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1/8 (토) 눈오던데…
눈내리는 토요일 아침이라… 이런 날이면 꼭 생각나는 말이 있지.
출근하기 싫어 이잉~~
그래두 출근해야지. 주당 44시간 근무하는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으니
내 팔자려니 해야지 뭐.
가만 주당 44시간 근무?
지난 번에 야근하고 뭐하고 해서 때워넘긴 시간까지 다 합치면 벌써 주당
50시간은 채운 거 같은데?
이거이거 말야… 근무시간을 주당 44시간이면 44시간 딱 정해놓고,
중간에 야근하거나 하면 담날 그만큼 쉬고 해서 정말로 일주일에 44시간만
근무하는 건 어떨까?
전경련에서 조까지말라고 메일 왔다.
하여튼 아침에 출근하기 싫어서 느즈막히 버스정류장에 나왔더니 사람도
별로 없더라. 요즘 토요일에 출근하는 회사가 줄어들고 있다는 화끈한
반증이라니깐!!
그런데 느닷없이 무슨 인도인지 파키스탄인지 그쪽 동네에서 온듯한 사람
하나가 나한테 다가오는게 아닌가!
에이 설마… 그냥 버스타러 오는 거겠지…
코 앞에 다가올 때까지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이 자식이 내 바로 코
앞에 그 큰 코를 들이밀고 입을 여는게 아닌가!!!
고 짧은 순간에 벼라별 생각이 다 스쳐갔다. 제발 쉬운 영어로 물어봐라.
대답은 예스, 노처럼 짧게 끝낼 수 있는 걸로 물어봐라. 그것도 아니면
그냥 헬로, 요렇게 인사나 하고 넘어가라.
저기, 여기서 이태원 가는 버스 몇번 있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말하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영문을 모르는 그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에게 몇번 타고 가라고 정말
닭살돋게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젠장… 새해부턴 영어공부도 좀 해야될라나?
[피부장의 일기]
1/8 (토) 눈
오늘 일기 쓰기 싫어 글이 단문형식임.
오늘 출근하기 싫었음.
근데 회의 있었음.
졸라 욕했음. 출근했음.
허벌라게 깨졌음.
사장이 나보고 개새끼라고 그랬음.
나는 속으로 주전자라고 그랬음.
이렇게 매일매일 깨지기도 힘들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음.
사장 왈 고시 응시자격에도 토플/토익이 들어가니
울 회사에서도 영어를 앞으로 중시하겠다고 했음.
부장급부터 솔선수범을 하라고 했음.
이 나이에 영어배우리?
회의 끝나고 와서 아그들한테 화풀었음.
황대리가 볼에 바람을 집어넣는 걸 보고 비웃었음.
앞으로 과장/대리급이 모범을 보이라는 말로 마무리지었음.
신입사원들은 영어 졸라 잘함. 대리급만 깨면 됨.
앞으로 업무일지를 영어로 쓰라고 했음.
문제는 내가 몰라본다는 것임.
어차피 형식적인 거니까 신경 안씀.
끝. 잘 것임.
실제로 외국인이 나한테 다가오길래 바짝 긴장하고 있다가 한국말로 말걸길래 저렇게 대답해준 적이 있었다.
그 외국인도 내 마음을 아는지 웃어주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