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미술관] 미술관을 전시하는 미술관



어떤 건물인가?

먼저 설명해두어야 할 것이, <구겐하임 미술관>이란 이름의 건물은 세계적으로 5개(미국 뉴욕,미국 라스베가스,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베니스, 스페인 빌바오)가 있으며, 모두 구겐하임 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다섯 건물 모두 아름다운 건물임은 분명하지만, 여기서 설명하려는 구겐하임 미술관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하나에 국한한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은 1959년 현대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하여 완성시킨 건물로, 뉴욕의 수직 마천루들 틈 사이에서 둥근 나선형의 외관을 고수하고 있는 독특한 건물이다. (개인적으로 라이트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내 홈페이지에서 그의 작품을 두 개나 소개하게 된 점에 대해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이다) 현대 건축에서는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걸작이지만, 기능적(미술관으로서)으로는 빵점이라느니(재앙이라는 표현도 있었다), 미술품을 전시하는 게 아니라 미술관을 구경하러 오는 관람객을 전시한다느니 하는 악평도 숱하게 듣는 건물이다. (역시 라이트가 설계한 <낙수장>만 봐도… 그게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라니깐?)

잠시 건물과 상관없는 미술관 얘기를 하자면, 이 미술관은 구겐하임 재단의 설립자인 솔로몬 구겐하임의 취향 탓인지 근대 추상미술 작품 위주로 약 700점의 미술품이 전시되고 있다. 피카소의 초기 작품이나 크레, 샤갈의 작품도 볼 수 있으며 특히 칸딘스키 작품은 세계최대 규모라고 한다.
허나 앞서도 말했듯 전시/소장품들을 기죽여버리는 미술관 자체에 대해서 더 할 말이 많다. 이 미술관의 외관은 달팽이 모양 또는 수세식변기 모양이라고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아래보다 상부가 넓은 나선형의 원통형 흰색 콘크리트 건물과 6면체의 건물, 16층의 정방형 격자건물이 연결된 모습을 하고 있다. 바로 옆에 늘어서있는 뉴욕 맨하탄의 직선적이고 경직된 마천루들과 비교하건, 기존의 장엄한 미술관 건물들과 비교하건, 통념이나 주위환경에 비추어 봤을 때 외관부터가 지나치게 독특해보이는 것이 사실인 셈이다. (달팽이보다는 커피잔 같기도 하다) 내부는 가운데를 뻥 뚫어놓은 뒤 가장자리로 전시공간을 빙 둘러놓고, 맨 꼭대기에서 자연채광을 해주는 단일공간으로 되어있는데, 전시공간도 원형 램프(경사로)로 되어있어서 빙빙 돌아가면서 미술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여기서 기능성의 문제가 나오는데, 일단 벽이 완만하지만 곡면이다 보니 액자를 걸어놓기가 쉽지 않으며, 사람은 경사면에 서서 미술품을 감상해야 하므로 어딘가 불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런 기능적인 측면을 배제하면 하나의 공간과 연속된 공간이라는 전혀 다른 개념이 훌륭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임은 분명하겠으나, 이게 계속적으로 욕을 먹는 이유는 역시 “미술관”이라는 기능성 때문이라고 하겠다.

어떻게 지어졌나?

구겐하임 미술관은 구리왕 솔로몬 구겐하임이라는 사람이 남아도는 돈을 주체할 수가 없어 고가의 미술품을 수집하다가 아예 미술관을 하나 짓자는 생각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돈이 많다보니 당대 최고의 건축가 중 한 명이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설계를 맡게 되었는데, 설계를 의뢰받았던 1943년 당시 라이트의 나이는 76세였다. 그 후 완공까지 무려 16년이 걸렸고 라이트는 끝내 완성을 보지 못한 채(준공 6개월 전) 92세의 나이로 사망하여,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의 유작이자 대표작이 되었다. (건축학 개론 시간에, 이렇게 늙은 나이에도 자신의 대표작이 나올 정도이니 건축가는 얼마나 오래 해먹는 직업이냐… 이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워낙 오래 짓다 보니 건물주인 구겐하임도 건물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준공 10년 전에) 죽었단다.

시대의 한마디?

어렸을 때 (아주 어렸을 때다) 집에 있는 백과사전을 뒤지다가 “구겐하임 미술관”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당시 나이로는 동그랗게 돌아가는 건물이라는 걸 상상도 못해봤기 때문에 대단히 오래 깊숙이 기억에 남아있었더랬다. (그게 정확히 어떤 건물인지를 알게 된 것은 물론 대학에 들어간 다음이지만…) 내 기억이 잘못 되지 않았다면, 아마 그 백과사전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을 소개했던 이유는 그 건물이 “미술관”이기 때문이었는데, (현대미술에 관한 내용이었을 거다) 정작 그 사진을 본 나는 그게 미술관이고 뭐고 쌩 까버리고 미술관 자체의 모양에 빠져서 그 모양만 기억하고 있었던 셈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욕먹는 가장 큰 이유가 기능적인 측면 운운 하는 것보다 소장 미술품보다 더 유명하고 더 볼만한 그 외관 때문이라는 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게다.



2 Responses

  1. 김대영 말해보세요:

    실제로 이건물에 가보셨나요? 음.. 전시 관람하는데.. 전혀 문제 없어요… 그리고 여기 공간이 왜 좋은지 가면 알수 있거든요.. 지금은 리노베이션 공사도 끝이 난 상황이고 50년이 넘게 지난 건물임에도 전시공간으로서 손색이 없어요..

  2. SIDH 말해보세요:

    저야 당연히 안가봤고 관람이 불편하다는 얘기는 중론이죠. 뭐 지금은 초기보다 많이 개선되지 않았겠습니까?
    시대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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