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에 대한 입장



평소 내 글쓰는 스타일 같으면, 본론은 한참 뒤에 꺼내고 본론이 나오기까지의 사설을 처음에 한참 늘어놓아야 되겠지만, 오늘은 본론부터 꺼내놓고 사설은 나중에 늘어놓는 식으로 한번 가보려고 한다. 제목에도 썼지만, 요즘 “제로보드” 또는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써서 개인홈페이지를 만드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진 탓인지 몰라도, 제로보드의 회원제 기능을 십분 활용해서 자신의 홈페이지를 회원제로 운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졌다. 그렇다보니, 간혹 나보고도 회원제를 하느냐 마느냐 묻는 방문객도 있고, (아직은 안해서 좋다는 분들이 더 많다) 당연히 회원제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회원 가입하느냐고 묻는 -_- 방문객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내 홈페이지를 회원제로 운영할 생각 눈꼽만큼도 없고, 그것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점이다. (약기운이 떨어지거나 증세가 심해져서 완전히 돌아버리면 혹 모를까)

회원제를 할 생각이 없는 이유,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역시 “귀찮다”는 점이 되겠다. 내 홈페이지가 비록 PHP와 MySQL 기반으로 돌아가는 것은 맞지만, 제로보드 같은 기존 패키지 프로그램을 쓴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회원제를 도입하려면 회원용 DB 새로 만들어야 되고 (누가 만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만들어야 된다) 회원가입용 폼 따로 만들어야 되고 회원인증방식 새로 만들어야 된다. 지금 만들어놓은 게시판용 프로그램은 물론 여기 칼럼 보는 프로그램이나 다른 프로그램들도 다 그 인증시스템 넣어서 코딩 다시 해야된다. 쓰다보니 짜증난다. 하지만 이렇게 귀찮은 일이더라도 뭐 반드시 필요하다면 해야지 별 수 있겠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서 HTML 위주였던 홈페이지를 PHP+MySQL 기반으로 뜯어고친지 얼마 안됐다. 아무리 귀찮고 짜증나도, 인증시스템에 대한 공부도 될테고 반드시 회원제 도입이 필요하다면 할 수도 있다. 있는데.

여기서부터 일반적인(정상적인, 이라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개인홈페이지 운영자들과 나의 생각이 정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 발견되는데, 다른 사람들은 개인홈페이지니까 아무나 들어와서 아무거나 보고 가면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개인홈페이지 주제에 뭘 감출게 있고 숨길게 있다고 회원제씩이나 하나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다른 정상적인-_-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적어도 내 홈페이지는 그렇다는 말이다.

조금 다른 주제일 수도 있겠는데, 내 홈페이지를 본 사람들 중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렇게 개개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전부 공개하고도 아무렇지도 않아?” (별 상관없겠지만, 이 말을 한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물어봐주신 분들께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나 나는 그 질문을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 우선 내 홈페이지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만든 홈페이지도 아니고, 방문객이 몇천 명이 온다고 하더라도 이 홈페이지의 주인장이 어쩌고 저쩌고에 별 관심없는 방문객이 훨씬 많다. 영화음악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은 음악이나 듣고 갈테고, 건담이나 천녀유혼으로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관련 이미지나 자료 조금 보다 갈 거다. 검색 키워드에 뜨지도 않았던 부분까지 저게 뭐야? 하면서 보고 가는 방문객,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까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은 비교적 소수에 속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없앴지만 오죽하면 내가 프로필 맨 끝에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께 한마디 – 심심하셨군요” 라고 토를 달아놨겠는가. 지금도 ‘자료’를 목적으로 왔다가 공연히 그 홈페이지 주인장의 기나긴 프로필을 다 읽고 가는 사람은 정말 심심하고 시간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 문구를 빼버린 이유는 불필요하게 방문객들을 오버버닝시켜서 별로 좋을게 없더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정도 문장에 오버버닝하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에는 변함이 없고)

시시콜콜 운운에 대해서 조금 더 언급하자면, 지금 내 홈에 있는 내 개인의 이야기 정도를 보고서 나라는 인간에 대해서 모든 것을 꿰뚫었다는 듯이 착각하는 방문객들이 간혹 계신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그 글을 쓴 사람이 바로 “나”라는 거다. 내가 나에 대해서 쓴 글이니, 미화했을 수도 있고, 비하했을 수도 있고, 전부 창작-_-일 수도 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전부 공개했다”는 것은 내가 진솔하게 내 이야기를 가감없이 써내려갔다는 별로 신빙성없는 전제에서나 가능하다. 아니 뭐, 세상에 착하고 남을 속일 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 이야기를 다 믿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치자. 그게 다 진실일 수는 있어도 그게 내 인생의 전부나 핵심은 아니지 않나. A4 용지로 몇 장 되지도 않는 그 내용들이 내 인생의 반에 반도 보여주지 못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세상에는 하나만 보면 열을 아는 귀신 같은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아주 많은 모양이다.

간혹 회원제로 운영하는 개인홈페이지를 가보면, “내가 모든 것을 공개하노니 이것을 보고 읽으려는 그대도 공개하라”는 취지로 회원제를 도입한 경우가 제법 많다. 그런 곳은 대개 홈페이지 주인장이 일기장 형식으로 글을 올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뭐 나야 그렇게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것도 아니고, 앞서 계속 말했지만 지금 올려놓은 내 이야기 정도는 불특정다수가 아무리 읽고 간다고 한들 내 속내를 까발라주는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쓴 글을 읽을 사람을 선택하고 자시고 할 이유가 나에게는 없다고 결론내린 것뿐이다. 이게 회원제를 굳이 하지 않겠다는 두번째 이유가 되겠다.

세번째 이유가 또 있다. 대부분의 개인 홈페이지(또는 공개커뮤니티도 포함시켜서)가 회원제로 돌아서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도 모르는 말뼉다귀 같은 자식이 나타나 여기저기 분탕질을 쳐놓는 경험을 겪고난 후 방문객을 걸러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작정 올라오는 보기 싫은 광고글일 수도 있고, 홈페이지에 약간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냈을 경우 특히 그렇고, 안티팬과 극성팬이 양분하고 있는 어떤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때도 어디선가 나타나 욕만 바가지로 퍼붓고 가는 사람, 주제에 비아냥댄답시고 자기 지적수준만 드러내놓고 가는 사람, 뭐 기타 등등 세상에는 정말 희안한 사람이 많기 때문에 좀 정상적인 사람(내지는 자기랑 이모저모 맞는 사람)이 자기 홈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심정, 뭐 그런 것 말이다.

이 홈페이지만 해도 광고글이야 뭐 셀 수도 없고, 홈페이지가 별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에도 왕가위 팬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이(차라리 팬이라고나 했으면) 내가 왕가위 씹었다고 처음엔 좋게 타이르더니-_- 나중엔 욕만 바가지로 해놓고 간 적도 있었고, 에반게리온 욕했다고 뭐라는 사람은 뭐 거의 정기적으로 등장하고, 우주세기 건담과 헤이세이건담의 싸움은 이젠 뭐 항상 있는 일이고, 내 글투나 홈페이지 운영방식이 맘에 안든다면서 “그렇게 살지말라”는 뜬금없는 충고도 종종 들어오고 있으니 그렇게 따지면 나야말로 회원제를 해야할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제를 하지 않는 이유는, 회원제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방문객이 회원가입을 하려고 할 때 그걸 막을 방법이 1차적으로 없고, 굳이 수고스럽게 내가 가입희망자를 한 명 한 명 심사-_-를 한다고 해도 저놈이 나를 욕하려고 그러는건지 아닌지 알 방법도 없다. 굳이 회원제의 효과라면 ‘그만큼 귀찮아서’ 빈도수를 줄이는 정도랄까. 하지만 세상에 또라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해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기에 그런 수고까지 해가면서 또라이 방문객들의 숫자를 줄일 생각은 없다. 아, 물론 나한테 쓴 소리를 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또라이라는 말은 아니고, 좋은 의미에서 충고해주려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 사람들도 회원가입하네 뭐네 하면 충고해주기 귀찮지 않겠는가. (그런데 7년째 운영해왔지만 귀담아들을만한 충고 해주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마지막 네번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방문객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컨텐츠를 갖추고 있는 사이트라도 회원가입하는 절차는 귀찮기 짝이 없는 일 아닌가. 하물며 이곳처럼 부실한 개인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무슨 대단한 것이 있다고 회원 가입씩이나 받나. 물론 기업형 사이트들은 방문객들이 좀 귀찮더라도 회원제를 할 이유가 있다. 분석도 내야하고, 나중에 유료화라도 하게 될 경우를 대비할 수도 있고, 회원 DB 모이면 팔아서-_- 다른 장사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깟 회원 DB 모아서 어따 쓰나. 위에서도 말했지만 회원제는 방문객을 거르는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방문객만 귀찮을 뿐이라면 안하는게 낫다. 그리고 남의 소중한 개인정보, 외부 유출 안되게 잘 관리해야되는데 나는 솔직히 그럴 자신 없다. 내가 외부로 막 뿌려댈 거라는 뜻이 아니라 아무도 빼갈 수 없는 철통같은 보안체계를 만들 자신이 없다는 말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난 솔직히 제로보드의 회원관리시스템도 신뢰안한다) 항상 방문객 숫자 떨어뜨리는게 목표라고 말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솔직히 회원제 해도 방문객 숫자 떨어뜨리는 방법의 하나는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반대로 회원 가입한 사람은 그만큼 로열티가 올라가는 것 아닌가. 야 그거 부담스럽다. 어쩌다 한번 스쳐갈 사람들까지 회원가입시키면 그게 오히려 방문객을 붙잡아놓는 짓이 될 수도 있는데.

내 홈페이지는 개인 홈페이지다. 나는 항상 이 내용을 강조하고 싶어하는데 생각만큼 강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영화음악을 다루고 있지만 가능한 모든 영화음악을 다 올리는게 아니라 내가 좋아야 올리고, 건담을 다루고 있지만 우주세기만 다루는 정도가 아니라 각종 설정자료(연대표나 메카닉 등) 등도 거의 배격하고 스토리와 내가 보는 시각만 고집하고 있다. 남이 봐주길 바라는 사이트가 아니라 내가 좋아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다. 그런 곳에서 방문객을 묶어놓는 회원제 같은 걸 할 이유, 쓸데없이 구구절절 늘어놓았는데 사실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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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1. 닥슈 말해보세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 jslstory 말해보세요:

    약 중학교 1,2학년 때부터 (현재25) 한번씩 들렸던 사람입니다.
    물론 그 때도 저보다 나이가 좀 (;) 있으셨으니 지금은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웹사이트를 운영해 본 적이 있는데, 아니 현재도 운영 중인데, 회원제와 비 회원제애서 비방,욕설글 비슷한 것들이 쓰여지는 빈도에 관해서는 확실히 차이가 많이 있었습니다.
    아마 자신의 정보가 조금이라도 드러난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요인으로 보입니다만,

    물론 <세상에 또라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해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기에 그런 수고까지 해가면서 또라이 방문객들의 숫자를 줄일 생각은 없다.> 라는 생각이시면 그다지 상관은 없지만,
    어차피 이 글도 3,4년 전에도 봤던 글이기도 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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