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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의 유럽여행 다섯째날 / 파리~함부르크

2003년 8월 23일

2003년 8월 14일 목요일.

오늘 일정은 상당히 널럴한 관계로 느즈막히 기상. (오전8시)
대충 씻고 짐 챙겨서 식당으로 가니 사람들 바글바글.
(이 쬐끄만 호텔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있었는줄 처음 알았음…)

우리 형제가 앉은 테이블 양옆으로 연인과 딸둘있는 가족이 앉았는데
아… 역시 프랑스 여자들이 이쁘더만.
어제랑 똑같은 내용의 식사를 하고 데스크로 가서
이뿌장한 아가씨와 빠이빠이하고 호텔을 나왔음.

나오다가 파리 우체부를 봤는데
이 동네 우체부들은 오토바이나 자전거 같은 거 안쓰고
커다란 가방을 카트에 싣고 끌고 다니나보데.
뭐 이 사람만 특이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Opera National de Paris – Garnier

역시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Madeleine 역에서 내림.
(아아~ 장발장이 생각나는 역 이름이었음)
거기서 파리 국립오페라극장을 목표로 힘차게 걸었음.
(파리의 아침도… 뭐… 한산하더만)

오페라 극장 도착. (아따 금딱지는 여기도 엄청 발라놨구만…)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자 뮤지컬로도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된 곳이라고 함.
이름에 붙어있는 Garnier는 설계자의 이름이고
1875년 지어진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라고 함…(파리에는 바로크 양식 건물이 참 많음…)

처음엔 정면만 보고 에이 크기는 세종문화회관 정도밖에 안되겠네… 했다가
뒤로 빙 돌아가면서 정확한 덩치를 가늠해보고는 기가 죽었음.
가만히 살펴보니 정면에 조각된 흉상들이 모두 유명한 작곡가의 것이었음…
(모짜르트, 베토벤, 뭐 이런 사람들…)
그 사진도 한방 박고.


쁘렝땅 백화점 (두 건물의 연결부위임…)

박물관을 빙 돌아 북쪽으로 올라가니 그 유명한 쁘렝땅 백화점.
(국내에 들어왔다가 아마 망해버렸던…)
백화점까지 왔으면 뭐 물건을 사거나 말거나 일단 안에도 들어가보고 그래야 도리가 아니겠습니까마는
시커먼 남정네 둘이 백화점 들어가서 아이쇼핑할 것도 아니고… 다음 행선지도 바쁘고…
솔직히 말하면 겉모습만 보면 되게 칙칙해서 뭔가 사고싶다는 그런 생각도 안들고…
(가본 사람 말에 따르면 건물 안도 만만치않게 칙칙하다던가…)
해서… 바깥에서 사진만 몇 방 박고 바로 이동.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 시간에는 아직 문을 안열었을 것 같음… 매일 아침 9시반부터라니까)

쁘렝땅 백화점에서 조금 더 걸어가서 Saint Lazare 역을 찾아 지하철을 탄 뒤
또 어제 내렸던 Assemblee Nationale 역에서 내렸음…
(이 근처 지리는 거의 외울 것 같음…)

오늘의 주요 목적지이자 파리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오르세 박물관 Musee d’Orsay 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아침 10시.
그런데 코 앞까지 가서 단체손님 입장하는 문하고 개인손님 입장하는 문이 다른 탓에 조금 헷갈리다가 제대로 찾아가서 입장한 시각이 오전 10시반.


오르세 박물관

원래 파리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기차역이었는데 그걸 조금 뜯어고쳐서 (건물 안으로 가보면, 이게 옛날에 기차역이었음을 알려주는 수많은 흔적들이 남아있음)
다시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것에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
어쨌거나 그저께 루브르에서처럼 형제가 헤어져서 각자 보고 오후 1시반에 입구에서 만나기로 했음.

루브르와 비교하면 훨씬 규모도 작아보이고 시간도 넉넉한 거 같아서
이번엔 안내도(역시 일본어버전이 있었음…) 하나 착 준비해서 계획적으로 돌았음.
먼저 1층 중앙로비를 돌고 다시 1층 외곽을 돈 다음… 2층으로 가서 외곽을 돌고 다시 계단 타고 빙빙 올라가서 꼭대기 층을 돈 뒤… 3층?쯤 되는 곳을 또 돌고… 뭐 그런 코스였음.





오르세 박물관 내부


박물관에서 본 미니어처 건물
처음 들어가자마자 마주친 것이 바닥을 두꺼운 유리(아니면 플라스틱이겠지…)로 깔아놓고 그 밑에 여러 미니어처 건물들을 만들어놓은 것이었음… 위에 서서 발 밑의 건물들을 내려다보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했음. (그냥 건물만 나열해놓은게 아니라 도로도 만들고 기타 모형들도 다 있는 걸로 봐서 파리 시내 일부를 재현해놓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봤음… 그냥 추측임)









오르세 박물관 조각품 특집









오르세 박물관 명화 특집

마네 모네 르느와르… 뭐 이런 종류의 유명한 그림들이 여기 다 있더만…
(루브르에서 본 건 좀 오래된, 역사적인 미술품들이었던 것에 반해… 오르세에는 근대 미술들이 많았음)
(보통 고전미술은 루브르, 현대미술은 퐁피두라고 하면… 오르세는 그 중간 정도를 다룬다고 함)
로댕의 유명한 작품들도 여기 몇 개 있고…
지옥문은 축소판을 옮겨놨다는 거 같던데…
좋았던 건 건축모형들이 많았던 것… 아는 게 많으니 볼 것도 많고…


박물관 꼭대기 테라스에서 바라본 세느강과 루브르 박물관
꼭대기층으로 가보니 (찾아가는 길도 꼬불꼬불… 무척 힘들게 되어있음) 옛날 기차역이었을 때 썼을 것 같은 엄청 큰 시계가 있고 그 앞에 카페테리아가 있었음… 그리고 바깥으로 나가는 것 같은 문이 있길래 나가보니 테라스… 거기서 루브르 박물관과 세느강이 아주 멋있게 보이길래 사진 한 방 박으려다가… 테라스에 서있는 조각품도 멋있어서 그놈도 같이 한방에 넣어서 찍으려고 용을 쓰다보니 사진이 이 모양이 되어버렸음… 쳇…


문제의 큰 시계
카페테리아 옆에 있는 시계는 아니고 그쪽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시계… 둘 다 건물 바깥에서 정면으로 보이기 때문에 건물 안에서는 뒤집어져서 보임… 실제로 맞게 가는 시계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으나 지금 사진으로 봐서는 당시 시간과 맞는 것 같음…

개인적으로, 방-방-방으로만 돌던 루브르나 베르사이유에 비해 공간-공간-공간으로 진행하는 오르세 박물관이 더 맘에 들었음…
(공간과 공간이 닿아서 연결된 건물보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해주는 별도의 공간이 있는 것을 좋아함…)
사진기가 처음 발명되었던 무렵의 사진기 및 그때 당시 찍었던 사진들의 특별전시회가 있어서 재밌게 구경했음…
(내부가 너무 어두워서 플래시 터뜨려가며 사진 찍기 뭐해서 사진은 없음…)
그 당시 찍었던 사진들은 지금보다 훨씬 작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농담 아니고 정말 손톱만함…)
누드 사진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어서 “그때나 지금이나…”라는 생각이 들었음…
오래된 가구 전시도 있긴 있었는데 그냥 둘러보기만 했고…

이렇듯 세 시간을 빡씨게 돌고 (다리가 아파서 중간에 많이 쉬었음… 쉴 수 있도록 해놓은 자리가 많드만) 입구에서 형과 접선하여 나왔음…

근처에서 밥부터 먹고 기차를 타러 가기 위해 식당을 물색…
잘 먹는게 무지 중요한 형이 샌드위치/피자 종류를 파는 카페류의 식당은 다 제끼고 레스토랑을 찾아냈음…
거기서 피가 뿜찔뿜찔 배어나오는 스테이크 시켜다먹고… 뻘건포도주 주문해서 쫄딱쫄딱 마셨음…


열라 깔끔한 지하철 14호선 내부…그리고 덩달아 많이 찍힌 본인

점심을 먹고 북부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음…
그동안 통 안타보던 14호선인가?를 탔는데…
앗… 요놈은 별라 현대적이었음…
승강장이 평소엔 유리로 막혀있다가 기차가 들어오면 기차문과 함께 열림…
다른 지하철은 손으로 잡아당겨야 열리는데… 자동으로 열려주고…
(한번은 지하철이 채 멈추기도 전에 문열고 내리는 바람에… 관성으로 저만치 튕겨나간적도 있었음…)

북부역 도착한 시각이 대략 오후3시20분쯤…?
4시 기차인데 어느 게이트에서 타야하는지 안나와있었음…
일단 음료수부터 두개 사놓고 (결국은 기차 타기 전에 다 마셔버렸음) 어느 게이트로 가야되나 기다렸음…
오전에 지하철 타면서 무지하게 이쁜 여자와 무지하게 잘생긴 남자로 구성된 커플을 봤었는데…
걔네들을 역에서 또 봤음…
한 3시 45분쯤 되니까 타야할 게이트가 나와서 기차에 탑승…
햇볕이 들어오는 쪽 창가라서 조금 짜증났지만… 그냥 달렸음.


파리 북부역… 날도 더운데 사람 무지 많음

7시50분경 쾰른 도착.
역시 20분 가량 시간이 남았으므로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감.
피자랑 콜라 하나씩 사서들고 플랫폼에서 먹었음.
쓰레기를 버리려고 보니 분리수거하도록 되어있었음.
문득 인천공항에서 쓰레기분리수거를 하는데 병/종이/쓰레기를 영어로 써놓지 않아 어디다 버려야할지 몰라서 쩔쩔 맸다던 외국인 이야기가 생각났음.
독일 쓰레기통은 사진으로 잘 붙여놨더만…

함부르크행 기차를 타고 예약석을 찾았는데…
이런 황당한 일이… 우리 예약좌석번호가 없었음.
(57,59번인가 그랬는데 56번까지밖에 없었음)
괜히 혼자 흥분해서 이거 따져야되는거 아니냐구 막 그랬는데
그냥 예약안된 좌석 많으니까 그런데 앉아가면 된다구해서…
빈 자리 하나 차지해서 앉았음.
왜… 외국영화 보면 그런거 있지 않은감… 기차가 복도식으로 되서 문열고 들어가면 서로 마주보도록 되어있는 좌석들…
그런데서 앉아갔음…
자리도 넓고 테이블도 있고 문닫아버리니 다른 사람들도 없고… 예약하는 것보다 이게 훨 좋더만.

함부르크 다 와가는데 왠 여자가 우리쪽 칸으로 오더니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데.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지금 서는 역이 함부르크역 맞냐고…
나야 모르지…
형이 설명해주는데 지금은 함부르크의 하부르크역이고, 다음이 함부르크 중앙역이고, 그 다음은 함부르크담투어역이고… 그렇게 설명해주니 알았다고 고개 끄덕끄덕하고 도로 돌아갔음.
흐흐흐… 우리가 외국인에게 갈쳐줄것도 있더만.

함부르크 중앙역 도착한 시간이 자정 조금 넘어서…
걸어서 집에 돌아가 씻은 다음…
사흘동안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PC에 백업받아놓고… 메모리 포맷한 뒤…
내일 베를린으로 가는 차편이 있는지 살펴봤음…
고속버스가 훨 싼데 자리가 없을 것 같다고… 기차를 알아보니 비싸긴 한데 빠르다며…
8시 기차 11시 기차가 있다는 거 확인하고… 취침.

다음 이야기는 여섯째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