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홈페이지를 만들었을 때, 그때는 무료계정에 아이디만 달랑 실어놓는 정도였으니까, 당시 내 홈페이지의 주소는 http://my.netian.com/~min1123 이었다. 무료계정으로 홈페이지를 만들면 거의 대부분 저런 형식으로 홈페이지 주소가 생기기 때문에 별로 개성도 없어보였고, 네띠앙이라는 회사 이름도 그리 맘에 드는 이름이 아니었기에 그리 애착이 가는 홈페이지 주소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내 홈페이지의 네띠앙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아, 물론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는 것이지, 계정을 옮기기로 결정할 당시에는 이렇게 오래-_- 운영하던 계정을 옮기고 새로운 주소를 가져도 되나 고민을 상당히 했었더랬다.
당시 계정을 옮기기로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당연히 용량이었다. 당시 사이버스폰서(현 NEW21)라는 곳에서 무료계정을 무한대로 준다기에 몇날 몇밤을 고민하다가 결국 덜컥 옮겨버리고 말았던 것인데, 결국 옮기기로 결정하게 된 마지막 요인 중 하나가 사이버스폰서에서는 다른 무료계정 사이트들처럼 자기네 홈페이지 주소에 “~아이디”가 붙는 식의 주소를 일괄적으로 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이디.new21.net” 식으로 자기네 주소를 결국 써야되긴 했지만, 그래도 왠지 계정제공업체에 종속된 것 같은 느낌의 “~아이디”보다는 내 아이디가 먼저 나오는 “아이디.new21.net”가 더 끌렸던 게 사실이었던 거다.
그렇게 해서 얻게된 새로운 홈페이지 주소 http://min1123.new21.net 가 다시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사소한 문제점이 또 슬슬 비위를 긁어올라오고 있었다. 첫째로는 홈페이지 주소가 내 홈페이지의 성격을 전혀 표현하고 있지 않다는 점, 둘째로는 아이디에 숫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홈페이지 주소의 중간에 숫자가 끼어드는 형식이 되어서 왠지 촌스럽게 느껴진다는 점, 셋째로는 “~아이디” 시절보다는 역시 낫지만 그래도 “~닷컴”으로 끝나는 내 도메인이 더 좋지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 뭐 그런 것들이었다.
하지만 홈페이지 주소를 다시 바꾼다는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앞서 네띠앙에서 옮겨올 적에는 그곳에 안내페이지를 따로 마련해두고 “이쪽 주소로 옮겼습니다. 여기를 클릭하세요” 따위의 문구를 방문객에게 보여줄 수 있었지만, 새로 옮겨온 계정이 사실상 유료화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만약 그곳을 버리고 다른 사이트로 옮기게 되면 기존 계정에 안내페이지를 유지하는 것에도 비용이 들어가야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네띠앙에서 옮겨올 적에는 우리나라에서 변변한 검색사이트라곤 야후!밖에 없었고 또 야후! 검색엔진에 내 홈페이지를 등록한 사람도 나였기 때문에 주소가 바뀌었다고 직접 내가 변경신청을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엠파스니 다음이니 네이버니 수많은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데다가 이 놈들은 내가 직접 등록한 것도 아니고 지네들이 로봇으로 긁었든 서퍼가 긁었든 맘대로 등록해버린 것이라 내가 홈페이지 주소가 바뀌었소 라고 변경신청을 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현재 계정을 제공해주고 있는 NEW21에서 도메인등록부터 이전까지 (돈은 받지만) 완전히 서비스해주기 때문에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이전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어져있는데, 만약 “~닷컴”으로 시작되는 도메인을 하나 사서 내 홈페이지 주소로 삼을 경우에는 인터넷에서 검색할 수 없는 사이트가 되어버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내 골머리를 썩였던 것은, “~닷컴” 식의 도메인을 얻자니 마땅한 이름이 없었던 거다. http://www.min1123.com 은 죽어도 싫었다. http://www.sidae.com 은 임자도 있었고 썩 맘에 들지도 않았다. 나중에 사촌동생의 조언을 받아 내 별명인 “시대”를 SIDH로 표기하게 되면서 http://www.sidh.com 은 등록할 수 있나 찾아봤지만 이미 등록된 도메인이었다. (팔려고 내놓았더라) 그래서 “시대네집”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sidhhome”이나 “sidhhouse”를 찾아보니 등록은 가능한데, 중간에 h가 두번 겹치는게 왠지 보기가 싫은 거라. (까다롭기는 엄청 까다롭다) 그런저런 이유로 도메인 등록은 그냥 맘에만 있는, 아마도 평생 할 수 없을 그런 종류의 일이 되어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지난 연말에 어디선가 삘이 받아버린 문구가 “시대인”이었다. 원래 내가 시대라는 이름을 쓰게된 이유가 대학 다닐 때도 시립대 줄여서 시대, 시대 다니니까 시대인, 시대인 하나로 뭉쳐서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 뭐 이런 구호에 익숙해져있다가, 군대 가서도 시설대대에 배치받았더니 시설대대 줄여서 시대라고 부르고, 무슨 부대 행사만 있으면 대대장이 앞으로 나와서 우리 시대인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을 어쩌구 저쩌구 하는 말에 익숙해지는 바람에 “시대인”이라는 단어가 내 정체성을 대표한다는 착각에 잠시 빠지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인”은 빠지고 시대라고 쓰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sidhin”을 찾아봤다. 등록 안된 도메인이었다.
뭐든 쉽게 저지르지 않는 성격이라 또 고민에 빠졌다. 이걸 등록해 말어. 등록해봤자 도메인 바꾸면 방문객 우르르 떨어져나갈텐데. 아냐 맨날 방문객 떨어뜨릴 고민만 하면서 그걸 무서워할 필요는 없지. 아니지 방문객 수를 줄이는 거하고 방문객이 아예 못오게 하는 거하고는 천지차이지. 도메인을 바꾸면 어디 물어볼 곳도 없고 완전히 없어지는 꼴이나 마찬가지잖아. 기타 등등 혼자 고민한게 꼬박 사흘이나 됐나. 일단 질러나 놓고 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그런데 사람 심리가 다 그런 건지, 도메인 등록이 성공적으로 되고 나니 이제까지 관련해서 고민하던 일들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우습게 보이기 시작하는게 아닌가. 방문객? 허이구 내가 언제부터 방문객 위주로 홈페이지 운영했다고. 정 뭐하면 도메인 변경할 때까지 배너라도 띄우고 안내해주면 되지. 그리고 괜히 검색엔진을 통해서 불특정다수가 많이많이 꾸역꾸역 들어오는 사이트라고 딱히 더 좋은 것도 없더라. 차라리 이참에 그런 사람들 다 짤라버리고 내 맘대로 운영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그럼 아주 야후!에도 변경신청 안하고 그냥 사이트가 없어진 것처럼 남겨두는 것도 괜찮겠네. 뭐 이런 싸가지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이어지더란 말이다.
아쉽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결론은 그렇게 내려졌다. 빠르면 한두 달, 늦어도 올 상반기 안에는 http://min1123.new21.net 이라는 홈페이지를 인터넷에서 없애버릴 생각이다. 이미 http://www.sidhin.com 이라는 주소로 포워딩이 되도록 조치해놨으므로 혹 이 글을 보신 분이면서 내 홈페이지를 즐겨찾기에 등록해두셨거나 주소를 직접 입력해서 오시는 분이라면 http://www.sidhin.com 로 주소를 바꿔서 들어오시기 바란다. 거의 8년을 내 홈페이지 이름으로 함께 해온 http://min1123.new21.net 이라는 이름을 버리기로 결정한 마당에 조금의 아쉬움도 남지 않는 걸 보면, 내가 저 이름을 정말 맘에 들어하지 않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