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28일 화요일.
어제 고생 직싸게 했으니까 오늘은 좀 여유있게 움직이자…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침은 굶을 수 없어서 대충 7시반쯤 일어났음.
대충 씻고 아침은 어제랑 똑같이 먹고
(한시간 늦게 나왔는데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자리도 겨우 잡았음)
다시 방으로 올라가서 옷 입고 짐 챙겨서 숙소를 나온 시간이 대충 9시경.
베르사이유 내부에 식당이 있긴 한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일요일에 샀던 빵을 점심으로 먹으려고 일단 챙겼음.
오늘의 주요목적지는 바로 이곳
오늘의 일정은
일단 앵발리드 역으로 가서 베르사이유 왕복티켓 + 베르사이유 입장권 패키지세트를 구입한 뒤
베르사이유에서 점심까지 해결하고 충분히 구경하다가
에펠탑이 있는 상드마르스쪽으로 와서 구경하다가 저녁먹고 유람선 타고… 이럴 예정이었음.
유람선은 제 정신이라면(?) 탈 리가 없는데 여행사에서 바토무슈 탑승권까지 포함한 상품으로 예약을 한 관계로
뭐 해질녘에 세느강 유람선 타면 그렇게 절경이라고도 하니까.
9시 20분경 앵발리드 역 도착.
그러고보니 5년전에도 앵발리드역에서 베르사이유 가는 RER(기차)를 탔었는데
그때 왠 한국말 하는 프랑스 아저씨가 조깅하다말고 우리한테 참견해서
베르사이유로 가려면 앵발리드역에서 “기차철”을 타라고 알려줬었음.
마침 왕복티켓 + 입장권 패키지를 파는 곳이 앵발리드역밖에 없다고 함.
그냥 왕복티켓을 끊으면 5.6유로 정도고
베르사이유 원데이패스(One-day Pass, 베르사이유 궁전 아무데나 하루종일 볼 수 있는)가 20유로인데
이걸 22유로 정도에 팔고 있으니 어쨌든 꽤 이익.
그런데 어디서 파는 거지.
앵발리드 메트로역에서 앵발리드 RER역으로 가는 길이 어찌나 멀던지
한 10분은 걸어간 것 같은 느낌.
드디어 앵발리드 RER역이 나타나자마자
인포데스크에서 “베르사이유 기차+원데이패스”라고 보기드물게 영어로도 써놓은 전단을 붙여놓고 있었음.
2장 구입하는데 43.3유로. (1명에 21.65유로인가… 뭔가 복잡한 숫자다)
정작 티켓에는 영어 한 줄 없었지만.
일명 베르사이유 패스
그런데 이놈의 티켓이
그냥 지하철표처럼 생긴 넘 2장만 달랑 들어있는 거라.
그냥 한 장씩 왕복으로 쓰라고 있는 건가. 아니면 하나는 기차표(왕복용)고 하나는 입장권인가.
뭔가 수수께끼를 안은 기분으로 어쨌든 기차 타러 플랫폼으로.
옛날에 탔던 그 플랫폼이 거의 그대로.
얘네들은 인테리어도 잘 안바꾸나벼.
기차가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플랫폼 끝쪽에 있는 빈 벤치에 잠깐 앉아 휴식.
그러면서 “혹시 기차가 여기 딱 안서고 저 멀리 가서 서버리는 거 아냐”라고 농담.
말이 씨가 됐나 정말 기차가 플랫폼의 반대편끝까지 달려가서 서버리더군.
마누라하고 X나게 뛰어가서 겨우 탑승.
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마지막으로 올라타려는 순간 문이 쾅 닫히면서
기차문에 사람이(즉 내가) 끼어버리는 일종의 사고 발생.
이미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뭐 전부 외국인) 죄다 놀라면서 누구는 나를 잡아댕기고 누구는 문을 열려고 하고
일사불란하게 도와주려고 움직이는데 이게 뭐 그런다고 해결되나.
한참(이래봤자 5초 정도였겠지… 느끼기엔 무진장 길었음) 꼼짝 안하던 문이 다시 열리면서 겨우 탑승 성공.
도와주려고 애써주던 분들한테 눈으로만 인사하고 (메르시 했던가. 잘 기억 안나네)
그대로 사람들 사이에 서서 갔음.
우리나라에서같으면 개쪽 팔렸다고 다른 칸으로 넘어가거나 2층 가거나 그랬을텐데
뭐 외국이라서 그런지 별로 쪽팔리다거나 그런 거 없더라.
오히려 아니 사람 타는 거 확인도 안하고 문을 닫냐고 화를 냈으면 냈지.
어쨌든 5년전에는 이놈의 기차가 무진장 한산해서
2층 좌석에 여유있게 앉아서 갔던 기억이 있는데
게다가 그때는 여름휴가철, 지금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비시즌인데도
오늘은 기차가 사람으로 미어터질 지경.
그래도 전부 베르사이유로 가는 사람들은 아닌지 한두 정거장 지나니 빈 자리도 나오고 그럼.
제일 구석자리가 하나 비길래 일단 마누라를 끌고 가서 앉혔음.
또 두어 정거장 가니 마누라 맞은 편 자리가 비길래 나도 앉고.
피곤한지 마누라는 그새 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고.
9시43분에 기차 탑승했는데 베르사이유 궁전으로 갈 수 있는 베르사이유 리브 고슈 Versailles-rive-gauche 역에 도착한 시간은 10시15분.
40분 정도 예상했는데 30분 정도만에 도착한 셈.
태반이 베르사이유로 가는 승객들이라 우르르 내려서 개찰구로 가는데 꽉 막힐 지경.
야 5년전에는 형하고 나하고 둘만 내려서 갔다시피 했던 거 같은데.
우리나라 지하철 나가는 곳처럼 생긴 곳으로 한명 한명 나가느라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는데
안되겠다 싶었는지 역무원이 옆문을 터서 표 끊지 않고 그냥 나가도록 조치.
(표 넣고 나가나 안넣고 나가나 상관없는 모양)
덕분에 뒤에 서있다가 오히려 빨리 나왔음.
베르사이유 리브 고슈 역
(출처는 Flickr.com)
그래도 여전한 인파들과 함께 건널목을 건너 베르사이유 궁으로.
가다보니 주위에 늘어선 기념품 가게에 일본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도 봤음.
하긴 일본사람들이 저 만화보고 유독 많이 찾는다고도 하더라.
베르사이유 도착.
횡하게 터진 곳이라 그런지 찬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해서 마누라 불평 시작.
그래도 우리는 역에서 미리 입장권을 끊어와서 줄은 안서도 되지 않느냐…고 위로(?)하며 들어갔는데
5년전하고 입장 시스템이 좀 바뀐듯.
예전에는 없던 이상한 게이트용 시설물이 생겨있고
광장 복판에 있던 루이14세의 기마상은 온데간데 없고 이상한 풍선처럼 생긴 커다란 조형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나마도 원래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 안나는 문으로 차단되어있고
(내 기억으로 분명 베르사이유 궁에 문은 하나였었는데 지금은 둘이 되어있더라는)
베르사이유 궁전 외부는 무슨 공사중인지 비계가 잔뜩 설치되어서 별로 볼만한 것도 없고
옛날 입장권 사서 바로 입장하던 곳은 그냥 매표소가 되어있는데 줄이 늘어선 폼이 30분은 족히 기다려야할 거 같고
반대편(맞은편) 건물에는 단체입장권 사는 줄이 있는데 그건 한 5분 남짓 기다리면 될 정도로 짧고
가운데 게이트처럼 된 곳에 줄이 하나 더 있는데 이게 아마 입장하는 줄인 모양.
우리는 입장권을 이미 갖고 있으므로 그냥 입장하는 줄에 섰음.
(아니면 어떡하지-_-;;)
뭔가 많이 변해서 낯설어진 베르사이유 궁전 앞
입구 사진은 나올 때 찍은 거라 사람이 좀 한산해보인다.
줄 서있는데 사이로 지나가려는 젊은이들(외국인)이 있어서 자리를 좀 내줬더니
지나가면서 “셰셰”라고 하더군.
지난번에 파리 왔을 때도 왠 창녀가 “니하오”하고 인사하더니
중국인이 많아서 그런 건가 내가 어딘가 중국사람처럼 보이는 겐가.
하여튼 약 5분 여 줄 서서 입장 성공.
무슨 공항 들어가는 것처럼 금속탐지기 통과에 가방 검사까지.
뭐 내가 직접 가방 열어서 보여줬더니 별 말 없더라.
입장권은 그 지하철표처럼 생긴 걸 내밀어주니 사인펜으로 무슨 표시를 하고 끝.
일단 사람들 따라서 죽 가다보니 기념품도 팔고 안내도 하는 데스크 같은 곳이 나옴.
영어울렁증이 있는 나를 대신해서 마누라가 데스크로 가서 안내전단지 하나 얻어옴.
원래는 오디오가이드도 포함된 티켓이긴 한데
한국어는 없는 거 같아서 그냥 패스.
있어봤자 시간만 지체하지 뭐.
뭐 솔직히 내부는 이미 5년전에 다 본 것들이라 새삼 새로울 것은 없고
그냥 마누라는 첨 보는 곳이니까 같이 다닌다는 의미 정도였는데
방방마다 전에 없던 이상한 조형물(마치 아까 광장에 있던 풍선 같은 넘들)이 설치되어있어 색다른 느낌은 있었음.
(나중에 보니 제프 쿤스라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고… 2008년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설치한 거란다)
까놓고 말해서 어떤 놈이 이런 궁전에 저런 개칠을 해놓은 거야!! 라는 심정이 더 강했지만
그래도 예술이라고 해놨는데 문외한이 뭐라고 하면 되겠나.
뭐 나름 멋있게 봐줄만한 것도 없진 않더라.
베르사이유 궁전이라는 설치장소와 어울리지 않더라 이거지.
제프 쿤스와 베르사이유
베르사이유 내부 사진
자세한 설명은 곧.
돌아다니는데 어제의 여파가 좀 있는지 결혼식 마치고 장거리를 날아온 후유증인지 어제보다 더 힘듬.
오히려 마누라는 어제보다 좀더 쌩쌩한 느낌인데 내가 지쳐서 가다가 픽픽 주저앉고 그랬음.
어젯밤엔 잠만 푹 잤는데!!!
그렇게 잠깐잠깐 쉬면서 궁전 내부 구경은 마치고 정원으로 이동.
정원 입구…라고 해야되나
지난 번엔 정원을 못봤으니 이번엔 정원을 꼭 돌아다녀봐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밖으로 나오니 (한낮인데도) 찬바람이 쌩쌩 부는게 어째 불길한 기분.
점심식사까지는 아니고 뭐 좀 먹자 싶어서 계단참에 앉아 빵 하나씩 뜯었음.
참고로 마누라에게는 조류공포증(Ornithophobia)이 좀 있는 편인데
빵냄새를 맡았는지 비둘기 한 마리가 “걸어”오자 히스테릭해지기 시작함.
부스러기를 멀리 던져줬더니 그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더군.
원래 정원을 다 돌아보려면 사람이 발로 돌아다니기엔 좀 무리가 있다고 하고
(눈으로만 봐도 엄청 넓으니…)
미니열차를 타고 프티트리아농 궁전으로 가서 그랑트리아농 궁전까지 걸어가서 다시 미니열차를 타는 게 좋다고
가지고간 가이드북에 나와있었음;;;
생각해보니 5년전엔 마차였던 거 같은데…
그러나 미니열차 요금이 무려 1인당 5유로.
정원을 싹 다 돌아볼 건 아니고 (트리아농 궁전들도 별 관심없고) 그냥 분위기만 느껴보려는 건데
10유로 넘는 금액은 좀 많소! 라는 생각에
또 혹시 마차였으면 운치라도 있지 미니열차는 뭥미? 싶어서 일단 미니열차 타는 건 포기하고
일단 운하가 시작되는 아폴론의 샘이 있는 쪽까지만이라도 천천히 걸어내려가보자…라며 이동.
정원을 거닐면서
저 반듯하게 잘 다듬어진 수풀 속에 스낵코너와 공중화장실이 숨어있길래 화장실을 잠깐 이용. 화장실은 변기 같은 건 없고 그냥 벽에다 싸는 시스템.-_-;; 여자화장실은 어땠을라나.
아폴론의 샘
아폴론의 샘에서 궁전 쪽을 바라보며
슬슬 걸어갔는데 생각보다 금방 도착.
어 이정도면 금방 돌아보겠는데…라는 생각이 또 슬며시.
데스크에서 받은 안내도와 가져간 파리여행책자를 비교해보며 현재 위치를 파악해본 결과
정원 안에 있는 그랑트리아농, 프티트리아농 2개의 궁전 중에
그랑트리아농까지는 걸어가볼만하다는 결론 도달.
(뭐 순전히 내 혼자만의 결론)
대신 가는 길에 있는 스낵코너에서 샌드위치라도 하나 사서 점심으로 먹고 가자는 것에 마누라가 동의.
치즈샌드위치(라고 하지만 바게뜨빵에 치즈 한장 끼워놓은 수준) 하나에 3.3유로.
그거랑 싸가지고 간 빵이랑 가까운 물가에 앉아서 먹는데 (그쪽에 앉아서 뭐 먹는 사람들 엄청 많음)
물 위에는 백조나 오리들이 노닐고 물 속에서는 내 다리통만한 잉어들이 먹이 떨어지는 거 없나 헤집고 다니고
나름 절경이긴 하더라.
대운하
아폴론의 샘과 대운하
트리아농 궁으로 가는 샛길
대운하에서 점심 먹으며
배채우고 (여전히 춥긴 하지만) 심기일전해서 출발.
그랑트리아농으로.
생각보다 먼 거리라 가다가 살짝 지치긴 했는데
주위 풍경이 대단히 볼만해서 그래도 돌아다닐 기분이 났음.
마누라도 처음 궁전 내부 볼 때는 뭐 유명한 거에 비하면 별로… 이런 식이었는데
정원 돌아다니면서 뿅뿅 가기 시작함.
좀 따뜻하고 파릇파릇할 때 왔으면 훨씬 좋았을텐데.
그랑트리아농 도착.
생각보다 별로 볼 것 없음.
그랑트리아농에서 바라본 소운하
그랑트리아농
루이14세가 후궁 맹뜨농 부인을 위해 지어주었다는 작은 궁전. 궁전이라기보단 그냥 별장인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붉은색과 분홍색 위주로 꾸며져있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제 돌아가야지 하고 지도를 보니
여기서 베르사이유 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프티트리아농을 거쳐서 갈 수 있을 것 같았음.
뭐 이렇게 된 거 다 보고가자… 이렇게 또 마누라를 설득.
(애시당초 다 보고가자! 이랬으면 돈은 좀 들더라도 미니열차를 탔겠지)
잔뜩 지치긴 했지만 이젠 방법이 없음. 걸어서 프티트리아농으로.
근데 얘도 별로 볼 거 없네.
그랑트리아농을 나오다 발견한 정체모를 건물
프티트리아농
(출처는 flickr.com. 여기선 변변하게 찍은 사진이 없어서) 루이15세와 마담 퐁파두르를 위한 별장이었는데 나중에 루이16세가 마리 앙트와네트에게 주었고, 다시 나폴레옹이 마리 루이즈에게 주고… 애첩한테 하사하는 역사의 별장.
독특하게도 영국식 정원이 있다는데 내가 보면 뭘 아나.
이제 정말 돌아가야지 하고 방향을 잡음.
(잘못 잡아서 잠깐 헤맸음)
걸어오는 도중에 옆을 보니 이건 뭐 광활한 목장이 펼쳐져있질 않나
하여튼 규모 하나는 어마어마한 곳임.
가로수들은 또 얼마나 높은데 일직선으로 잘 다듬어놨는지
마누라가 (이때는 지치다 못해 반쯤 미쳐있었음) 하늘을 보고 걷다가 일직선으로 늘어선 가로수가 죽인다며 하늘만 보고 걸어감.
프티트리아농에서 트리아농길을 따라서 넵튠의 샘까지
다시 정원 입구 도착.
밖으로 나가는 문을 못찾아서 또 잠시 헤맸음.
구름낀 하늘이 멋지다고 마누라가 사진 한 장 찍어달래서 찍어주고
드디어 베르사이유 궁을 나온 시간이 오후 3시 15분.
그러니까 한 5시간을 베르사이유에서 보낸 거지.
이제 기차 타고 에펠탑 있는 상드마르스로 가면 된다~ 그랬더니
마누라가 잡아죽일 듯이 쳐다봄.
도저히 힘들어서 못돌아다니겠으니 일단 숙소로 가자고 강력하게 주장.
얘가 어제처럼 한국시간으로 11시 넘어가니까 정신 못차리는 중.
하긴 나도 시차적응이 잘 안됐는지 하늘은 대낮인데 괜히 피곤하고 졸리고 그런 느낌 좀 있었음.
옛날에 내가 유럽 나왔을 때는 시차적응 같은 거 전혀 없었는데
결혼식 한다고 피곤한 상태에서 와서 그런 건지 늙어서 그런 건지. 쯧.
하여튼 그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오전에는 비가 안왔는데 점점 비가 올 듯한 날씨로 바뀌고 있어서
일단은 숙소로 가기로 결정.
기차역 도착하기 직전에 비를 좀 맞긴 했는데 다행히 곧 그쳤음.
생각해보니 월요일 여행기에서 빼먹은게 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창밖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게 아닌가.
어차피 오늘은 브뤼셀 여행할 거니까 브뤼셀만 비가 안오면 된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다행히 브뤼셀은 비가 안왔고 저녁에 돌아와보니 파리도 비가 그쳐있었음.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혹시 비가 안오려나 걱정했었는데 안와서 다행이다 싶었더니
기어이 낮에는 비가 온 게지.
기차 타기 전에 잠깐 어느 표를 넣어야 되는지 고민.
올 때 체크한 표를 넣어야 되나? 베르사이유에서 입장할 때 쓴 표를 넣어야 되나?
일단 베르사이유에서 입장할 때 쓴 표를 넣어보니 에러.
아까 올 때 쓴 표를 넣으니 통과.
아 그런 것이었나.
베르사이유 리브 고슈역 – 기차 타러 들어가는 곳
(출처는 flickr.com)
지하철 두번 갈아타고 숙소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45분.
방에 들어오자마자 마누라는 일단 기절.
일단 한두 시간이라도 푹 자고 7시나 되면 나가서 저녁 먹고 에펠탑 야경이라도 보자… 유람선은 타야지.
이게 현재의 계획.
나는 뭐 기절할 정도로 피곤한 건 아니라서
일단 마누라는 놔두고 바깥으로 나왔음.
파리 와서 3일간 오고가면서 첫날 샀던 지하철표 10장(까르네)을 어느새 다 써버려서
어차피 사야되는데 이번엔 자판기에 동전 넣고 한 번 사보고 싶어서
(사실은 말 안통하는 프랑스인하고 또 대면하기 싫어서 -_-)
마침 생수도 떨어졌고 하니 슈퍼에서 생수를 사면서 잔돈을 바꿔서
그 잔돈으로 지하철역에서 표 사서 들어가야지…라는 생각.
일요일밤에 갔던 슈퍼로 찾아갔더니 그날 밤에 본 젊은 친구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음.
1.5리터짜리 생수(이게 1유로. 5년전 폭염때는 500ml 생수가 1유로 이상이었는데)를 하나 사서
잔돈 바꿀 겸 10유로를 계산대에 냈더니
젊은 친구가 잔돈을 꺼내다가 자꾸 흘리길래 그 친구나 나나 그냥 씩 웃었음.
별 거 아니긴 한데 뭐랄까 말이 안통하는 사람들끼리인데도 어떤 느낌이 통한 기분이랄까.
참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그럽니다.
생수 사들고 나왔더니 비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중.
우산 안가지고 왔는데.
물론 이럴 경우를 대비해 방수가 되는 등산용 점퍼를 입고 왔기 때문에
모자만 둘러쓰고 급히 뛰어서 숙소로.
물론 가다가 지하철역에 들러서 까르네(10장짜리)는 샀음.
처음엔 잘 안되길래 다른 사람 하는 거 슬쩍 보고나서 다시 시도해 성공.
방에 들어가보니 마누라는 본격적으로 꿈나라 여행중.
생수 챙겨넣고 젖은 점퍼 털어서 널어놓고
딱히 할 것도 없고 하니 나도 한두 시간 정도만 눈 좀 붙일까… 싶어서 그냥 옷입은 채로 침대에 누웠음.
눈 뜬 시간 밤 9시.
(나도 피곤하긴 했던 모양이여-_-;;;)
다행히 마누라도 비슷한 시점에 잠에서 깼음.
둘 다 뭔가 계획이 틀어진 기분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유람선은 타기 힘들 것 같고 저녁이나 먹고 에펠탑 야경이나 보자…라며 일단 밖으로 나감.
(동절기엔 바토무슈 마지막 운행시간이 밤 9시라고 알고 있었음)
다행히 비는 그친 상태.
바토무슈 타는 곳 확인이나 하자는 생각에 일단 알마역으로 갔음.
알마역 도착한 시간이 밤 9시 37분.
지하철 내려서 바깥으로 나가는데 키가 훤칠한 동양여자애들이 우리 뒤로 따라오고 있었음.
꼭 들어맞는 건 아닌데 일반적으로 동북아시아쪽 외모를 하고 저렇게 키큰 애들은 한국인인 경우가 많더라.
(일본이나 중국인이 키가 큰 경우는 좀 드물다는 뜻… 근거는 없음)
아니나다를까 막 지하철역 밖으로 나오니까 얘네들이 우리한테 와서
“바토무슈 타는 곳이 어디에요?”라고 한국말로 물어봄.
(아마 나하고 마누라가 한국말로 대화하는 걸 듣고 눈치챘나보지)
한국사람인 건 반가운 일이다만 내가 알 리가 없지.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 하다가 문득 생각나서
“근데 지금 바토무슈 타는 시간 지났을텐데?”라고 말했는데
그건 관심없다는 듯 지들끼리 알아서 가버림.
걔네들이 바토무슈를 타던 말던 우리는 알마다리 옆에서 에펠탑 야경 구경.
원래 에펠탑 불빛이 노란색인데
지금은 프랑스가 유럽연합(EU) 의장국이 된 기념인가 뭔가해서 파란 불빛에 EU 상징마크(별)를 달고 있음.
알마다리에서 바라본 에펠탑 야경
알마다리 옆에 바토무슈 타는 곳…이라는 간판을 찾아서 일단 위치 확인하고
에펠탑이 제일 잘 보인다는 샤이오궁으로 가기 위해 방향 전환.
지하철로 두 정거장 정도 떨어진 거리인데 파리 지하철은 서울처럼 역간 거리가 멀지 않아서
걸어갈만하겠지 싶어 그냥 걸었음.
뭐 5년전에는 폭염을 뚫고도 잘만 걸어갔었는데…라는 생각도 들었고
가다가 적당한 레스토랑 있으면 저녁도 해결해야지… 라는 생각도 있었고.
근데 레스토랑은 있지도 않고 춥기만 겁나 춥더라.
왜 이렇게 파리에서 뭐 먹기가 힘드냐.
그렇게 벌벌 떨면서 샤이오궁 도착.
오 에펠탑 뽀대 좀 나네.
알마다리에서 바라본 에펠탑 야경
에펠탑 사진 몇 방 찍고 다시 저녁 먹을 궁리.
그때 문득 5년전 파리에 처음 왔을 때
파시 역에서 내려 에펠탑을 찾아가던 도중 길 건너편에 있던 한식당을 보고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떠올랐음.
5년이나 지났는데 지금도 있을까?
아니 혹시 없더라도 그 근처에 가면 설마 다른 식당이라도 있겠지.
마침 마누라도 빵에 질려버린 것 같으니 한식 사주면 좋아할지도.
아니나다를까 한식당 가보겠냐니 좋단다.
그럼 가자. 설마 없어졌겠어.
그런데 이쯤이면 나오려나 싶은데 안나오더라고 -_-;;;
아 뭐가 잘 안된다 싶었는데 파시 역에 거의 다 와서 한식당 정말 발견.
레스토랑 “우정”이라고 적혀있네.
아직 문닫는 시간은 아닌지 (밤 10시에 육박하던 시간) 손님도 있고 해서 과감하게 입장.
한국사람임이 틀림없을 아주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
2명이라니까 대충 문가에 있는 자리를 내주길래 그냥 앉았음.
주위를 둘러보니 정장 제대로 차려입은 (우리는 뻘쭘) 손님들 몇몇이 오손도손 앉아있는데
대충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반반 정도.
그렇다고 프랑스 사람끼리 와서 앉아있는 테이블은 없어보이고.
지배인 아니면 그냥 웨이터 같은 아저씨가 와서 메뉴판을 주길래
뭐 비싸겠지 하고 열어봤더니 허걱.
제일 싼 메뉴들이 16유로 17유로 이런 수준.
아무리 파리라지만 내가 비빔밥을 2만5천원씩 내고 먹어야겠냐.
나중에 한국 와서 찾아보니 파리에 우정식당이라고 하면 파리에 있는 한국식당 중에서도 최고급-_- 식당이라고.
(주방장이 한국 유명음식점인가 호텔인가에서 스카우트되어왔다나)
겁나 비싼 곳이라 VIP 접대용 뭐 대충 그런 식당이라는데
그냥 배고픈 중생 둘이 기어들어왔으니 안쫓겨난게 다행.
하여튼 18유로짜리 육개장 2인분 시켰음.
환전해서 생각하면 골치아프고 아 뭐 여기 빵 한조각도 5천원 하는 곳이니 밥도 비싸려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음.
그땐 몰랐지만 확실히 스카우트된 주방장 솜씨라 그런지 육개장도 맛있긴 맛있더라.
(배가 고파서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식당 “우정”
(출처는 Encyber)
주문하면서 슬쩍 물어보니 주문받는 시간이 밤10시까지라고 하니 우리가 거의 마지막 손님인 셈.
여행내내 운이 없는 것 같더니 그래도 뭔가 하나 잘 풀리네.
그래서 그랬나 밥먹고 있으려니 손님들이 하나둘 나가기 시작.
(문 닫을 시간이라 이거지~)
그 중 한 여자손님은 아까 그 아줌마(사장님인지… 사모님인지…)와 잘 아는 사이인지 정겹게 인사를 하고 나가던데
아줌마가 따라나가면서 하는 말을 얼핏 들으니 “그럼 다음 공연은…” 뭐 대충 그런.
파리에 무슨 클래식 공연하러 다니는 유명한 한국사람인가.
얼굴을 자세히 안봐서 누군지도 모름.
(봐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한국식당이지만 계산은 파리식.
테이블에 있던 계산서 접시에 40유로를 올려놓으니 아까 그 지배인인지 웨이터인지 모를 아저씨가 수거해감.
촌놈들이라 외국에선 항상 팁이 걱정인데
잠깐 기다리고 있으려니 아저씨가 4유로 거슬러서 가져옴.
그래도 한국식당에 와서 서비스 받은 게 왠지 고마와서 (지금 생각해보니 별로 고마울 필요는…-_-)
2유로만 팁으로 남겨놓고 나왔음.
자 그럼 이제 숙소로 갑시다~
그런데 가까운 파시 역으로 가서 지하철을 타자니 2번 갈아타야되는 방식.
한 정거장만 왔던 길 돌아가면 1번만 갈아타도 되는데.
마누라가 피곤은 해도 갈아타는 걸 또 무지 싫어해서
(갈아타느라 걷는 거리가 그냥 걷는 거리랑 비슷하기도 하더라)
파시 역 근처에서 좀 서성거리다가 왔던 길로 돌아가기로 결정.
그순간 마누라가 아차 하면서 멈춤.
아까 그 식당에 모자(위에 있는 사진에서 쓰고 있는 야구모자)를 두고 왔다고.
어 문닫았을텐데 큰일났다 싶어
빨리 가보자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
무슨 마법처럼 아까 그 지배인인지 웨이터인지 모를 아저씨가 우리 뒤에 떡하나 서있는게 아닌가.
왜?
아니 모자를 두고 가셨더라고요.
아~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지금 막 돌아가려던 참인데…
네 다행이네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아저씨는 모자를 돌려주고 다시 건널목 건너 식당쪽으로 돌아가심.
문 닫으려고 정리하다가 모자를 발견하고 뒤쫓아나오신 모양.
팁의 힘인가 한국인의 정인가.
하여튼 뭐 잃어버려도 별 것 아닌 모자일지 몰라도 찾아주시니 무척 고마움.
(게다가 나는 5년 전에 역시 에펠탑 근처에서 모자를 잃어버린 전력을 갖고있지 않은가)
혹 파리 가시는 분들은 아무리 비싸도 우정식당 한번쯤 이용해주시라. (근데 비싸긴 겁나 비싸다)
그렇게 모자 되찾아쓰고 비탈길 걸어내려와서 지하철 타고 숙소로 복귀.
지하철 이에나 역
원래는 트로카데로 역에서 탔어야 되는데 어디 붙어있는지 보이질 않아서 한 정거장 더 걸어왔음-_-;;;
숙소로 돌아온 시간이 대충 밤 11시 40분쯤.
야 뭔가 오늘도 파란만장했다… 싶어서 얼른 씻고 또 쓰러짐.
내일은 일정상 오르세-루브르박물관 싸돌아다니는 날.
역시 엄청 걸어다녀야 하는 일정인데 (파리 관광이니 어쩔 수 없음) 버틸 수 있으려나.
결론부터 말하면 못버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