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리일기 열세번째

[봉대리의 일기]

12/11 (토) 날씨 죽이누만…

토요일. 날씨 죽여주누만.
나같은 총각에게 토요일은 지극히 양면적인 날이다.
소개팅이나 맞선 자리라도 있으면 룰루룰루~ 즐거운 날이고,
(대개의 경우 자리에 앉자마자 최악의 토요일로 변하곤 하지만)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아무 약속도 없고… 냄새 퀴퀴한 내 방에 기어들어가
스타크나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따위를 붙잡고 있어야 한다면… 그리 즐거울 일도
없는 날이 아니겠는감.
나이 서른에 장가 못간 거야 준수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거는 어디까지나 내 생각에
불과하고… 부모님은 슬슬 저 자식이 고자가 아닌가? 의심하시는 눈치다.
화장실 갈 때마다 오줌빨 짱짱한데 고자라니…
올해가 가기 전에는 틀렸고… 내년 봄까지라도 어떻게 하나 마련해봐?
어머니 말씀을 존중하야 곰보딱지에 펑퍼짐하지만 않으면 그냥 델구 살어?
아버지는 또 젓가락 같이 비쩍마른 여자를 싫어하시는데…
안 고른다 안 고른다 하시면서도 부모님들이 상당히 고르시거든… 그러면서 나보고
눈높다고 꼴통을 쥐어박으니 이게 살맛이 나나…
에구… 신세한탄이고…
날씨도 좋은데 일찌감치 집에 들어가지 말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나 조합해서 놀아야겠다…
놀면 뭐 할 거나 있나… 한 게임 하러가야지…
요즘은 한 게임! 그러구서도 스타크냐, 당구냐, 볼링이냐 종류가 다양해져서…
솔로끼리 (요즘은 솔로라구 안하고 병신이라고 그러던데… 절대 용납못함) 놀기도
많이 좋아졌어 우리 사회가…

[피 부장의 일기]

12/11 (토) 날씨 왜이래…

토요일. 날씨도 끝내주누만.
지금은 아그들이 대가리가 커져서 좀 덜하지만
옛날에는 토요일날 날씨만 좋으면 퇴근하기 싫었던 적이 있었다.
아빠 동물원 가~
아빠 서울랜드 가~
아빠 뉵삼뷜딩 가~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피곤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때로는 정말, 아빠로서 이런 아그들의 요청에 전혀 부응해주지 몬했다는 죄책감도
느끼고 해서, 일부러 시간내서 동물원이니 서울랜드니 뉵삼뷜딩이니 아그들 손잡고
띵가띵가 찾아다닌 적도 있었다.
결과는… 지쳐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거밖에는…
날씨 좋으면 서울시내 아빠들이 죄다 아그들 델구 나오는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차 막히고 돈 비싸고… 남는게 없다 남는게…
그 고생을 하고도 아그들은 또 주말이 되면 아빠아빠아빠…
내 새끼들이라 주뎅이를 찢어놓을 수도 없고.
요즘은 중학생 고등학생 됐으니까 그런 고비 없을 거 같지…?
마누라는 뭐 꿔다놓은 보릿자루라도 되남?
아그들이 머리 굵어지니까 마누라가 바람이 나기 시작했다.
여보오옹~ 우리 어디 물좋은데 가서 멋진 식사나 합시다아~
징그러 이 여편네야. 어디서 콧소리를 내구 지랄이야.
…라구 말했다간 압력솥 뚜껑으로 월요일 아침까지 맞아야한다.
…에후~ 오늘도 날씨 쥑이는 걸 보니…
마누라가 어디 교외로 놀러가자고 이상한 콧소리 내게 생겼구먼…

SIDH’s Comment :
직장인이 되면서 가장 많이 변한 것 중 하나.
주말이 정말 소중해졌다는 거.
학생때만 해도 중간중간 방학이라는 어마어마한 휴식기간이 보장되어있었는데
직장인에겐 간혹 여름휴가마저 사치스러울 때가 있으니
그나마 꼬박꼬박 (물론 꼬박꼬박이 아닐 때도 있다) 쉴 수 있는
주말이 얼마나 고맙던지.
비록 아직 마누라나 자식은 없지만
그 황금같은 주말에 어디 놀러가자고 옆구리라도 찔러대면
마누라고 자식이고 꼴도 보기 싫을 것 같다.
주말엔 자야지 뭔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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