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봉대리일기 여든네번째

2008년 1월 6일

[봉대리의 일기]

3/30 (목) 날씨 좋네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풀어버리는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다.
나 같은 경우… 술을 퍼마시고 아무 생각없이 푹 자버리면
대충 풀린다. 아주 평범한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좀 엽기적인 황대리 같은 경우… 집에 늦게 들어가서 마누라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매저키스트라고나 할까…
전유성씨 같은 경우는 당구나 바둑 등 잡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고…
조과장은 술을 좋아하지만 술로 스트레스를 풀지는 않는다… 저
인간 스트레스는 뭘로 푸는지 잘 모르겠다.
오과장은 확실히… 잠으로 푼다. (회사에서도 틈만 나면 존다…)
피부장이야 우리들 갈구면서 풀겠지.
모주라씨는 아직 얼마 안되서 파악이 안되고 있고…
지화자씨는… 수다로 푼다…
아침부터 지화자씨 얼굴이 그늘진 모양새가 불안하다 했더니…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여기저기로 전화질이다…
입사동기라는 재무팀 김양… 일년선배라는 총무팀 오양… 학교후배라는 비서실 정양… 구내전화로 할 사람이 떨어졌는지
이제는 장소불명의 모양한테도 여기저기 전화질이다…
옆에서 듣고있자니 짜증난다 진짜…
평소 일안하고 딴데 신경이 많이 가있는 탓도 있지만,
지화자씨 마술에 걸린 얘기까지 듣고 있을라니 기분이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뭔 할 말이 저리 많을까 오메…
전화 많이 쓴다고 피부장한테 한 소리 듣더니 이제는 핸드폰 들고
밖으로 나갔다.
무엇이 지화자를 화나게 했는가…

[피부장의 일기]

3/30 (목) 날씨 뭐 그렇지…

아침에 차몰고 가뿐하게 주차장으로 들어오다가,
어정쩡하게 들어오던 쬐끄만 차하고 살짝 부딪혔다.
아조! 너 죽을라고 환장했고마!
대뜸 내려서 차를 언능 살피니 다행히 살짝 긁히기만 하고 괜찮다.
긇힌 것도 잘 닦으면 안보일 것 같다.
그래도 그렇지 산지 얼마 되도 안한 새 차를!!!
근데 상대방 차에서 내리는 운전자가 어? 지화자씨 아녀?
지화자씨가 왠 차를 몰고 나왔는감?
어머 저… 중고차를 하나 샀거든요 그래서 연습삼아…
뭐시여! 회사가 무슨 놀러나오는 곳인줄 알아! 연습삼아 차를 몰고
나오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여!
그리구 젊은 나이에 무슨 차를 굴려 차를! 대중교통 이용하고 짧은
거리는 걸어다니는게 건강에도 얼마나 도움되는데!
그리구 또, 까마득한 여직원이 주차장에 차를 대면, 높은 분들 주차할
자리가 하나 없어지잖아!!!! 이거 위에 올라가면 나한테 책임
떨어진단 말야! 누구 물멕이려는 거야! 당장 차 빼서 저기 아파트
옆에 대고 와!
아침부터 한바탕 소리를 질렀더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구먼.
하여튼 그 난리부르스를 떨고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했더니 하루 일이
다 상쾌하더만.
지화자씨는 뭐 야단맞고 뻘쭘하니까 괜히 전화 붙잡고 수다떠는 척
하는데…
일이나 열심히 해라 일이나…

SIDH’s Comment :
“직원이 어디서 차를 몰고 회사를…”
이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20세기말에는 들을 수 있었다.
뭐 지금도 안들린다고 보장은 못하겠다만.
주차난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회사주차장은 높은 분들 위해 비워드리고,
차 몰고 나와바야 주차시킬 곳도 없어서 뺑뺑이 신세고,
뭐 이러니 왠만하면 차가지고 출근 안하지.
근데 정말 여직원들은 차 있으면 죽어라 차 몰고 나오더라.
군대를 안다녀와서 그런가.