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투쟁의 계절

국민학교때 여자짝궁하고 싸워보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나는 짝궁과 싸우는 것을 무슨 자랑거리처럼 생각하는 비뚤어진 남학생 중의 하나였다. 단 1학년 때 내 짝이었던 김 모양을 빼고(지금도 이 아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나중에 내가 “TV는 사랑을 싣고”같은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가 생긴다면 1순위) 모두 티격태격 싸웠는데, 2학년 때 내 짝은 내 헤딩을 정면으로 받고 뒤의 콘크리트벽에 뒤통수를 찍는 2중고(?)를 겪어야 했고, 3학년 때 짝은 튼튼한 의자로 허리를 찍혀서 울면서 양호실로 가야 했다. 4학년 때 짝은 잘 기억이 없는데 그땐 처음으로 부반장이란 걸 해서 나름대로 얌전했던 모양이다. 5학년 때 짝은 나한테 오른쪽 어깨쭉지를 물어뜯겨서 (내 이빨자국이 한 달이나 남아있었다) 6학년 올라갈 때까지 내가 입만 벌리면 십 리 밖으로 도망을 치곤 했다. 6학년 때는 짝이 자주 바뀐 탓인지 자주 싸웠던 것 같지는 않다.

국민학교 4학년때 집을 옮기면서 드디어 내 방(정확히 말하면 우리방. 형과 함께 썼으니까)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밤마다 계속되는 형의 공포 분위기 조성(예를 들면, 갑자기 내 목을 누르면서 “종민아 창밖을 보지마! 바깥에서 드라큘라가 우리를 쳐다보고있어!”라고 한다던가, 장롱 밑에서 늑대가 나와서 자고있는 우리 발을 물어버릴 거라거나, – 이때 하도 겁을 먹어서 지금도 나는 침대 위에 바짝 붙어서 잔뜩 오그리고 자는 버릇이 있다 – 요즘 흔히 유행하는 “아직도 내가 네 형으로 보이니?”식의 대사들을 잠이 들 때까지 되풀이하는)에 울면서 안방 문을 두드리길 한 달 가까이 하다가 드디어 아버지한테 뒤지게 맞고 말았다. 뭐 예상하시겠지만, 다시는 안방에서 자겠다는 소리는 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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