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소리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바꾸는게 휴대폰 벨소리라지만
내가 휴대폰이라는 걸 손에 쥐고 다닌 1999년 이래
내 휴대폰 벨소리로 쓴 음원은 달랑 네 개밖에 없다.

생각해보니 새 휴대폰을 사고 잠깐 맘에 드는 음악이 없어서
휴대폰에 원래 깔려있는 벨소리 중에 대충 무난한 거를 잠시 쓴 적은 있긴 하지만
그러다가 결국 내가 좋아하는 벨소리로 바꿔서는, 그냥 죽어라 쓴다.
보통 휴대폰 바꾸기 전엔 벨소리 바꾼 적이 없는 거 같은데.

네 개밖에 안되니 그럼 뭐뭐가 있는지 한 번 보자.

첫번째는 요놈이다.


영화 비버리힐즈캅에 나왔던 “Axel F”.
사람들은 싸이의 노래 <챔피언>에 샘플링(피쳐링?)된 음원으로 많이들 기억하던데
내가 이 벨소리를 쓰던 시절은 싸이가 데뷔하기도 전이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영화음악으로 서슴없이 이 노래를 꼽곤 하는데
처음 휴대폰이 생겼을 때는 몰라서 그냥 원래 휴대폰에 들어있던 헝가리무곡 같은 걸 벨소리로 쓰다가
뭔가 내가 원하는 벨소리를 넣을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중
(당시 내가 쓰던 휴대폰은 걸면 걸리는 현대 걸리버…)
내가 직접 계이름과 음표를 입력해서 저장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자자, 이 어마무시한 일을 그럼 내가 직접했겠느냐.
하고 말고.
(묘하게 집착하는 구석이 있다)
먼저 Axel F의 악보를 구해야 계이름을 알아낼텐데
(나는 누구처럼 절대음감 아니다)
사방을 뒤져봐도 이 노래 계이름을 알아낼 수가 없더라.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가지고 있던 미디파일을 프로그램에서 열면 악보가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그렇게 얻어낸 악보로 계이름 입력해서 잘 쓰고 다녔다.
4poly였나 그래서 무진장 삑삑거리긴 했지만.

그러다가 그 휴대폰과 이별하고 (망치라는 둥 흉기라는 둥 오해와 불신도 많이 받던 물건이었다)
새로 휴대폰을 장만해서 (얘는 16poly… 새 세상이 열리더라)
예전 휴대폰에는 있지도 않았던 기능인 벨소리다운로드를 통해 얻은 벨소리가
이놈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한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On Your Mark”인데
(항간에는 그냥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져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저런 내용의 별도 애니메이션이 있는 줄 알고 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상당한 레어아이템일 수도 있는데
당시 sbs에서 방영 중이던 드라마 <별을 쏘다>에서 이 노래를 번안해 주제곡으로 썼기 때문에
나름 벨소리로 인기있던 곡이었다.
다만 한국어 가사가 어색해서 가사 나오는 부분 말고 전주부분만 벨소리로 썼던 것 같은데 하여튼.

이 벨소리도 휴대폰 그만 쓸 때까지 지겹게 사용하다가
마침내 휴대폰이 바뀌면서 벨소리도 바뀌게 되었으니
이번엔 요놈.

워낙 유명한 웰컴 투 동막골의 OST.
특별한 이유는 없고 이 휴대폰을 사던 당시 가장 인기있던 영화음악 벨소리였다.

별 일 없었으면 아마 지금도 이 벨소리를 쓰고 있었을 거다.
(휴대폰을 안바꿨으니까)
물론 지금도 집에서 온 전화는 이 벨소리가 울리게 해놓았는데…
(뭐랄까 일부러 다운받았는데 안쓰면 좀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하여튼 지금은 다른 벨소리를 쓴다.
바로 이놈으로.

일본여가수 오오츠카 아이의 さくらんぼ(사쿠람보).
오오츠카 아이라는 가수 이름은 예전에 동경 여행 갔을 때 전광판에서 우연찮게 봤을 뿐이었는데
나중에 인터넷 뒤지다가 이 뮤직비디오(일본식으로는 프로모션비디오 PV)를 보고나서
“노래”에 확 꽂혀버렸다.
(오오츠카 아이가 귀여울지는 몰라도 예쁜 얼굴은 아니지)

그냥 꽂혀버린 거야 그럴 수도 있는데
며칠 듣다가 (노래 한번 꽂히면 며칠 듣는 거 우습다) 요놈을 벨소리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린게 문제.
벨소리 다운로드를 찾아보니 역시 레어아이템. 없더라.

포기하려다가 문득 같이 근무했던 여직원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당시 그 여자애는 드라마 <궁>에 꽂혀서-_-;; 벨소리를 윤은혜가 선전하던 광고 CM송(“괜찮아 잘될거야~” 하는)으로 바꿔버렸었는데
야 이런 것도 다운받냐? 고 물어봤더니
지가 그냥 mp3을 갖고 변환해서 넣었단다.
그럼 나도 이 노래 mp3가 있으면 변환해서 벨소리로 할 수 있단 얘기네.

네이년에 물어봤더니 역시 네이년. 친절하게 알려주더라.
필요한 프로그램 몇개 다운받아서 뚝딱뚝딱 해보니 쉽네.
그후로 거의 일년반을 저 노래로 벨소리 삼아 살고 있다.
(노래 뒷부분에 보면 후렴구를 반복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을 내가 생각해도 예술적으로 잘라붙여서 벨소리가 계속 울려도 끊김이 없이 들린다)

그리고는 앞서도 말했지만 동막골 음악이 버리긴 좀 아쉬워서
집에서 온 전화는 동막골이 울리게 해놨고.
아, 이건 아직 혼자 생각인데
나중에 여자친구나 마누라가 생기면 전용으로 써먹을 벨소리를 하나 생각해둔게 있다.
상당히 유명한 영화 속 모 캐릭터가 등장할 때 흐르던 바로 그 음악.

음악을 듣고도 어떤 영화에 누구 주제음악인지 잘 모르시겠다는 분은 패스.

정리하다보니 깨달은 건데
내가 지금까지 휴대폰 벨소리를
영화음악 / 일본노래 / 영화음악 / 일본노래
이런 순서로 지정해왔나보다.
그럼 다음 순서는 영화음악인데
아예 통합해서 건담 주제가나 하나 넣어볼까…

여전히 휴대폰 바꿀 때까지는 벨소리 바꿀 생각 없는
시대가 썼습니다.

1 Response

  1. fle 말해보세요:

    다스베이더 센스 죽이네요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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