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찮은 홈페이지를 운영하기 시작한 1997년 늦은 겨울부터, 아무 생각 없이 “남들 다 그렇게 하니까” 방명록이랍시고 무료게시판 하나 달아놓은 이후부터, 내가 “홈페이지 관리”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일을 하고 있다면 끊임없이 올라오는 광고글을 지우는 것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처음에는 (처음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곳이 네띠앙 계정이었으므로) 네띠앙이라는 이름값 때문에 조금조금 광고글이 올라왔지 매일매일 신경써야할 정도는 아니었더랬다. 그러던 것이 1998년 여름에 난데없이 하루 방문객 200명을 돌파한 이후로는 하루가 멀다하고 시덥잖은 광고글들이 조물조물 올라오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게시판 광고(또는 홍보)”를 원래는 그다지 나쁘게만 보는 입장이 아니었다. 1998~99년 당시에는 인터넷벤처기업이랍시고 돈 한 푼 없는 것들이 시덥잖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하는 사이트들이 많았기 때문에, 욕은 좀 먹을지언정 돈 한 푼 들지 않는 게시판 홍보가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었다. (고백하노니 그 당시 비슷한 수준의 회사에서 일하던 본인도 게시판 홍보, 꽤 애용했었더랬다) 그래서 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비록 취지가 맞지 않아 가차없이 지워버릴지라도 게시판 홍보 자체에 악의는 없었다, 이 말이다.
그러다가 슬슬 이놈의 게시판 홍보에 열불이 나기 시작한 것이, 소위 말하는 “게시판 광고 로봇”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부터가 되겠다. 예전에는 그래도 사람이 직접 올렸기 때문에 올려야할 게시판에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 가급적 홍보효과가 날만한 곳에 게시물을 올리곤 했었다.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이랄까-_-) 쉽게 예를 든다면 내 홈페이지의 영화음악 신청게시판에는 음악관련 홍보글이, 건담 게시판에는 만화/애니 관련 홍보글이 주류를 이뤘다는 말이다. 그런데 무작위로 게시판 주소를 추출해서 대책없이 글을 쏟아내는 프로그램이 등장한 이후, 아날로그 시대의 낭만-_-은 사라지고 매일매일 홍화씨 어쩌구나 말자지닷컴 같은 광고글을 열심히 지워야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어찌 울화통이 치밀지 않겠는가.
아침 점심 저녁마다 내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이런 식으로 카운터 올리기 싫다) 이상한 글 없나 살펴보고 지우다보면 이런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이런 글을 올리면 누가 봐줄 거라고 생각이나 하는 걸까?” 내 홈페이지에서는 물론이고, 다른 여타 사이트를 돌아다녀봐도 제목만 보면 광고글임을 딱 알 수 있기 때문에, 조회수도 별반 높지 않고 글을 읽었다한들 해당 사이트에 방문해보거나 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솔직히 단가가 그리 높다고도 할 수 없는 게시판 광고기에, 백만 명이 보고 한 명만 전화를 걸거나 사이트에 방문해줘도 솔직히 밑지는 장사는 아닐 거 같기도 하다. 그걸 노리는 건가? 천만에 말씀이다. 게시판마다 돌아다녀보면 광고성 글 뻔할 뻔자다. 같은 내용 비슷한 제목을 자꾸자꾸 보다보면 오히려 이미지만 나빠지고, 이미지가 나쁜 기업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게시판으로 광고나 때리는 새끼들은 자기네 이미지 따위는 필요없고 그냥 바보같은 녀석 하나만 걸려들기를 바라는, 치고빠지기 사기꾼들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하여튼 일일이 지우는게 귀찮아서 여러가지 다른 방법도 시도해봤다. 광고성 글에 흔히 올라오는 단어 몇개를 금지단어로 설정해서 게시판 등록자체가 안되게 해봤는데, 현재까지는 이게 가장 효과가 좋은 방법이었다. 다만 문제는, 광고성 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간혹 금지단어에 걸리는 글이 있을 수 있다는 거다. 또 금지단어로 걸러낼 수 있는 글들은 그나마 정통부 권고에 맞춰서 비밀번호 고지하고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다는 둥 하는 형식적인 멘트를 집어넣어주는, 눈꼽만큼이라도 양심적인 업자들인데 반해, 그런 거 저런 거 다 무시하고 무대뽀로 광고글만 올리는 글에는 오히려 대책이 없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특히 PHPSCHOOL 같은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혹시 게시판등록로봇을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이것도 바이러스와 백신 싸움이랑 비슷해서 끝이 없이 반복되는 무한루프라는 결론만 얻고 말았다. 결국 지금은 다 포기하고 내가 일일이 지운다.
이쯤에서 그러면 내가 왜 그렇게 광고성 글을 지워대는지 밝혀야겠다. 아니 그보다 먼저 내가 게시판/방명록을 운영하면서 글을 삭제하는데 있어서 유이한 두가지 원칙부터 밝혀야겠다. 내가 글을 삭제하는 원칙은 첫째, 게시판 성격과 전혀 맞지 않고 상업적 의도가 다분한 광고/홍보성 글과, 둘째, 미친놈이 쓴 글이다. 둘째반, 미친놈이 썼어도 처음부터 지우지는 않는다. 계속 미친 짓 하면 경고없이 지운다.
둘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할 수 있으면 언급하기로 하고 첫째 이유, 광고성 글 이야기하자. 뭐 어떤 너그러운 인간들은 광고글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기도 하더라만, 나는 절대 그럴 생각 없다. 앞서 내가 언급한 적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내 홈페이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방문객이 적지 않다보니 뭐 배너를 단다거나, 기타 홍보에 좀 이용해보자는 제안이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섞어서 꽤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미친놈의 똥고집으로 전부 거절했다. 그런데 어떤 놈이 내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장사를 하겠다는 꼬라지를 이 성질머리에 가만 두고 볼 수 있겠나? 광고글 어림없다. 몽땅 지워버릴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