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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가족의 홍콩여행 – 셋째날 (스탠리)

2015년 12월 18일

홍콩여행 셋째날이면서 내 생일날.
월요일이기 때문에 주인집(!) 식구들은 우리와 달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야하는 날이기도 해서
아침 일찍 눈을 뜨긴 떴는데 괜히 출근+등교준비로 바쁜 사람들 눈에 띌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그냥 방에서 조용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이나 하고 있었음.
그러고 있는데 7시 좀 넘은 시간에 소윤이가 화장실 간다고 일어날 때 겸사겸사 밖으로 나왔음.
마누라 친구 남편은 벌써 출근하고 안계심.
(원래 출근시간보다 항상 빨리 나가는 편이라고)
마누라 친구분께서 내 생일이라고 일부러 끓여주신 미역국에 아침밥 먹는 사이에
소윤이 친구도 학교 가고 마누라 친구도 아이 데려다주러 같이 나가버려서
남의 집에 우리 식구만 있게 됐음.-_-;;;

참고로 소윤이 친구는 소윤이랑 같은 우리나이 여섯살이지만
홍콩은 만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에 이미 초등학생인 상황.
(9월이 1학기라서 우리보다 1년반이 빠른 셈)
마누라 친구는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다른 학부형들과 커피 한 잔 하고 올 예정이라며
우리가 아침 먹고 알아서 현관문 잠그고 나가야 했으므로 현관 열쇠까지 맡기고 갔음.
우리가 디즈니랜드 간다니까 자기네 연간회원권까지 덤으로 빌려주고.
(그 연간회원권으로 입장은 못하지만 기념품 구입이나 식사시에 할인은 받을 수 있다고 함)

일단 오늘 일정은 어제 추천받은 스탠리에 갔다가 센트럴로 와서 점심먹고 디즈니랜드로 가는 것으로 최종 결정.
스탠리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아파트 앞(정확히는 아파트 아래)이라서 느긋하게 준비하다가
9시30분쯤에야 집을 나섬.
그런데 엘리베이터 내려서 좀 걷자마자 갑자기 소윤이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얘기함.
아니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나오기 전에 얘기할 것이지 여기서 갑자기.
참고로 이 아파트는 일단 집을 나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6층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가 쉽게 말하면 중간층정원? 그런 개념으로 꾸며져있음.
그리고 거기서 다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로비로 가면(여기서 아파트 주민들은 카드키를 찍어야 출입이 가능함)
지상1층으로 내려가고 거기서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것임.
소윤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한 곳은 바로 6층의 중간정원에서.

다시 아파트로 올라가는 것보다 첫날 갔던 클럽하우스 화장실로 가는게 더 빠를 것 같아 (클럽하우스 입구가 6층에 있었음)
클럽하우스로 서둘러 가보니 첫날과 달리 문이 닫혀서 잠겨있었음.
뭔가 아파트 주민들만 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걸 몰라서
마누라가 급히 친구에게 카톡을 날려봤는데 답이 즉각 오지 않음.
그래도 다행히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아파트 출입용 카드키로 출입이 가능하다는 걸 알아서 클럽하우스 입성 성공.
화장실 때문에 가는 건데 따라가봐야 어차피 기다릴 거라서 나는 아예 클럽하우스 밖에서 기다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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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서 찍어본 사진. 아파트 중간정원에서 반대편 구룡반도를 바라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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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해양경찰본부가 있다.

그나저나 원래는 소윤이가 화장실 가는 걸 잘 참는 편인 아이인데
금요일에 큰 일을 본 후로 아직 큰 걸 보지 않아서인지 갑자기 화장실을 자주 가고 싶어하는 것이 걱정거리가 됨.
홍콩은 지하철에 공중화장실이 없어서 상가 건물이나 식당에서 화장실을 꼬박꼬박 이용해야 되는데
오늘은 30분~1시간 정도 장거리 버스 이동이 많아서 어젯밤과 같은 난리를 또 겪을 가능성이 높아보였음.
어쨌거나 애를 끌고 내려가 버스정류장에 가보니 우리가 탈 14번 버스가 대기 중이긴 한데
시간대가 안맞았는지 한 10여분 기다려서야 출발.
그래도 진작 기다렸다가 탄 덕분에 드디어! 2층버스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음.

역시 맨 앞자리라서 시야도 그렇고 타는 느낌도 서울과 달라서 소윤이가 아주 좋아함.
버스가 한 10여분은 시내를 막 달리더니 (2층에서 내려다보니 홍콩시내 교통체증이 그냥 눈에 보임)
고가도로를 하나 휙 타더니 갑자기 시골길(?) 아니면 산길(?) 비슷한 곳으로 마구마구 달리기 시작함.
산 구석구석에도 꽤 비싸보이는 주택이나 아파트들이 간간이 보임.
그렇게 한참 산길을 가다가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더니
오른쪽에는 엄청 큰 호수와 댐, 왼쪽에는 바다가 보이기 시작.


타이탐 저수지와 타이탐 댐. 댐 위로 좁은 길이 있어서 차량이 통행하고 있음.

문제는 버스가 댐 위로 진입하니까 길이 엄청 좁아져서
맞은 편에서 잘생긴 스포츠카랑 택시가 달려오다가 오갈 데가 없어서 서로 댐 위에서 멈춰버린 것.
(워낙 바짝 붙어선 상태에서 멈춘 거라 처음엔 살짝 접촉사고라도 난 줄 알았음)
양쪽 운전기사가 서로 내려서 뭐라뭐라 하더니 조금씩 차를 빼고 어쩌고 해서 겨우겨우 통과.

댐을 통과하고 나니 왼쪽으로 계속 해변 풍경이 펼쳐짐.
어제 마누라 친구 남편 말대로 버스 타고 경기 구경만 해도 잘왔다 싶을 정도였음.
한참 창밖 경치에 빠져있다가 시계를 보니 얼추 버스탄 지 30분 가까이 되고 있어서
곧 내릴 정류장이 나오겠다 싶어 안내 전광판에 집중했음.
드디어 스탠리 어쩌구…하는 영문 안내가 나오길래
어 여기서 내리는 건가? 싶었다가 주변이 아직 너무 산길이라
한 정거장만 더 가도 되겠다 싶어서 그냥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기로 했음.
그런데 다음 정거장이 우리가 내려야될 정거장이 맞았음.

여기서 스탠리마켓을 찾느라 조금 헤매긴 했는데
(아침에 대충 지도를 보고 왔는데도 잘 이해가 안되서, 구글지도앱의 도움을 받아야 했음)
결과적으로 스탠리마켓 중간쯤으로 잘 치고 들어갔음.
홍콩의 흔한 재래시장 같은 건데, 월요일 아침이라 문을 많이 열지 않았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시간이 좀 지난 탓인가 꽤 문을 연 가게가 많았음.

stanley-market-hk
대충 이런 느낌의 재래시장. (사진은 www.atmag.net 에서 가져옴)

대충대충 구경하면서 마켓을 벗어나니 바로 바다가 펼쳐지는데 여기가 스탠리만.
해수욕장 같은 건 아니고 그냥 부둣가에 쇼핑몰이나 식당들이 늘어선 곳이라
바다 구경하면서 그냥 쉬고 놀고 그런 곳으로 보임.


스탠리마켓을 딱 나오면 바로 보이는 풍경


여기가 흔히 말하는 스탠리만 모습


블레이크 선착장

쭉 따라 걸어가니 여행안내책자에서 봤던 머레이하우스가 등장.
원래 센트럴에 있던 건물인데 그쪽을 싹 개발하면서 이곳으로 옮겨온 건물이라고 함.
벽돌 하나하나에 번호 붙여가면서 그대로 이전했다는데 건물에 별 특이점은 없어보임.
마누라도 머레이하우스 자체에는 관심없고 그 건물에 H&M 상점이 있다는 것에 격하게 반응함.
H&M 오픈시간이 11시인데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 같아 주변 사진 찍으며 기다렸다가
문 열자마자(뭐 그렇게 살 게 있다고…) 가게로 쳐들어감.


머레이하우스 2층에서 바다쪽을 보니 배들이 옹기종기.


머레이하우스 2층에서 스탠리만 쪽을 바라본 모습

마누라가 소윤이 입힐만한 옷들 둘러보는 동안 소윤이한테 갖고 싶은 거 하나만 사주겠다고 함.
소윤이가 이것저것 둘러보더니 목걸이와 캐릭터악세사리 사이에서 고민 시작.
하나만 사줄 거라고 계속 강조하니 마침내 목걸이를 하나 고름.
세일하는 아이옷 몇 벌하고 목걸이를 계산하고 나와서 소윤이 목에 걸어주니 좋댄다.

머레이하우스를 나와서(머레이하우스 구경을 한 건지 쇼핑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옆에 있는 스탠리플라자로 이동.
여기도 이런저런 가게들이 많은 쇼핑구역이라 그냥 구경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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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플라자 3층(?) 쯤에서 바다 쪽을 바라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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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반대편인 산쪽을 바라보고. 고급주택가로 보임. (역시 높은 곳에 부자들이 사는 모양)

중간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목마를 것 같아 가져갔던 쥬스를 꺼내 소윤이한테 먹이니
마시면서 한다는 소리가 “아 나 진짜 목말랐었는데”
그럼 목마르니까 물을 달라고 하던가.

말 안하고 참는 건 누굴 닮아가지고… –> 날 닮았음-_-;

하여튼 또 장거리 버스를 타야하니 화장실까지 챙겨서 다녀온 후에
스탠리플라자 옥상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갔음.
여전히 기다릴 팔자인지, 이번에도 우리가 탈 버스는 한 15분 가량 기다려서야 옴.
게다가 이미 2층에 손님이 찰만큼 차서, 맨 앞 자리에 앉지도 못함.
날도 덥고 힘들었는지 소윤이는 버스 타고 좀 지나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
자리에 대충 눕혀서 무릎베개 해주니 본격적으로 주무심.

이 센트럴로 가는 6번 버스도 스탠리플라자에서 미들베이비치 – 리펄스베이 – 오션파크 등을 지나는
나름 홍콩 남쪽의 주요관광지를 훑고 지나가는 노선이라서
마치 버스 타고 홍콩 남부 관광투어하는 느낌이 조금 있었음.

버스 자리가 좀 이상해서 사진을 못찍은 건 좀 아쉽네.

오션파크를 지나 애버딘터널이라는 터널을 지나니
다시 홍콩섬 북부의 시내로 들어왔는데
아아… 월요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교통이 엄청 막힘.
대충 어제 버스로 다녔던 길이 보여서(밤에 본 것이긴 해도) 내려서 길을 못찾을 것 같지는 않다 싶었는데
문제는 막혀도 너무 막히는 거.
대충 센트럴역 근처까지는 온 거 같은데 버스가 도통 움직일 생각을 안해서
(다음에 내릴 – 우리가 내릴 곳은 아님 – 정류장이 몇십 미터 앞인데 버스가 꿈쩍도 안하고 있었음)
그냥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고 조금 걷는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에
아직 잘 자고 있던 소윤이를 깨워서 내가 들쳐업고 마누라랑 같이 버스 1층으로 내려감.
그런데 우리는 단지 미리 내려와 있으려던 것 뿐인데 버스기사분이 착각을 하셨는지
도로 중간에서 그냥 문을 열어주심.
어차피 저 몇십미터 앞의 정류장까지 가려면 또 몇분을 기다려야할지 모를 수도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냥 내렸음.
(그 버스, 우리가 횡단보도 기다려서 건너서 갈 때까지 정류장 도착 못했음)

내리고보니 HSBC건물 앞. (그럭저럭 잘 내린 거였음)
어제 못 본 홍콩 시내 구경을 이런 식으로 하는 셈이네.
중간중간 사진 찍으며 홍콩역-IFC몰 쪽으로 이동.


HSBC건물 앞에서 트램이 지나가길래 사진 한 방.


횡단보도 건너와서 맞은편 HSBC 빌딩을 올려다보고.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여기 24층에서 장국영이 투신자살한 곳으로도 유명한 곳. 생각보다 번화가에 있었네.


뱅크 오브 차이나 빌딩과 HSBC 빌딩이 한 눈에 들어오길래 사진 한 방.


IFC몰. 아래층은 홍콩역.

여기서부터 계획은 IFC몰 안에 있는 유명한 딤섬집인 팀호완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홍콩역에서 지하철 타고 디즈니랜드로 가는 거였는데
팀호완은 금방 찾았는데 사람이…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서있었음.
딱 점심시간에 맞춰서 왔으니 왜 안그렇겠나.
어떻게든 기다려서 먹어볼까 했는데 그랬다간 디즈니랜드에 너무 늦게 도착할 것 같아서
아쉽지만 포기하고 그 옆에 있는 국수집으로 옮겼음.
여기도 줄서서 먹어야했지만, 팀호완에 비할 바는 아니었으니;;

종류가 다른 국수 2개랑 만두 하나 시켜서 먹고(하나는 괜찮았는데 하나는 맛이 좀 특이했음)
부랴부랴 지하철 타러 이동.
소윤이는 오전에 땡볕에 지치고 (그러니 버스에서 낮잠을 다 잤겠지) 점심 먹는데서 기다리느라 지쳐서
컨디션 그다지 안좋아보이는데도 디즈니랜드 빨리 가자고 재촉함.
내가 빨리 간다고 가냐 기차가 빨리 와야지.

홍콩역에서 노란색 둥충선을 타고 써니베이역까지 간 다음
거기서 <디즈니랜드선>을 갈아타고 디즈니랜드리조트역에 내리면 바로 디즈니랜드.
<디즈니랜드선>은 그냥 써니베이랑 디즈니랜드리조트역만 오가는 디즈니랜드 전용 왕복노선에 가까운 노선인데
그래서 그런지 기차도 디즈니랜드 느낌 물씬나게 디자인되어있음.


보시는 바와 같이 손잡이도 미키마우스… 창문도 미키마우스… 중간중간 디즈니캐릭터모형도 있음.

어째 여행기가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서 디즈니랜드 이야기는 다음 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