도 안했었고, 천랸이니 나우누리니 떠들 때도 찍소리도 안냈었다. 나중에 삼성에서 유니텔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터넷이 공짜!”를 전방에 내세웠지만 (인터넷이 뭔지는 들어서 알고있었다) 그게 왜 필요한지 왜 좋은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래도 주변에선… 컴도사라고 불러줬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