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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SIDH 가족의 제주여행 – 셋째날

2011년 11월 30일

2011년 9월 27일 화요일. 여행 셋째날.

오늘은 돌아다닐 곳도 많고 할 일도 많은 편이라
알람도 울리기 전에 괜히 눈이 일찍 떠졌음.
그래봤자 아침식사 전복죽이 나오는 시간은 정해져있는데-_-



아침 침대에서 부비적대는 소윤이

전복죽으로 아침식사 마치고 출발.
오늘의 첫목표는 숙소 코 앞에 있는 정방폭포.

최근 1박2일에 나왔기 때문에 사람이 미어터질 줄 알았더니
아침 9시 갓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주차장도 널럴하고 사람도 별로 없었음.
괜히 뭔가 짜증난 소윤이를 애기띠로 매고 정방폭포 구경.



[su_youtube url=”https://www.youtube.com/watch?v=NlNtgafNN4k”]
정방폭포

소윤이 억지로 한 컷

그리고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금방 오다가 발견한 소정방폭포를 잠깐 구경하러 출발.
소정방폭포 앞에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별장?)이 있는데
그곳은 내부수리중인가 그래서 구경할 수 없었고
소정방폭포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오마나 여기는 차가 우리 포함 달랑 2대밖에 없네.

별로 관광지처럼 보이지는 않은데 길은 잘 꾸며놓아서 뭔가 했더니
요즘 뜨고 있는 제주 올레길 코스 중 하나라고 함.
그런데 끝까지 가서 보니 위험하다고 길을 중간에 막아놔서 이용하는 관광객들이 별로 없는 모양.
어차피 우리 목표는 소정방폭포.



올레길이라 이렇게 꾸며놓은 듯

소정방폭포

소정방폭포 옆으로 난 올레길 코스. 바닷가 옆 절벽길이라 위험해서인지 현재는 폐쇄중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소윤이를 태우고 차는 이제 동쪽으로.
달리던 중간에 충전소에서 4만원 어치 가스 채우고
한 40여분 달려서 도착한 곳이 표선해수욕장.
원래 소윤이를 해변가에 풀어놓고 신나서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게 주목적이었는데
차가 오는 도중에 소윤이가 잠이 들어버린 관계로
(이렇게 낮잠을 일찍 자는 아이가 아닌데;; 어제 여행으로 피곤했던 모양)
그냥 나혼자 내려서 사진만 이것저것.
(어느새 날씨도 갑자기 흐려지고 바람이 막 불어대는 중)



썰렁한 표선해수욕장

표선해수욕장까지 온 김에 유명한 해비치 리조트 or 호텔 구경이나 하자고
네비게이션 찍어서 가봤음.




해비치리조트 & 주변 바다 풍경

돌을 쌓아놨길래 나도 하나 보탠 후 소원 빌었음

여전히 쿨쿨 자고 있는 소윤이를 태우고 차는 이제 북쪽으로.
목적지는 역시 최근에 방송빨 많이 받은 섭지코지.
가다가 마누라가 오늘도 큰 길 말고 해안도로로 가보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는데
해안도로로 빠지는 표지판을 보고도 우회전을 해야될 타이밍에서 몇 번 기회를 놓쳐버리는 바람에
에라 모르겠다 아무렇게나 동쪽으로 가면 바다가 나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아무데서나 무작정 차를 우회전 시켰더니
이상한 시골길이 나와서 잠시 당황-_-;;;
그래도 동쪽으로 가다보면 설마 바다가 안나오랴 하는 심정으로 계속 가봤더니
결국 바다가 나오긴 나오더라는;;

고생해서 찾아온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제주 해안도로가 경치는 좋더라.
어딘지도 모르고 막 달렸는데… 소윤이가 자는 틈을 타 마누라가 사진도 몇 방 찍었는데
차로 달릴 때의 그 기분은 영 안 살아나서…
동영상을 찍어왔어야 했나.



섭지코지로 가는 해안도로

섭지코지 도착.
차들이 바글바글한 섭지코지 주차장에 차를 겨우 대놓고
소윤이를 다시 애기띠로 매고 인파를 따라 섭지코지 관광 시작.


섭지코지 입구… 말이 보이길래

아직 비몽사몽이라 기분이 별로인 소윤이

올인하우스로 가는 길

올인하우스… 근데 드라마 <올인>을 안봐놔서 별 감흥이 없음

봉수대

한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오른편을 돌아보면 이런 절경이

등대. 힘들어서 올라갈 생각은 안해봤음

등대 아래쪽으로 돌아가는 길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글라스 하우스. 얼마전 sbs <런닝맨>에도 나왔던 곳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지니어스 로사이. 역시 얼마전 sbs <런닝맨>에 나왔던 곳




글라스 하우스 뒤편의 정원 & 바다 풍경

대충 다 돌아보고나니 이제 슬슬 점심 걱정.
참고로 오늘은 마누라 생일이라
아침에야 전복죽을 먹었지만 최소한 점심에는 미역국을 먹어야겠다고 이미 마누라가 선언했기에
마침 제주도에서 유명하다는 성게미역국을 하는 집을 찾아 점심을 먹기로 결정.
아침에 일찍 깬 김에 스마트폰으로 좀 검색을 해둔 곳이 있어서
가까운 성산일출봉으로 방향을 잡았음.
(성산일출봉은 나나 마누라나 이미 가본 곳인데다 올라갈 여력이 없는 관계로-_- 등반은 포기)

성산일출봉 입구까지는 금방 도착.
유명하다는 문어라면집을 지나치는데 거기는 벌써 길게 줄서서 기다리는 풍경.
다행히 아침에 봐둔 “우리봉식당” 간판을 금방 발견해 차를 세움.

이제는 정신차리고 나대기 시작한 소윤이를 끌고 자리를 잡은 후
메뉴에서 성게미역국을 찾아보니 그런 거 없음-_-;;;
아주머니에게 메뉴에 있는 성게국이 성게미역국이냐고 물어봤더니
아 오늘 성게미역국이 안된다고 죄송하다더니
혹시 아기 먹이려고 그러는 거면 식사에 미역국 나오니까 아기용으로 따로 미역국 한 그릇 드리겠다고.
아마도 우리가 성인용 메뉴 2인분 + 아기용 성게미역국을 시키려는 줄 아셨던 모양.
어차피 성게가 중요한 게 아니고 미역국이 중요한 것이므로
그럼 미역국 하나만 더 달라고 하고 옥돔구이 1인분과 갈치조림 1인분을 시켰음.
1인분인데 양이 어마어마하심.
물론 가격도 어마어마하심.

소윤이는 미역국에 밥 말아서 갈치 & 옥돔 살을 발라 얹어주니 넙죽넙죽 잘 받아먹음.
잠도 깨고 배도 부르니 이젠 좀 잘 놀겠지.
다음 목적지인 에코랜드로 네비찍고 출발.


에코랜드… 곶자왈이란 곳을 기차 타고 둘러볼 수 있는 테마파크라고 함

에코랜드로 가는 도중 1112번 도로를 탔는데
주변에 울창한 삼나무가 만들어낸 경치가 너무 좋아서 운전하면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
나중에 찾아보니 “비자림로”라고, 건교부의 아름다운 도로 평가에서 전국 1등을 먹은 곳이라고.
(정작 비자림은 못봤음)
사진을 못찍은게 아쉽네.



결국 네이버거리뷰에서 캡쳐해버린 비자림로 풍경

그러다보니 어느새 에코랜드 도착.
주차장이 텅 비어있길래 이게 왠일이냐 했더니 길 건너편에 입구와 주차장이 따로 있었음.
결국 빈 주차장은 한바퀴 돌아서 다시 북적거리는(입구에 가까운) 주차장에 다시 차를 댔음.-_-
신발 신겨 차에서 내리니 소윤이는 기분 좋은지 펄쩍펄쩍.
그러고보니 오늘은 바깥에 있을 땐 계속 주무시고 정신 멀쩡할 땐 차에만 있어서 싸돌아다니질 못했음.


에코랜드 입구… 뭔가 신나보이는 소윤이

빅3이용권으로 입장권을 구매하고
마누라가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안해보던 셀프카메라짓을 잠시.



역시 셀카는 아무나 찍는게 아니야

기차가 15분 간격으로 온다는데
막 도착한 기차를 타려니 사람들이 이미 꽉 차버려서 탈 곳이 없었음.
그냥 15분 기다려서 다음 기차를 타는데
이번엔 일본 관광객 일당(?)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앞자리부터 차례차례 점령해가기 시작.
(정확히는 가이드해주는 분이 미리 선점해놓은 것)
앞자리 별로 욕심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빈 자리 골라 탔음.
소윤이는 기차 출발하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좁은 곳이 싫었는지 짜증 만빵.


놓쳐버린 기차

소윤이의 짜증

창밖으로 기차 모습을 찍었는데 글쎄 별로;;

출발역을 제외하고 첫번째 역인 에코브릿지역에 도착해서
사람들 우르르 지나갈 동안 사진이나 좀 찍고 있었더니
짜증 부리는 소윤이와 무거운 가방과 씨름하고 있던 마누라가 폭발.
덕분에 소윤이를 짊어지고-_- 다리를 건넜음.



에코브릿지?

난간을 잡고 걷는 재미에 기분이 조금 풀린 소윤이

다리를 쭉 따라 지나오니 수상카페와 넓은 잔디밭이 펼쳐졌는데
소윤이는 잔디밭보다는 길 옆에 울타리로 쳐놓은 줄에 더 관심이 많았음.


수상카페가 맘에 든 것 같은 소윤이의 뒷모습


신나서 돌아다니다… 줄을 붙잡고 흔들어대고

아직 한참 더 놀고싶은 소윤이를 끌고 레이크사이드역이라는 곳으로 들어감.
역시 기차 한 대는 사람이 많아 그냥 포기하고
15분 기다려서 다음 기차 타고 피크닉가든역이라는 곳으로 이동.


레이크사이드역 입구에 핀 꽃

레이크사이드역 2층에서 내려다본 풍경

여기는 잔디밭도 훨씬 넓고 아이들 놀이터도 있고 에코로드라고 흙길로 된 산책로도 있고
하여튼 놀 곳이 많아서 여기서 좀 죽치고 놀기로 함.


피크닉가든역 앞 잔디밭
[su_youtube url=”http://www.youtube.com/watch?v=c3K0k8uGXu8″]
미끄럼틀에서 노는 소윤이

잔디밭을 뛰어댕기는 소윤이

잠시 잔디밭에 죽치고 앉아있는 동안 저녁에 만날 예정인 제주도민과 통화.
저녁을 사주신다는 말에 그럼 회나 먹죠! 했더니
회사 직원들한테 물어봐서 좋은데 수배해 문자 주신다고.
약속시간 정하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 정도 뒤에 출발하면 될 것 같아
(현재시간 4시30분 – 약속시간 6시30분 – 여기서 제주시까지 한시간이면 갈테니)
흙길 산책을 좀 해보기로.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토피어리 체험장이 나온다는데
거기까지 다녀오기엔 시간이 좀 모자랄 것 같아서
짧은 코스로 휙 도는데도 20~30분은 걸린 듯.
나무로 만든 계단이 많아서 소윤이는 무조건 신남.

출발했던 역으로 되돌아가는 기차를 타고 나오는데
우리 옆에 앉은 커플 중 여자분이 역 매점에서 파는 캬라멜팝콘을 먹고 있었음.
근데 먹다가 질렸는지 우리보고 “애기 좀 줘도 돼요?”라고 묻길래
애기한테 너무 단 거 먹이면 안좋을 것 같아 아니라고 하기가 무섭게
소윤이가 손을 뻗어서 팝콘을 한 웅큼 잡아 입에 쳐넣기 시작.
말리기도 뭣하고 여자분도 우리가 제지하지 않으니 계속 먹으라고 팝콘통을 내밀어주고
1/3통은 소윤이가 집어먹은 듯;;
계속 지켜보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맞은 편에 앉아있던 내가 소윤이를 뺏어 안았더니
극장이나 놀이공원에서 흔히 풍겨오는 단내가 물씬-_-



우리가 타고온 기차

에코랜드 밖으로 나온 시간이 대략 5시30분.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어디로 찍어야 되나 고민하려는 찰나 제주도민으로부터 문자가 옴.
도두항에 있는 해조회관이란 횟집이 목적지.
한 시간이면 가겠거니 하고 일단 출발.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난관이 있었으니
제주시도 평일 퇴근시간엔 차가 막힌다는 사실-_-;;;;
제주시내까지는 그럭저럭 쉽게 접근했고 6시반까지 넉넉하게 도착하겠네 싶었는데
어느 시점부터 차가 막혀서 거북이걸음을 시작하고
설상가상 차가 서쪽으로 진행하다보니 햇살이 정확히 내 눈을 찌르고 들어와
(선글라스 같은 걸 준비했을 리가 있나)
햇빛가리개를 내리니 신호등이 안보이고 신호등을 보려니 햇빛이 보이고
눈감고 운전하는게 나을 지경.
악전고투하다가 겨우 해가 떨어질 시점 다 되어서 도두항에 도착.

조금 헤맨 듯 하다가 그나마 빨리 해조회관을 찾아서
오랜만에 뵙는 형님과 푸짐하게 한 상 펼쳐놓고 회포 풀었음.
밥 먹는 동안 까불면 어떻게 하나 고민했던 소윤이는 에코랜드에서 잘 뛰놀고 피곤했는지
식사시간 내내(두 시간 가까이) 푹 잤음.

다시 서귀포로 가야되는 먼 일정이라 8시 좀 넘은 시간에 자리를 파하고
다음에 뵙자고 인사하고 (소윤이도 이때는 일어나서 인상 한 번 써주시고) 형님과 헤어짐.
이제 다시 첫날 달렸던 5.16도로 타고 서귀포로 돌아가야되는데
제주도민인 형님도 5.16도로를 초보가 밤에 탔다니 대단하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해주시는 바람에
다시 그 꼬불꼬불한 길을 타고 서귀포로 달리기 무서워졌다는 게 문제.

제주도 지도를 펴놓고 고민하다가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1139번 도로를 타고 가기로 결정.
여기도 좀 꾸불꾸불해보인다마는 설마 5.16도로 만큼은 아니겠지.

중간에 마누라 생일축하용 케이크랑 와인을 사기위해 이마트에 잠시 들렀다가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로 숙소를 찍으니 계속 5.16도로를 타라고 강요하길래
추천경로 여러 개를 나열시키고 그 중에 1139번 도로 타는 길을 강제 지정.
그렇게 해놓고 달리는데 왠지 기분에 첫날 갔던 길이랑 비슷해보임.
일부러 강제지정했는데 설마 하며 한참 달리다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중간에 차를 세우고
경로 설정된 걸 보니 어느새 5.16도로 코스로 바뀌어있었음-_-
아 네비게이션이 끝까지 나를 돕지 않는구나.

어떻게 할까 마누라와 상의하다가 도저히 5.16도로는 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해
그럼 1139번 도로로 되돌아가긴 너무 머니까
조금 더 5.16도로를 달리다가 중간에 아까 달렸던 비자림로로 빠진 후
다시 우회전해서 1118번 도로를 타고 서귀포로 가는 걸로 결정.
좀 돌아가는 듯 해도 1118번 도로는 거의 직선이라
빙글빙글 돌아야 되는 5.16도로보다 오히려 빠를지도 모른다고 나혼자 생각.
(실제로 빠르다면 네비가 5.16도로를 추천할 리가 없겠지)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그림 설명

덕분에 비자림로를 야간에도 달려보고 (밤에는 멋있다기보단 좀 무섭더라)
1118번 도로로 빠져나오니 정말 쭉쭉 뻗은 도로에
간간이 가로등도 있고… 아 이 얼마나 반가운 가로등이냐.
시간은 꽤 걸렸지만 그래도 속은 편하게 숙소까지 도착했음.

숙소에 도착했더니 주인아주머니가 나오셔서 아니 왜 연락이 이렇게 안되냐고 하심.
(마누라 핸드폰이 저녁부터 배터리가 없어 꺼져있었음)
어제 바베큐 되냐고 물어본 것 때문에 오늘 바베큐를 신청할 줄 알고 계속 전화했는데 연락이 안됐다고.
그러고보니 바베큐도 못먹어봤네.

어쨌거나 내일은 마지막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러 구경할 예정이었으므로
내일 아침엔 전복죽 나오는 시간보다 먼저 출발할 것 같으니 저희 것까지 준비하실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음.
그런데 주인아주머니가 왜 아침을 안먹고 가냐고, 먹고 천천히 나가라고 오히려 우리를 설득.
비행기 시간이 오후 2시인데 오전에 좀 여기저기 많이 돌아보려고 그러니 양해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런데 우리가 왜 양해를…-_-)
그럼 전복죽 남은 걸 얼려놓은게 있으니 그걸 가져다가 아침에 녹여서 애기랑 먹고 가라고.
어떻게든 아침을 먹여서 보내시겠다는 주인아주머니의 고집에 결국 항복.
얼린 전복죽 덩어리를 받아서 방으로 돌아왔음.

소윤이가 잠들면 케이크도 자르고 와인 건배도 하고 하려고 했는데
저녁 8시까지 푹 주무신 소윤이가 일찍 잘 리가 있나.
그냥 소윤이랑 같이 케이크 자르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따라부르진 않음)
내친 김에 맥주까지 한 캔 더 까먹고 잠자리에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