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쯤에 다른 커뮤니티 게시판에 썼던 글인데… 칼럼란에 올릴만한 글은 아니라서 생각난 김에 낙서장으로 다시 퍼옵니다.
며칠전 집에 들어갔더니 아버지가 제 침대를 돌려놓으셨더군요.
뭐… 가만히 앉아계시면 병나는 체질의 아버지신지라
종종 제가 없을 때 청소를 빌미로 제 방을 확 뒤집어놓는다거나
(참고로 저는 군대 다녀온 이후로 제 방문을 닫거나 잠궈본 적이 없습니다…)
책상 위치를 바꿔놓는다거나… 그런 종류의 일은 자주 있는지라
침대 위치 돌려놓은 것도 뭐… 그럴 수도 있겠다 했습니다.
그런데,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더군요.
여기서부터 무척 오래된 제 습성(?)에 대해서 말씀드려야겠는데,
어렸을 때, 형하고 저하고 단둘이 자게 되면서부터,
자려고 불끄고 눕기만 하면 형은 “창밖에서 귀신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면 저는 무서워서 (어릴땝니다, 어릴때…) 창을 등지고 이불을 돌돌말아눕죠.
그러고 있으면 형의 2탄이 나옵니다. “장롱밑에서 늑대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원래 제가 발을 뻗으면 장롱이 발에 닿아야하는데, 발이 장롱에 닿아있으면 장롱 밑에서 늑대가 나와 제 발을 콱 물까봐(어릴땝니다, 어릴때…) 위쪽으로 최대한 웅크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잠이 들어도, 꿈속에 귀신/늑대가 나타났는지 계속 창가 반대편, 장롱 반대편으로 허우적허우적 헤엄쳐갑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제가 정상적으로 하늘을 보고 누웠을때 창문이 오른쪽, 방문이 왼쪽에 있는데,
왼쪽 위로 계속 헤엄쳐(?)가다보니 결국엔 문에 부딪히게 되는거죠.
쿵~!
당시 어머니가 주무시다가 저 쿵~! 소리에 몇번을 깨셨다는 일화가. (다행히 나무문이라 그리 아프지는 않았을 겁니다. 콘크리트벽이었으면 몰라도)
문제는 이 왼쪽 위로 헤엄쳐가는 습관이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제 방에 침대가 생긴 이래, 침대는 항상 왼쪽벽에 붙여져있었습니다.
벽에 헤딩을 하지 않겠느냐, 생각하시겠지만 왼쪽위모서리에는 항상 책을 쌓아놓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재수없지 않는 한 벽에 부딪히는 일은 없습니다. (자기 전에 꼭 책을 보기 때문에)
설령 벽에 부딪힌다 한들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보다는 나을 것 같기도 하여.
그 습성이 나이 서른 넘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아버지가 침대를 돌려놓으셨더란 말이지요.
오른쪽이 벽, 왼쪽은 허공 -_-
참 단순한 변화인데 처음 자려고 누우니까 어찌나 어색하던지…
십년 가까이 왼쪽에 벽이 있었는데 말이죠.
떨어질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어 최대한 오른쪽벽에 붙어서 잤습니다.
항상 왼쪽으로 돌아누워자다가 오른쪽으로 돌아누워자니까 여기저기가 아프더군요 -_-
그러다가 새벽3시경… 왼쪽침대 모서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상태에서 깼습니다.
식은 땀이 나더군요.
다시 부랴부랴 오른쪽으로 복귀… 그날은 무사히 넘어갔고.
두번째 날… 이번엔 오른쪽에 붙어잠과 동시에 왼쪽에 책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새벽2시경에 책이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에 깼습니다.
이미 오른쪽 팔과 다리는 허공을 가르고 있더군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다시 침대 위로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세번째 날… 술먹고 늦게 들어온 날이라 아무 생각없이 픽 쓰러져서 잤습니다.
새벽2시경… 떨어졌습니다.
엎드린 상태에서 왼쪽위로 바작바작 기어가다가 허공에 뜨는 순간… 몸을 반바퀴 뒤집으면서 등부터 떨어졌더군요.
아프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혼자 침대 밑에서 꿍하고 누워있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네번째 날부터는 새벽에 깨지도 않고 그냥 잘자고 있습니다.
물론 아침에 눈떠보면 왼쪽 위로 기어간 것은 맞는데
이게 침대 모서리까지 가기 전 딱 알맞은 위치쯤에서 정지해있더군요.
믿거나 말거나… 한번 떨어지고난 다음부터 그 상황을 기억하고 무의식상태에서 그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몇달 정도 이 상태로 자보면, 왼쪽으로 기어가는 버릇도 고쳐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시대가 썼습니다.
무서운건 나이가 먹어도 무서운것이겠지요..-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