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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대리일기 여든여덟번째

2008년 1월 20일

[봉대리의 일기]

4/6 (목) 조금 쌀쌀…

오늘, 우리 사무실에 작은 침입자가 나타났다.
아침부터 피부장이 되먹지 않은 소리로 일장 연설을 한바탕 지껄이고
난 후,
지화자 씨보구 커피나 한잔 타달라기에 지화자 씨가 투덜투덜 하면서
커피를 찌인하게 타고 있었다.
지화자 씨, 그 커피에다 염산이나 비소 같은 거 타면 안되나?
상당히 끓어오르는지 황대리가 지화자 씨 곁에 다가서며 이렇게
속삭였다.
저두 그러고 싶은데요, 구하기가 힘드네요.
이렇게 대답하며 지화자 씨가 설탕 통을 들어 옮기려는데…
으아아악~
사람 목소리에서 나올 수 있는 목소리인지 의심스러운 비명 소리가
사무실 공기를 쭉 찢어놓았다.
뭐야? 뭐야?
옆 사무실에서까지 달려올 정도로 큰 비명소리.
정체는 바퀴벌레!!!!
뭐 별로 크지도 않고 손톱만 한 놈이었다.
외모에 걸맞지 않게 거의 쓰러질라구 그러는 지화자 씨를 황대리가
부축하는 사이 내가 휴지로 그놈을 눌러죽여버렸다.
젠장 사무실에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나… 약이라도 뿌려야겠구먼.
때아닌 소동에 몰려들었던 사람들이 하나둘 제자리로 돌아가는데…
바퀴벌레를 처리할 곳을 찾던 나는 피부장에게 전달될 커피잔을 보고
말았다…
마침 피부장은 화장실에 가고 없구먼…
바퀴벌레에게 묵념. 풍덩.
워낙 빠른 동작이라 지화자 씨도 미처 못봤을 게다.
오늘은 왠지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구먼~

[피부장의 일기]

4/6 (목) 쾌청!

아 씨파… 아침부터 이사한테 졸라 깨졌다.
식목 행사에 안나타난 걸 어떻게 보고 받아가지구…
뭐, 그룹 기조실장인가 뭔가가 그 회사는 어떻게 된게 과장급이
인솔해서 나왔냐고 사장한테 직접 찔렀다네.
사장은 이사보고 인솔하랬더니 어케 된 거냐고 조지고…
조짐을 당한 이사는 그나마 부장급이 인솔했으면 됐을텐데 왜
땡땡이를 깠느냐고 나를 조지고…
어째 식목일 집에 편하게 누워서도 엉덩이가 불안하더라니…
사무실에 내려와서 직원들 모아놓고 또 분풀이를 털었다.
식목일에 나무 심은 사람 있어?
있을리가 없지.
식목일은 나무 심으라고 쉬는 날인데 나무도 안심었단 말야! 그러고도
월급 받아먹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이 월급 도둑놈들아! 나라
국력 갉아먹는 매국노들아!
한 따까리 걸게 했더니 목이 마르군.
지화자 씨 커피나 한잔 타줘.
커피 부탁하고 화장실에 앉아있는데 바깥에서 왠 돼지잡는 소리가
들린다.
젠장 그 괴상한 소리 때문에 3cm나 나왔던 X이 도로 들어가버렸다.
어 찜찜해…
도로 들어간 놈을 다시 빼내려고 필요 이상 오래 버텼더니 화장실을
나오는데 다리가 휘청거린다. 지기미…
그 바람에 식어버린 커피잔 원샷 해버렸는데… 오늘따라 커피가
고소하네.
설탕 대신 깨소금이라도 탔나 원…

SIDH’s Comment :
세상 많이 좋아져서 요즘은 사무실에서 바퀴벌레 볼 일이 별로 없긴 한데
예전엔 커피 타는 자리 근처를 포함해서 바퀴벌레가 광범위하게 서식하곤 했었다.
(하긴, 우리 사무실도 근처에 일식집이 있어서인지 바퀴벌레가 간간이 나타나더라)
요즘은 아파트들도 깨끗해서 바퀴벌레 없던데.
그나저나 올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지나서도 모기가 득시글거리니 참 이상한 나라.
그나마 며칠전 오라지게 춥고난 이후로는 안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