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건물인가?
대(大)성당이라는 말이 참으로 어울리는 쾰른 대성당은 이름 그대로 독일의 쾰른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여름 유럽여행을 갔을 때 실물로 본 몇 안되는 유명건축물 중 하나인데, 쾰른이 갈아타는 역이라 빨리 보고 기차 타러 가야된다는 생각으로 대충 멀리서 사진만 찍고 와버린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도 없지않은 곳이다. (쾰른 역에서 내려서 대성당 방면으로 나오면 바로 눈 앞에 있다. 엄청나게 크다)
높이 157m, 폭 86m, 첨탑이 아닌 부분의 최대높이 61m의 이 거대한(?) 건물은 건물 내부의 길이 또한 144m에 이르며, 후기고딕양식의 대표적인 건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나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도 시커멓게 변한 외관이 덩치에 어울려 더욱더 위압적으로 느껴지는데, 자료를 아무리 뒤져봐도 이게 "원래 시커멓다"는 기록도 없고 "어떻게 해서 시커멓게 되었다"는 기록도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한 궁금증은 그냥 참고 넘길 수밖에 없겠다. 남쪽의 첨탑으로 올라가면 (올라가는 계단이 509개란다) 쾰른 시가지와 라인강의 전경도 볼 수 있는 전망대 구실도 하고,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나 각종 유물들, 그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제법이라고 한다. (그럴 기회는 거의 없겠지만)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이 건물의 지붕이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직접 볼 수는 없어도 그림엽서 같은 것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첨탑이 마치 촛대처럼 보인다고도 하고 쌍돛대처럼 보인다고도 한다.
내부로 들어가서 볼만한 것들로는 스테인드글라스와 동방박사의 성관, 유품 등이 있는데, 5개의 스테인드글라스는 성당 내부의 끝에서 볼 수 있으며 후기 고딕양식의 것으로 성마리아와 성베드로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고 한다. 동방박사의 성관은 중세시대의 유물 정도를 동방박사의 것이라고 사기(?)치는 경향이 농후하다고 생각되지만 나름대로 볼만하다고 한다.
어떻게 지어졌나?
1164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던 프리드리히 1세(프리드리히 바바로사)가 쾰른에 마기(Magi, 앞서 말했던 그 동방박사)의 유물을 기부하면서 순례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이후 1248년에 예배도 하고 순례자도 맞이할 큰 성당의 건축이 필요해서 건축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책임건축가는 게르하르트란 건축가였는데 뭐 완성은커녕 건물 모양이 제대로 생기는지나 보고 죽었는지 모르겠다. 내부회랑과 성가대석이 완성된 것이 무려 70년이 지난 1322년이라니까 말이다. 그때부터 타워공사가 시작되었으나 1437년에 중단되었다고 한다. 중단된 후 거의 400년 뒤인 1842년에 다시 작업이 이어져 빌헬름 1세가 참여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진 해가 1880년이라고 한다. (1400~1500년 사이에 몇몇 부분공사는 계속되었다고 하는데, 하여튼 300년 가까이 공사를 중지했던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이렇게 오랜 세월을 공사를 멈추고 놔둘 수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이노무 성당이라는 것이 일단 예배를 볼 수 있는 공간(예배당) 정도만 지어져있으면 성당 자체로서의 구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므로 공사비가 부족하면 그냥 냅둬버려도 큰 상관이 없었다고 하겠다.
시대의 한마디?
아까도 말했지만 직접 가서 본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모자라서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쩌네 동방박사가 어쩌네 하는 것들은 다 그냥 그림의 떡이었었다. 하기야 에펠탑도 개선문도 다 바깥에서 올려다만 보고 돌아오긴 했지만, 쾰른 대성당에 조금 더 아쉬운 마음이 있다면 내부까지는 몰라도 앞만 봤지 뒤나 옆도 못보고 왔다는 점하고… 사진을 찍었는데 이게 너무 커서 한 방에 다 안들어오더라는 점하고… 그런 때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