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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일흔번째

2007년 11월 18일

[봉대리의 일기]

3/7 (화) 날씨가 늘 좋아…

어젯밤 동기인 유대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밤에는 너무 늦게 연락을 받아서 못가보고 아침에 날밝자마자 빈소로
달려갔다.
으하하~ 이렇게 공식적으로 피부장을 피해도 되는구마.
아니지 지금 상가에 가면서 이렇게 웃으면 안되지.
역시 동기인 황대리도 밤에 연락 받았다며 달려와있었다.
젠장… 아직 환갑도 안되셨다는데 뭐 급해서 일찍 가셨다니?
무슨 병이라더라… 뭐 하여튼 오래 아프셨다던데…
허허 그 참…
수소문해보니 병이름이 흔한 암이니 뭐 그런건 아니고…
뭐 한번 들어서는 도저히 외우지 못할 그런 희귀하고 긴 제목의
병이었다…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어…
한두 시간 앉아있다가 저녁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황대리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다.
음… 여전히 모자를 눌러쓴 피부장은 핑계 좋게 늦게 출근하는 우리를
도끼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정 안가는 자식…
유대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고?
네. 저녁에 또 가볼랍니다.
뭐? 안돼. 할일 있다구.
할일 좋아하시네… 저녁에 일찍 퇴근할 거 같으니까 일부러 저러는게
틀림없어. 하루 이틀 당하고 살았나.
저녁에 이부장님도 오신다고 그러고 해서 저희들이 미리 가있는게…
까불지?
깨갱했다.
어디 사장님이나 이사님이 상 당했어봐라…
우리들 팔 걷어부쳐갖구 날밤새라고 밀어넣을 놈이…

[피부장의 일기]

3/6 (월) 날씨…관심없어…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두 자리가 횡하니 비어있었다.
어쭐시구리. 봉,황 두 놈이 죄다 자리를 비웠다?
간뎅이가 가슴 밖으로 삐져나온 것이 틀림없구먼. 어데 갔어 이것들!
아…저… 홍보팀 유대리가 부친상을 당해서요, 거기 들렀다가 출근
한다고 연락이…
홍보팀 유대리? 거길 왜 둘씩이나 몰려가?
입사 동기잖습니까.
조까구 있네. 입사 동기끼리 밥멕여주나. 밥은 회사가 멕여준단 말야.
일찍일찍 나와서 회사에 충성할 생각은 안하구 땡땡이칠 궁리만…
부장님은 저녁때 안가보실 겁니까?
눈치없이 오과장이 물었다.
아 기획팀에서 둘이나 왕림했는데 팀장이 뭐하러 가나! 냅둬!
봄되구 해서 결혼식에 돈 나가는 것도 신경쓰여 죽겠구먼 사람까지 죽어
나가나? 짜증나누만.
그나저나 틀림없이 봉,황 두 녀석이 오늘 저녁에도 빈소에 들러야
된다느니 어쩌니 잡소리를 펼칠텐데.
눈꼴 사나와서 일꺼리 잔뜩 만들어놨다.
이것봐 이거이거… 주식시세표 양식 다시 만들고… 지난 보고서때
올렸던 것도 새 양식에 맞춰서 바꿔놔… 그거 아예 엑셀루 프로그램화
하는 건 어떨까? 전산실에서 엑셀활용우수사례 제출하라고 닦달하는데
그렇게 한번 만들어보자구. 봉대리 일은 못해도 엑셀 뚜적뚜적 만지는건
잘하잖아?
1년만에 칭찬까지 섞어서 일을 시켰는데 봉대리 얼굴이 잔뜩 부어있다.
썩을 놈.
동기는 챙겨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니가 그러니 출세를 못하지…

SIDH’s Comment :
직원들이 뭐 이런저런 사정으로 회사를 좀 늦게 나오거나 일찍 퇴근하거나 중간에 잠깐 어딜 다녀오거나 그럴 수 있다.
그게 업무에 심각하던 어떻든 지장을 좀 초래한다면 그 부분을 지적할 수 있고
별로 그렇게 지장이 없었다면 굳이 문제삼거나 할 필요 없을 수도 있고
조금 지장을 줬더라도 정말 그럴만한 사정이라면 또 이해하고 넘길 수도 있고
뭐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죽이나 밥이나 무조건 직원들이 자리 지키고 뻣뻣하게 앉아있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 있다.
그래야 월급 주는 보람을 느끼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