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프랑스 대사관] 날아오를듯한 지붕을 보면



어떤 건물인가?

한국근대건축의 최고 걸작, 글쎄 이런 순위 매기기가 건축물에서까지 이뤄지는 게 그렇게 탐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순위를 매겼다니까 한 번 재미삼아 보면, 꾸준히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건물들이 김수근 선생의 <공간 사옥>과 김중업 선생의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다. 워낙 한국근대건축계에서 두 선생의 족적이 크다보니 두 분의 최고 걸작들을 1~2위권으로 꼽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주한 프랑스 대사관>을 말함에 있어서 꼭 거론되는 것이, 프랑스 측의 설계공모에서 프랑스 건축가들의 작품을 물리치고 김중업 선생의 설계안이 당선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 대사관 건물 덕분에 김중업 선생이 프랑스 드골 대통령으로부터 공로훈장과 작위(맞나?)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들이다. 김중업 선생이 프랑스의 대표적인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의 제자였기 때문에 프랑스 쪽에서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 고 평가절하해버리는 건 좀 치사한 짓이겠지?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크게 대사관저와 업무동, 두 개의 건물로 구성되어있는데 더 큰 건물이 대사관저이다. 이 대사관저의 압권은 역시 지붕의 모양으로, 이 지붕만 놓고 봐도 참으로 한국의 미와 프랑스의 미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감탄이 나올만 하다. 지붕이 건물(벽체)에서 분리되어 하늘로 날아오를 듯 떠있는 모습과 그 곡선은 한국전통건축의 지붕처마를 절로 떠올리게 하면서도, 어딘가 현대건축의 추상적인 감각을 떠올리게도 한다. 학교 다닐 적 건축학개론 시간에서던가, 설계시간에서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는데 “한국전통건축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지붕과 담 너머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과 산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주한 프랑스 대사관 건물도 비탈진 구릉에 지어져서 지붕 너머로 하늘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건물의 배치나 구성은 또한 서구적인 합리성에 근거하고 있어, 이 건물이 단순히 전통건축의 미적 감각만 살리고자 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조화”에 뜻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고 말할 만한 것이 (감히 내가 이 건물을 놓고 아쉽네 어쩌네 할 수는 없고, 들은 말이다) 근대성과 전통성의 접목을 주제로 한 건물이지만 김중업 선생의 낭만적 서정성에 의해 상당히 주관적인 해석이 내려진 건물이라는 것일 게다. 뭐 일개 개인의 작품이라면야 이런 지적을 받을 일이 없겠지만, 한국근대건축의 시발기에 하나의 지표로서 세워진 건물이다보니 나오는 지적이리라.

어떻게 지어졌나?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당연히) 프랑스 정부에서 1959년 설계공모하여 응모된 7개의 작품 중 김중업 선생의 안이 채택되어 지어진 건물이다.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 최초로 유럽 건축계(르 꼬르뷔지에 사무실)에 진출했던 김중업 선생의 안이 프랑스 사람들의 입맛에 맞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다르게 보면 한국과 프랑스에서 모두 설계 경력을 쌓았던 김중업 선생이기에 한국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느낌을 이 건물에서 잘 조화해냈다고 할 수도 있겠다. 김중업 선생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얼과 프랑스다운 엘레강스를 나타내려고 했다는데, 두 개의 건물 중 업무동은 완공 후 10년 정도 지나서 지붕부분에 균열이 생기면서 개수를 하다보니 처음의 조형성이 상당히 훼손되었단다. 또 예전에는 발코니 상부에 옥상정원 등이 있어서 개구부를 통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그쪽으로 통하는 계단이 없어졌다고 한다.

시대의 한마디?

한국 건축계에서 획을 그었다, 고 평가받는 건물이지만 아직 내 눈으로 본 적이 없다 -_-; 나름대로 (서울에서) 유명하다는 건물들은 발품 팔면서 눈도장 찍어본 편인데, 이상하게 요놈의 건물과는 그런 인연이 없었다. 하긴 뭐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는게, 우리나라 사람도 아닌 외국에서 온 외교관이 근무하는 공관이고 치외법권 지역이 되다보니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물일리가 없지 않겠는가. (앞서 건물이 어떻네 저떻네 하는 건 다 사진보고 떠든 말이다. 하긴 뭐 외국 건물들도 다 눈으로 본 건 아니고 사진보고 떠드는 소리긴 하지) 그래도 2/5호선 충정로역에서 내려 조금만 올라가면 금방 찾을 수 있고, 멀리서건 (운이 좋아서) 가까이서건 바깥은 어찌어찌 볼 수 있을텐데… 게다가 충정로 역이면 요즘은 출퇴근길에 항상 지나치는 지하철역인데… 말 나온 김에 어느날 갑자기 충정로 역에 휙 내려서 프랑스 대사관 구경이나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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