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일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바꾸는게 휴대폰 벨소리라지만
내가 휴대폰이라는 걸 손에 쥐고 다닌 1999년 이래
내 휴대폰 벨소리로 쓴 음원은 달랑 네 개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새 휴대폰을 사고 잠깐 맘에 드는 음악이 없어서
휴대폰에 원래 깔려있는 벨소리 중에 대충 무난한 거를 잠시 쓴 적은 있긴 하지만
그러다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벨소리로 바꿔서는, 그냥 죽어라 쓴다.
보통 휴대폰 바꾸기 전엔 벨소리 바꾼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네 개밖에 안되니 그럼 뭐뭐가 있는지 한 번 보자.

첫번째는 요놈이다.


영화 비버리힐즈캅에 나왔던 “Axel F”.
사람들은 싸이의 노래 <챔피언>에 샘플링(피쳐링?)된 음원으로 많이들 기억하던데
내가 이 벨소리를 쓰던 시절은 싸이가 데뷔하기도 전이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으로 서슴없이 이 노래를 꼽곤 하는데
처음 휴대폰이 생겼을 때는 몰라서 그냥 원래 휴대폰에 들어있던 헝가리무곡 같은 걸 벨소리로 쓰다가
뭔가 내가 원하는 벨소리를 넣을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당시 내가 쓰던 휴대폰은 걸면 걸리는 현대 걸리버…)
내가 직접 계이름과 음표를 입력해서 저장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자자, 이 어마무시한 일을 그럼 내가 직접했겠느냐.
하고 말고.
(묘하게 집착하는 구석이 있다)
먼저 Axel F의 악보를 구해야 계이름을 알아낼텐데
(나는 누구처럼 절대음감 아니다)
사방을 뒤져봐도 이 노래 계이름을 알아낼 수가 없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가지고 있던 미디파일을 프로그램에서 열면 악보가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그렇게 얻어낸 악보로 계이름 입력해서 잘 쓰고 다녔다.
4poly였나 그래서 무진장 삑삑거리긴 했지만.

그러다가 그 휴대폰과 이별하고 (망치라는 둥 흉기라는 둥 오해와 불신도 많이 받던 물건이었다)
새로 휴대폰을 장만해서 (얘는 16poly… 새 세상이 열리더라)
예전 휴대폰에는 있지도 않았던 기능인 벨소리다운로드를 통해 얻은 벨소리가
이놈이다.

[su_vimeo url=”https://vimeo.com/394801904″ height=”400″]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On Your Mark”인데
(항간에는 그냥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저런 내용의 별도 애니메이션이 있는 줄 알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상당한 레어아이템일 수도 있는데
당시 sbs에서 방영 중이던 드라마 <별을 쏘다>에서 이 노래를 번안해 주제곡으로 썼기 때문에
나름 벨소리로 인기있던 곡이었다.
다만 한국어 가사가 어색해서 가사 나오는 부분 말고 전주부분만 벨소리로 썼던 것 같은데 하여튼.

이 벨소리도 휴대폰 그만 쓸 때까지 지겹게 사용하다가
마침내 휴대폰이 바뀌면서 벨소리도 바뀌게 되었으니
이번엔 요놈.

워낙 유명한 웰컴 투 동막골의 OST.
특별한 이유는 없고 이 휴대폰을 사던 당시 가장 인기있던 영화음악 벨소리였다.

별 일 없었으면 아마 지금도 이 벨소리를 쓰고 있었을 거다.
(휴대폰을 안바꿨으니까)
물론 지금도 집에서 온 전화는 이 벨소리가 울리게 해놓았는데…
(뭐랄까 일부러 다운받았는데 안쓰면 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하여튼 지금은 다른 벨소리를 쓴다.
바로 이놈으로.

일본여가수 오오츠카 아이의 さくらんぼ(사쿠람보).
오오츠카 아이라는 가수 이름은 예전에 동경 여행 갔을 때 전광판에서 우연찮게 봤을 뿐이었는데
나중에 인터넷 뒤지다가 이 뮤직비디오(일본식으로는 프로모션비디오 PV)를 보고나서
“노래”에 확 꽂혀버렸다.
(오오츠카 아이가 귀여울지는 몰라도 예쁜 얼굴은 아니지)

그냥 꽂혀버린 거야 그럴 수도 있는데
며칠 듣다가 (노래 한번 꽂히면 며칠 듣는 거 우습다) 요놈을 벨소리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게 문제.
벨소리 다운로드를 찾아보니 역시 레어아이템. 없더라.

포기하려다가 문득 같이 근무했던 여직원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당시 그 여자애는 드라마 <궁>에 꽂혀서-_-;; 벨소리를 윤은혜가 선전하던 광고 CM송(“괜찮아 잘될거야~” 하는)으로 바꿔버렸었는데
야 이런 것도 다운받냐? 고 물어봤더니
지가 그냥 mp3을 갖고 변환해서 넣었단다.
그럼 나도 이 노래 mp3가 있으면 변환해서 벨소리로 할 수 있단 얘기네.

네이년에 물어봤더니 역시 네이년.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필요한 프로그램 몇개 다운받아서 뚝딱뚝딱 해보니 쉽네.
그후로 거의 일년반을 저 노래로 벨소리 삼아 살고 있다.
(노래 뒷부분에 보면 후렴구를 반복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내가 생각해도 예술적으로 잘라붙여서 벨소리가 계속 울려도 끊김이 없이 들린다)

그리고는 앞서도 말했지만 동막골 음악이 버리긴 좀 아쉬워서
집에서 온 전화는 동막골이 울리게 해놨고.
아, 이건 아직 혼자 생각인데
나중에 여자친구나 마누라가 생기면 전용으로 써먹을 벨소리를 하나 생각해둔게 있다.
상당히 유명한 영화 속 모 캐릭터가 등장할 때 흐르던 바로 그 음악.

음악을 듣고도 어떤 영화에 누구 주제음악인지 잘 모르시겠다는 분은 패스.

정리하다보니 깨달은 건데
내가 지금까지 휴대폰 벨소리를
영화음악 / 일본노래 / 영화음악 / 일본노래
이런 순서로 지정해왔나보다.
그럼 다음 순서는 영화음악인데
아예 통합해서 건담 주제가나 하나 넣어볼까…

여전히 휴대폰 바꿀 때까지는 벨소리 바꿀 생각 없는
시대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