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의 일기]
3/28 (화) 흐림
아직도 다리가 아파서 어기적어기적 걸어다녀야한다. 짜증난다.
어디서 스포츠 마사지 같은 거 받을데 없을까.
마사지는 역시 태국인데 말이지…
누가 뭐 홍콩인가? 거기 가서 마사지 받았는데
아가씨가 조물조물 마사지 해주다가 스페샬? 스페샬? 하길래
왠 떡이냐 싶어서 오케이!! 그랬더니
왠 소림사 고수처럼 생긴 빡빡이가 나타나서 우드득 우드득 꺾어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내 심정이 그 소림사 아자씨한테 우드득 꺾이기라도 했음
좋겠다는 심정이다.
자세가 좀 요상한지 특히 여직원들 보는 눈초리가 곱질 않네.
그래도 알배겼을 땐 운동으로 풀어야된다는 신조로 엘리베이터를
마다하고 계단으로만 뛰어댕겼더니…
지금은 감각이 없을라고 그런다…
아무래도 미친 짓을 한 모양…
이런 날 이리저리 뛰어댕기게 만드는 피부장이 밉다…
뭐, 안미웠던 날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오늘도 뭐가 기분나쁜지 또 인간들 집합시켜놓고…
사무실 분위기가 글러먹었다는 둥… 날씨가 풀리니까 마음도 풀린다는
둥… 정신상태를 뽀사시하게 만들어주겠다는 둥… (뽀사시가 무슨
말인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감은 참 와닿네…) 한바탕 떠들어
대는 통에 오후 업무 한시간 날려먹었따…
저 인간 아까 회의 들어갈 때보니까 어그적 어그적 이상하게 걸어
가던데…
저 인간도 나처럼 축구 한 게임 뛴 건 아닐테고…
마누라한테 급소라도 채였나?
근데 화풀이를 왜 우리한테 하는겨?
제 구실 못하는 지 똘똘이를 탓하든지…
[피부장의 일기]
3/28 (화) 구질구질함
기분도 구질구질한테 날씨도 구질구질하누만.
어젯밤에는 나 모르는 사이에 비가 내렸는지 차가 아주 꼴사납게
하고 앉아있다.
황사 섞인 비는 이래서 맘에 안들어…
오늘도 낮에는 구질구질하기만 했는데 또 밤에 퍼붓는 거 아냐…
그럴까봐 일부러 차 세차도 안하고 카바도 안씌워놨지만…
서해안에 높은 방파제 같은거 세우면 안되나…
아뭏든지간에…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안아픈 곳이 없구먼… 날씨까지
지랄방정맞으니 더 아픈 거 같다…
이 몸을 이끌고 아침에 회의 참석했다가 이사한테 두들겨 깨지기나
하고…
어제 회의엔 왜 빠졌어, 엉?
저기… 몸이 안좋아서…
그래서 코앞에 있는 사무실에 퍼질러 앉아서 회의에 불참해? 정신상태가
글러먹었어 아주!
젠장 초등학생도 아닌데 맨날 이렇게 세워놓고 야단(?) 치는 건 뭐야.
아파서 잘 걷지도 못하던데 이사님 고정하시죠.
전산실장이 말려주더만. 고마워서 눈물 날라 그러데.
하긴 걷는 폼이 어그적어그적 하는게 꼴사납긴 하드만. 뭐 그 나이에
X이라도 깠나?
회사가 X깠다 XXX야.
머리 꼭대기까지 충혈되어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렇게 한바탕 씹히고나면 이마가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당장 아그들 소집시켜갖구… 한따까리 걸게 해줬다.
속이 다 시원하네.
저것들 까부수는 맛에 그래도 내가 안죽고 이 회사 다닌다.
억울하면 승진해!
저 스페셜마사지 이야기는 2001년도에 직장동료한테 들은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2000년도에 이미 써먹은 걸 보니 그 전에 들었었나보다.
하여튼 인간의 기억력은 믿을게 못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