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오브 락] 웃음도… 감동도… 음악은?

처음 이 영화, <스쿨 오브 락>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는 공교롭게도 꽤나 호의적인 평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평가들을 대표할만한 문구라면 단연 “<죽은 시인의 사회>의 코믹버전”을 꼽을 수 있겠으니, 대략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는 그러한 맥락에서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고 봐야겠다.

적당한 감동, 적절한 웃음을 기대하며 이 영화를 보았더랬다. (사실, 엔딩크레딧이 엄청 웃긴다고 해서 갑자기 볼 마음이 생겼더랬다) 영화 보면서 생각보다 애들이 어리다는(고등학생 쯤은 될 줄 알았는데… 초등학생이었다) 점에서 조금 당황했는데, 그것말고는 정말 참으로 전형적인 줄거리로 진행되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따분할 정도의 영화였던 것이다.

사소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영화 줄거리가 납득이 가게 굴러가는 것을 극단적으로 좋아하는 성미이다보니, 주인공 듀이 핀이 신분을 속이고 초등학교 보결교사가 되는 것에서부터, 수업은 전혀 하지 않고 주구장창 오로지 락음악만 가르치고 연습하는데 그걸 학교에서 아무도 까맣게 모른다는 사실까지 도대체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웃음도 뭐, 엉터리 교사라는 설정상 잭 블랙의 오바연기가 조금 웃길 뿐, 솔직히 아역배우들은 그렇게 연기를 잘하지도, 웃기는 것도 아니었고, 다른 배역들은 워낙 비중이 작아서 별로 언급할 것도 없었고… 나름대로 감동적이라는 평에 대해서는 특히 코웃음이 나오는데, 중간중간 자신이 락밴드를 할 수 없다며 자신감 부족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격려하는 정도에서 그렇게까지 감동을 느낄 것은 없다고 보고, 그 결과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어서 훌륭한 연주를 해낸다는 결과도 그렇게 감동적일 것은 없어보였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우리가 훌륭한 락밴드가 되자”는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에 대한 설명이 아주많이 부족했고, (반대로 듀이 핀이 아이들을 훌륭한 락밴드로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는 아주 충분히 설명해준다) 그냥 줄거리 따라서 어, 어, 하고 끌려가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들이 공연하고 있더라, 이런 수준이었던 것이다.

자아, 과장된 수식어에 현혹된 내 잘못일지도 모르지만 “<죽은 시인의 사회>의 코믹버전”이라고 보기엔 웃음도, 감동도 한참 부족한 영화였다…고 결론을 내리고 싶어질 때쯤, 드디어 초등학생들이 결성한 락밴드 <스쿨 오브 락>의 락배틀 공연이 시작되었더랬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이 공연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영화에서 락밴드의 연습장면을 제대로 보여준 적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처음 멤버를 뽑을 때도 몇몇 반주를 시켜보는 수준이었고, 중간에 잭 무니햄(기타리스트)이 만든 곡으로 연습하는 장면도 중간만 잘라서 잠깐 보여줄 뿐이었으니, <스쿨 오브 락>의 제대로 된 공연 모습은 이 클라이막스에서 비로소 공개되는 셈이었던 거다.

조용한 기타 연주로 시작된 <스쿨 오브 락>의 노래 “School of Rock”은 조금은 뭐랄까, 요즘 락이라기보단 올드 락에 가까운 곡이었는데, (영화 속 설정상) 초등학생이 작곡했다는 차원에서 일단 그럴듯 하다 치자. 문제는 이 공연이 이어지면서 조금은 심드렁하게 영화를 보고있던 내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세를 바로잡아버렸다는 것이니까. 잭 블랙의 보컬과 코러스로 무리없이 1절을 마무리 짓고, 바로 이어서 잭 블랙의 기타 솔로(그렇게 하고 싶어하던 -_-;)가 이어지고, 갑자기 코러스를 맡고있던 뚱녀-_-가 앞으로 튀어나와 보컬 솔로를 하고(이 장면이 얼마나 시원시원하던지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뚱뚱한 흑인들은 왜그리 노래를 잘하는 걸까 -_-), 다시 클라이막스 연주 반복되고, 잭의 기타 솔로(아, 이 자식 죽이더만), 그리고 잭 블랙의 점핑-_-으로 마무리지어지는 무대가 어찌나 강렬하고 깔끔하던지, 극장에서 봤으면 영화 속 관객들만이 아니라 극장 안 관객들이 환호깨나 질러대는 광경을 목격했을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저 아이들이 설정상 10살(실제 나이는 13~14세도 있었다)밖에 안되는 아이들인데 저렇게 훌륭한 연주와 노래 실력을 보여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뒤통수 제대로 맞아버린 셈이다. (물론 얘네들 뽑으려고 오디션 무지하게 했다더라)

앞서 지루했던 1시간여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이어지는 앙코르 공연 같은 거 없나 기다렸더니 과연 앙코르 공연 나왔다. 그게 엔딩크레딧이긴 했지만-_-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극장을 쉽게 떠나지 못했을 관객들을 향해 마음껏 연주를 펼쳐주는 아이들을 보고 참으로 오랜만에 보고 뿌듯한 영화를 만났다고 생각한 걸 보니, 이 영화의 절대미덕은 웃음도, 감동도 아닌 마지막 부분에 집중된 잭 블랙과 아이들의 열정넘치는 공연과 음악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영화를 보고 왜 <죽은 시인의 사회>의 코믹버전 어쩌구 해댔는지 모르겠다. 잭 블랙의 오바연기가 없어도, 락공연을 반대하다가 아이들의 공연에 감화되어 ‘스쿨 오브 락’을 외쳤던 학부모들이 없어도, 순전히 잭 블랙과 아이들의 음악만으로도 엄지손가락 충분히 세워줄 수 있는 영화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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