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삼녀

방명록에서 “군삼녀”라는 소릴 들어서 이건 또 뭔소린가 찾아봤더니

아마 모TV(뉴스?)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하다가
지나가던 여자 한 명이 “군대 2년 너무 짧은 거 같다. 그 시간동안 뭘 배우겠냐”고 말한 화면을
캡처받아서 돌려보는 모양이다.
요새 무슨녀, 무슨녀 식으로 (그런 식으로 이름붙는건 무조건 여자들이다) 이름붙이는 게 유행이다보니
이름하여 군삼녀, 이렇게 부르는 모양인데.

에… 그걸 보고 든 생각 두 가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2000년쯤,
그때만 해도 인터넷만큼이나 PC통신이 활발했으니까,
나우누리로 기억하지만 확실치는 않은 어떤 PC통신 게시판에
여중2학년이라고 자신을 밝힌 사람이
군대가면 월급받는다면서요. 그런데도 고생 많이 하는 것처럼 말하니 웃기다라는 글을 올린 “사건”이 있었다.

인터넷과 달리 PC통신은 글을 쓴 사람이 어느정도 드러날 수밖에 없어서,
그 글을 보고 분기탱천한 수많은 남성유저들이 거침없는 쪽지를 날려
온갖 (구체적인) 협박과 분노의 저주를 퍼부었던 모양이다.
며칠 지나서 문제의 당사자(여중생)가 사과의 글을 쓰는 걸로 상황이 종료되었던가.

여기서의 핵심은,
그 여학생의 문제점은 “정확히 모르고 글을 썼다”는 것뿐이다.
아무리 철이 없더라도 아마 자기 한달 용돈보다도 적은 돈을
월급이랍시고 받는 줄 알았다면 저런 글을 썼을 리가 없지.
(…라고 생각하지 않아서들 분노했는지도 모르지만)
누군가가 그 여학생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그냥 “월급”이라고 그러면 누가 생각해도 왠만큼 받는 거 같다)
무책임하게 흘린 것이 사실 문제라면 문제지
그 여학생이 잘못 알았다는 것이 그렇게까지 큰 문제겠느냐는 거다.

지금도 인터넷 검색해보면 당시 여학생의 글이 일종의 “유머”로 떠돌고 있는데
아 잘모르니까 이렇게 썼네, 정도로 웃어넘기는 여유가
쪽지로 저주를 퍼부은 사람들에게 부족했던 것이 오히려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군삼녀 이야기를 보고 갑자기 그때의 여중생사건이 떠오른 이유는
대상자가 군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여성이라는 점을 십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흥분부터 하는 것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게 첫번째.

두번째는 그 생각이 좀더 발전해서,
오히려 대상자가 군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여성이기 때문에 흥분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 거다.
만약 군대 갔다온 남자가 과연 저렇게 말했으면, “군대에 대해서 알만한 사람이 저런 소리를 하냐!”라고 흥분했겠느냐, 라는 의문이 생겼다는 말이지.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여자들이 군대에 대해서 모른다는 것 자체가 화가 난다는 거다. 뭣도 모르는 애들이 저런 소리를 뿍뿍 해대는 것 자체가 열불이 난다는 말이다.

그 생각을 조금 더 발전시키면,
여자들이 군대 안가는 게 화가 난다는 거다.

좀더 구체화시키면,
군대도 가지 않는 여자들은 군대 문제에 대해서 아가리 닥쳐라.

이게 정답일테지.

솔직히 말하면, 뭐 내가 페미니스트도 아니니까,
여자들이 군대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쉽게 말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고,
그거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문제와 별개로,
대한민국 남성이 갖고 있는 군대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도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뭐가 이중적이냐 하면,
대개 군대 다녀온 사람들은 군대에 다녀온 기간에 대해서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다.
내가 창창한 젊은 시절에 군대를 갔다오면서 손해를 봤다, 피해를 입었다,
이런 인식이 있기 때문에 군가산점혜택이라거나 기타 군복무에 대한 지원/혜택에 민감하다.
잘못 그런 거 건드리는 놈들(주로 여성단체)은 아주 개박살이 나지.

뭐 그거야 일정부분 당연하다고 본다.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한다면 보상받고 싶은게 당연한 심리고
피해를 입었다면 국가가 보상하는 것도 당연한 거다.

근데 여기서 꼭 한 발짝 더 나간다.
나만 피해입은게 억울하니까 다른 놈들도 다 같이 피해보자고 한다.
심심하면 나오는 이야기가 “여자도 군대가라”는 이야기.
여자가 군대 간다고 해서 자기가 보상받는 거 하나도 없다.
(심리적 보상이 좀 있을까나)
그러구서는 자기가 억울해서 물귀신처럼 물고늘어지는게 아니라는 점을 강변하기 위해
군대를 미화하기 시작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의 마찬가지다.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군대에서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절반이고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 구실한다는 이야기가 또 절반이다.
그게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려서 그러는게 아니고
한 사람 입에서 두 말이 나온다.

쓰는 상황이 좀 다르긴 하다.
전자의 경우, (고생했다는 이야기) 자기 입장에서 얘기를 많이 한다.
후자의 경우, (군대갔다와야된다) 군대 다녀오지 않은 사람을 씹을 때 많이 한다.
나는 군대 가서 고생 직싸게 하고 결과적으로 인생에서 손해를 봤는데
군대 안간 저놈(년)은 군대를 안갔다와서 저 모양이고 군대 갔다와야 사람된다.
이게 군대를 갔다온 대한민국 남자 대부분이 갖고 있는 이중적 태도다.

쉽게 말해서 나는 그게 궁금한 거다.
대한민국 남성에게 있어서 군대란
지켜야할 성역인가 돌이키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인가.
군삼녀라는 특정인을 비판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군복무기간 단축인가 여성의 군복무인가.
그런 거다.

군삼녀가 했다는 말,
군복무기간이 길어야 된다 짧아야 된다 단순히 그게 문제가 아니고
군대에 대해서 잘 모르는 애가 생각없이 말한다,
그걸 이슈로 삼고 싶은 거라면, 나는 동조할 생각 없다.
수년전 PC통신의 여중생 같은 경우는 자기가 적극적으로 통신에 글을 올린 경우기라도 하지
얘는 길가다 방송카메라 보고 헤벌쭉 웃으며 물어보는 말에 생각없이 대답한 거밖에 없지 않나.
정확히 말하면 그런 식의 인터뷰를 따서 국민의 의견인양 방송하는 방송국이 훨씬 생각없는 거지. (씨방새라던데 확인한 바는 없다)

추가로,
군대 보직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비교적 땡보직이었던 나같은 경우는 1년 지나니까 솔직히 더 배울 거 없더라.
아니, 내 밑에 쫄병 녀석은 오히려 보직이 꼬여서 나한테 1년도 못배우고 선임이 됐는데
군생활 잘만 했다더라.
그런 차원에서 군삼녀가 한 발언에 동조하지는 않는다.

군대 2년이면 배울만큼 배운다고 생각하는
시대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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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Responses

  1. 말해보세요:

    전쟁이 안 일어난다면 군대도 필요없겠죠?끌

  2. SIDH 말해보세요:

    전쟁이 안일어난다는 100% 보장만 있다면 군대 필요없겠죠. 근데 세상은 그렇지가 않으니.
    시대가 썼습니다.

  3. noviole 말해보세요:

    저는 오히려 페미니스트(정확히는 쉐미니스트) 보다는 예비역들이 더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병역의무의 피해자일때는 징병제 해소에 대한 욕구를 토로하다가,막상 제대하고 나서 자신이 병역 의무의 수혜자가 되고 나면,병역 기간은 늘려야 하고,여자도 군대 보내야 한다는 식이 되더군요…… 더 나아가,진정한 남자가 되려면 군대는 꼭 가야 한다는 .. 마치 군대가 무슨 진리를 배우는 학교라도 되는 마냥…. 그렇게 생각하는 자체는 나쁘지 않더 라도, 꼭 그런 사람들은 다른 예비역들이 동의 하지 않으면 화를 내더라고요. 빨갱이 라는 둥…

    솔직히 현실적으로 징병제가 해소될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군사력이 필요에 비해 미달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징병 기간을 줄이고, 부담을 줄이는… 방향의 개혁은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근데 사람들은 노무현의 발언을 진의는 생각지 않고,무슨 예비역에 대한 모욕 정도로 받아 들이니…..

  4. 1 말해보세요:

    예비역이 되면 군 의무가 없어져서 냉정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내일 개학인데 방학숙제 다 안 했으면 방학늘리자고 할테지만 어른되서 보면 개학이나 방학숙제는 하는 게 좋은 것처럼요..

  5. 암흑대장군 말해보세요:

    시대님 글 참 잘쓰시네요. 부럽습니다.

  6. drodro 말해보세요:

    외국 나가 있을 때, 병역 이야기에 대해 여러나라 사람들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특히 서양사람들은 남성만이 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군역제도에 대해서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더군요. 하나의 예로, 대만에서는 20대 직장(기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에게서 병역의무로 세금을 따로 걷어서 그 돈으로 국방비 및, 현역병들의 월급에 보탠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성들을 현시점의 우리나라 군시스템(총대신 삽을 드는 말단부대 등)에 밀어넣는다는 것이 효율성, 보급문제 등 여러면에서 단기간에 정리하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고, 위에서 말한 대만의 경우가 나름대로 합리적인 하나의 방법이 될수있을 합니다. 뭐… 갑자기 세금 내라면 네~ 할리 없겠지만… 요즘은 일부 지각있는 여성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국민의 의무 중 하나에 대한 자각을 가질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볼까요?

  7. noviole 말해보세요:

    1 // 저는 오히려 냉정해지고 나면,징병제의 불합리성에 대해 눈을 뜰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만?? 그리고, 초등학생들도 개학이나 방학 숙제는 꼭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단지 하기 싫은게 문제일 뿐이지…. 예비역이 되어서 냉정해지면, 여자도 군대 보내라,병역기간 3년 늘려라 이렇게 된다구요?? ㅡㅡ;;;

    drodro // 대만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게 여성 병역 세금을 정당화 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없겠죠? 그렇다면, 군대를 제비뽑기 시켜서 보내는 태국의 제도는 얼마나 정당한지요? 그것은 우선,병역이란 모든 여성이 하지 않는데도,직장여성만 세금을 내야 한다는 데서 부터 불합리하죠… 한국 여성의 실질 취업률은 극히 저조합니다…
    병역 의무는 경감 시켜야 하는 필요악이지,여성에게로,후배들에게로 확대시켜 나가야 할 제도가 아닙니다.
    꼭 그런 걸 정당화하고 찬성하는 말은 잘 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식은 군대 안 보내더군요. 한나라당 의원 자녀의 면제율이 45%에 육박한다면서요?

  8. drodro 말해보세요:

    noviole// 단지 하나의 예로 대만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 뿐입니다. 우리나라의 실정과 딱 맞을 리 없죠. 요는 어떤 형식으로든 국방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징병제. 확실히 불합리합니다. 하지만 님도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현실상 모병제를 하게되면 필연적으로 세금을 더 걷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세금을 이 걷힌다고 갑자기 그 수를 메울 수 있는 기술력이 생기는 것 또한 아닙니다. 병역과 초등학교 숙제를 비교하시다니… 후후… 뭐… 적절한 예가 떠오지 않아서 그랬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좌우간 군은 경감시켜가야 할 필요악임에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그에 대한 인식과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지이죠. 현 시스템에서 여성들 어거지로 군대 보내봤자 국가적으로 이득보다 손해가 많습니다. 제 의도는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지요. 올려놓으신 글을 보니 반박이 주인데, 혹시 다른 대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으신지요? 생각이 듣고 싶군요.

  9. noviole 말해보세요:

    drodro // 저의 의견을 오해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 역시 징병제가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는 필요악임을 인정합니다.그리고 한국의 경제력을 살펴 볼 때,국제정세상 꼭 필요한 군사력을 유지하는 데 모병제를 유지할 국력이 없습니다.한국군은 사실상 아직도 보병소대 돌격전을 위주로한 편제를 가지고 있는데다,병사 1인당 들어가는 예산이 워낙 적어서, 1개 사단병력을 줄여 본들,그 예산으로는 1개 기계화 대대도 구성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말 다 했죠..그래서 오히려, 저는 병력을 줄여 남는 예산으로 현대화 장비를 갖추면 된다는 현 국방부의 계획은 솔직히 뜻은 가상하지만, 현실성은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제가 제안 하고 싶은 것은,현재 징병제를 “국민을 마음대로 징집하여 국가를 위한 목적에 수단으로 삼는 것이 당연하다”는 구세대의 가치관을 버리자는 것 입니다.그리고 마치 군대가 진짜 사나이나 어른이 되기위한 학교라도 되는 마냥,입대를 권유하는 어른들의 사고방식도 버리자는 것입니다.솔직히 말씀드리면,군대에서 배우는 건 있겟지만, 그것이 절대 군생활에 대한 보상이나,군대에서 밖에 배울 수 없는 지식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입대를 앞둔 청년들에 대한 어른들의 말은 잘못되었다고 판단합니다… 저는 2년 2개월 동안 강원도에서 근무했죠. 저는 제대하는 날 울면서 제대했습니다. 내가 왜 아무 보상도 없이 이렇게나 고생해야 했나 하고 서러웠던 것입니다.

    이렇듯 국가가 국민동원에 대해 아무론 보상이나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고 대법원 판례에서 조차 명시 해 버린 현재의 징병제도가 절대로 옳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제발 후배들이나 저의 자식은 지금 같은 병역을 짊어지질 않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국의 재력으로는 모병제를 구성할 수도,장병에게 합리적인 급료를 지급할 수도 없고, 사회 시스템 상 군대 가산점과 같은 작은 혜택 조차 폐지되어야 한다면, 설사 국방상의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징병 기간을 단축 하는 방법을 통해 인생에 따르는 국방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은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죽을 때 까지 한국인이어야 할 시대가 아닙니다. 맘 먹기에 따라선 미국인도,캐나다인도,호주인도,일본인도 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객관적으로 한국 보다 훨씬 강한 적을 상대로 국방의 험이 있는 대만 조차 최근, 그런 이유에서 병역기간을 1년 이하로 줄였습니다….

    참고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10. drodro 말해보세요:

    일리 있는 말씀이십니다. 단지 국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정의면에서 등도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죠. 모병제로 바꾸고, 성에 상관 없이 갔다 온 사람에게 사회적으로 상응하는 혜택을 주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수 있지 않을까요? 비용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실현 가능성은 역시 낮군요… -_-;;

    말씀 잘 들었습니다. 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란 무엇일까요… 시대님 홈피니만큼 이만 줄였으면 합니다.

    ㅠ_ㅠ 군대 이야길 계속하니 젝일… 무릎이…
    전역한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군에 남아있는 악몽을 꾼답니다. 이런 일이 앞으로는 생기지 않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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